22년 1월 7일 암 수술 후 2년이 넘어간다. 처음 수술+항암 이후에는 몸이 걸레짝이 된 느낌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극심했으며 전신 무기력증에 수족냉증이 심해져 6월까지 양말을 신고 자야했다. 체중은 96.5kg까지 증가했었고, 혈압은 180까지 솟구쳤다. 골다공증 역시 덤으로 찾아왔었다.
처음에는 걷기만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것도 7~8천보를 넘기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매일 시도했더니 어느 순간 1만보를 가뿐히 넘기기 시작했다. 대략 3~4개월 정도 걸린 듯 하다.
1만보를 넘어 2만보를 향하던 어느 순간 몸에 큰 변화가 없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와...산을 오르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졌으며 내려오자마자 쓰러져 잤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후 1년이 넘게 평일 쉬는 날,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했다. 특별히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는 매일 걷기를 했다. 그렇게 수술 15개월 후 나는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물론 후유증이 상당했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족냉증, 극심한 피로감, 전신 무기력증, 근력부족 등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어려웠다. 그때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찾아갔던 것이 주짓수였다. 주짓수 시작 후 1~2개월 동안은 준비운동만으로도 호흡이 딸렸다. 스파링을 한 번만 해도 팔다리가 후들거려 운전도 못 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몸이 너무 굳어 있어 제대로 기술구현도 못했었다.
그래도 딱 한달만 버텨보자 시작했던 주짓수에 재미가 붙어 입관 3개월만에 대회에 나가 입상도 하고, 조금씩 몸이 좋아짐이 느껴졌다. 일단 매일 2~30분 전에 가서 스트레칭(요가)을 하는게 몸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됐고, 주짓수의 각종 롤링이나 드릴이 유연성과 기초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입관 1년 넘어까지는 몸 상태가 예전의 60% 수준이라 스파링 자체가 많이 무서웠다. 누군가와 대결이 무섭다기 보다는 몸이 안 좋아서 느껴지는 그런 두려움이었다. 근력도 딸리고, 호흡도 딸리며 혹시 다치면 어떡하지라는..뭐 그런..
이때 나는 또 다시 뭔가 도약이 필요함을 느꼈다. 마침 집 앞에 헬스장이 하나 생겼다. 과감히 6개월 선결제 후 등록을 했다. 주짓수를 매일 가면 몸이 너무 쑤시고, 힘들기도 했고..일단 야근이 있는 날은 출석이 어려워 주2~3회로 맞추고, 나머지 절반은 헬스를 했다. 예전에 허리 수술을 했기에 데드나 스쿼트를 강하게 할 순 없으나 각종 근력운동과 유산소는 등산에도 도움이 됐고, 일단 내가 다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게 했다. 당연히 주짓수 실력도 급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고, 기술구현도 좀 더 수월하게 이뤄졌다.
주짓수 4그랄이 되자 뭔가 여유가 생겼다. 그간 죽도록 고생한 결과물이 이제야 올라온다는 느낌이랄까..이제는 예전만큼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이 즈음에 스미스머신으로 벤치프레스 100kg을 찍기까지 했고, 90kg으로는 수회 반복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 골다공증 검사 후 결과지를 받았던 날, 설날 산소에 다녀오면서 느꼈던 극심한 피로감에서 내가 여전히 암 환자란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지난 2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골다공증은 더 심해졌고, 9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은 피로감이란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뭐랄까...괴로움? 까지 느끼게 했다. 아, 아직 멀었구나..진짜 예전처럼 되는 건 불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이 피로감은 열흘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또 다시 뭔가 도약이 필요했다. 그래서 2월부터 주짓수가 끝나면 체력운동을 시작했다. 한 주정도는 결석했으니 이제 4주차로 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푸쉬업 100개를 도전했다. 3주차 때쯤 기술수련을 할때 아쉬움이 있어 여기에 버피테스트 100개를 추가했다. 아휴..힘들었다. 또 허리에 부담이 있어 2~3일 쯤 지나서부터 슬로우 업그레이드 버피(내려가고, 푸쉬업 하고, 두 다리 당기고, 스쿼트로 상승)로 전환했다. 4주차에는 복근운동을 추가했다. 상하체를 새우처럼 동시에 말아올리기이다. 약 3일정도 했는데,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체력운동 시작 후 한 달정도 지나니 아내가 내 가슴을 보며 깜짝 놀란다. 뱃살이 들어가기 시작한 걸 보고 또 놀란다. 아직까지는 근육통만 있을 뿐 테니스엘보나 무릎 통증은 없다. 대신 허리에 살짝 부담이 있는 듯 하여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체중변화도 아직 없다. 대신 눈바디를 통해 몸이 좋아진 걸 느끼고, 스파링을 할때 나는 평소처럼 했는데, 상대가 힘들어 하는게 보여 운동 효과가 느껴진다(당연히 배려하며 더 힘을 뺀다).
지금 같아서는 이 페이스를 여름까지 가져갈까 싶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하지 않고, 체지방 감소+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한다. 그렇게 눈바디가 마음에 들 때쯤 바디프로필을 한번 찍어보고 싶다.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계속 성공해 왔다. 이번에도 그러고 싶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이미 건강에 엄청나게 겸손해졌는데, 더 겸손해 졌다는 것. 골다공증에 따른 부담감은 여전히 매우 크고, 피로감 역시 평생 가져가야할 숙제이다. 그나마 근력량이 늘어나서 불안이 조금 감소하긴 했는데, 신지는 평생 먹어야 하고, 골다공증 역시 영양제를 채워가며 평생 함께 갈 녀석이다. 에잇, 시합출전은 힘들어졌다.
지난 2년 간의 운동후기를 이렇게 남긴다. 이번에는 건강회복의 차원에서 몸짱의 수준까지 도달하고자 한다.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지만 40대 중반, 암 환자로서 갈 수 있는 최선의 길까지 가볼까 한다. 그렇게 또 길을 걷고, 바닥을 구르다보면..몸을 늘리고 이완하다보면, 재발의 불안감도 많이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서울대에서 나온 자료를 보니 갑상선암 환자의 재발률은 10년 후 33%, 20년 후 50%가 넘는다. 나도 언젠가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몸을 계속 만든다. 또 다른 질병, 예컨대 뇌 혈관 질환(심혈관은 계속 병원 관리 중이라 걱정이 덜하다)이나 또 다른 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걸 한번 경험해보니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질병을 이겨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준비되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21년부터 작년까지의 상담 및 사건처리 지원실적을 정리해 봤다. 22년 상반기는 집중치료 기간이었기에 실적이 없어서 사실 대략 30개월 정도의 내용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사안 무료진행)
우리 연구소에서 다뤘던 사건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니 총 건수는 121건이었다. 단순계산으로는 매주 1건 정도로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1건을 수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처리했으니 실제 부담은 더욱 크다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성폭력 37건, 직장 내 성희롱 22건, 학교폭력 10건, 교권침해 8건, 성중독 6건, 성 관련 종합상담 5건, 자녀교육 6건, 아동학대 3건모욕 2건, 직장 내 괴롭힘 2건, 성평등 2건, 성매매 1건, 부부상담 1건, 개인정보 1건, 무고 2건, 기타 문의 13건이다.
징계 또는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사안만 추려서 어떤 이가 얼마나 가해행위를 했나보니 친구 26건, 교사 16건(교회교사 1건 포함), 직장동료 10건, 학생 9건, 목회자 5건(전도사 1건 포함, 교단 미분류), 학부모 5건, 교수 2건, 동료 교인 2건, 성인 지인 3건, 미상 1건 등이었다.
우리는 이 모든 걸 강연활동과 병행하여 진행했기에 아침, 밤을 가릴 수 없었고, 많은 에너지를 써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성고충 위원회에 들어가면 몇 시간씩 소요되곤 한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아예 비영리단체 등록을 해서 후원을 받고, 전문 상담직원을 모시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올해도 벌써 3건의 사안을 상담하였고, 사건처리를 지원하는 중이다. 모든 사안이 피해자의 입장에 맞춰 순리대로 처리되길 바라고, 아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길 기원한다. 어쨌든 올해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걷는다.
교회개척 6년을 꽉 채웠다. 우리교회는 그간 여러면에서 성장해왔는데, 벌써 25가정 40명(성인 6명, 어린이 7명, 청소년 27명)이 모이게 되었다. 우리 교회의 선한 사역에 대한 칭찬도 많이 듣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청소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위기가정' 친구들이 새로 등록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걸 바로 이 지점에서 확인한다. (세 가정 중 한 가정)
사실 교회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개척교회의 특성상 내가 많이 채워야하는데, 건강문제 때문에 예전만큼 안되고..욕심이 커서 아이들에게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교육과 먹거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고..
그런데 신기한건, 도움이 필요할때마다 꼭 맞게 좋은 분들께서 십시일반 해주신 덕에 그 어려운 코로나시기도 이겨내며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다. 특히 내가 암에 걸렸을 때는 폐교회까지 고민했었으니 하....그땐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인지 올해 추수감사주일은 눈물도 많이 나고, 기도도 많이 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보니 마음 타들어 갈 일이 너무 많았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정폭력이나 빈곤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럼에도 힘들 때마다 내게 연락하고, 신앙으로 이겨내는걸 보면 기특하고, 고맙다. 살아내주어, 용기내주어,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리고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어..그냥 다 고맙다.
쓰디쓴 인생의 순간이 많지만, 나는 주의 자녀로 살며 좋은 이들을 만나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아팠던 학창시절을 이겨냈었다. 이 친구들에게도 주님께서 내게 그러셨던 것처럼, 긍휼을 베풀어 주시길..힘주시길..좋은 이들을 보내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합니다. 저는 가깝게는 신림역 동영상이 공개된 것을 핵심원인으로 보고, 구조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관련 시스템 부족을.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영혼을 메마르게 하는 사회와 가정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우선, 신림역 동영상은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기존에 분노와 공격성이 내재되었으나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정신을 자극한 것인데요. 일종의 발진 버튼이 눌려진 것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해당 영상을 아이들은 물론 여러분도 보지 않는게 훨씬 건강함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둘째,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을 보면 발달장애와 조현병 환자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다 비슷한 줄 압니다. 우리의 무지와 장애인 및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반영된 결과입니다. 또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인프라도 부족하고, 해당 법률 역시 미비함을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셋째, 우리 사회는 사람을 점점 메마르게 합니다. 서현역 범인도 영재출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교육과 가정에서 견디질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잔소리하고, 압박하며 통제하는 교육문화. 내신점수와 고교 등급 및 대학으로 서열화 되어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구조 등은 평범한 아이의 마음에도 분노를 품게 합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한 개인을 구석으로 내모는 구조를 변화시키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진 이가 자신의 감정을 해소 및 치유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접근이 쉬어야 하겠고요. 누구나 편히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향상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끝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좋은 건 도망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면 무조건 의자를 집어 드세요. 의자 하나만 들어서 방어해도 웬만한 중상은 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의자가 없다면 가방 등을 이용하시되 절대 등을 보이지 말고, 상대를 주시하며 천천히 이동하며 피해야 하겠습니다.
1. 아직 살아있다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2. 의학적 건강지표도 좋아지며 3. 이것이 실제 체력으로 증명된다.
4. 내면의 두려움을 직면할 수 있으며 5. 아팠거나 약해진 마음이 회복되어 6. 눈빛과 표정으로 드러난다.
어린이부터 50대 선배님들과 부드럽게 롤링하는 가운데
7. 아름다운 청춘을 만나며 8. 시대와 세대를 넘어 소통할 수 있고 9. 내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다.
균형점과 지렛대, 구조를 만들어 가며
10. 적은 힘으로 무리하지 않으며 효율성을 높이고 11. 멈춤과 쉼, 움직임의 타이밍을 찾게 되며 12. 삶의 균형과 조화 가운데 인생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다.
<주의사항> 1. 옛날 생각하며 힘을 쓰면 반드시 부상이 온다. 2. 매일 출석하며 속성으로 승급하려 해도 반드시 부상이 온다. 3. 스파링을 승부로 여기며 덤벼도 반드시 부상이 온다. 4. 바닥에 깔려 나오지 못했다거나 중학생에게 탭을 쳤다고 자존심 상할 필요 없다. 5. 운동한다고 가정을 소홀히 하면 인생이 정리될 수 있다.
모 전 교수에게 벌금 800만원이 선고되었다. 혹자는 '징역도 아닌 벌금형인데..'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판결의 핵심은 본인이 그토록 부정하던 그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건 별거 아니라며 너도 나도 2차 가해를 했던 바로 그 행동이 '유죄'임을 확증하는 데 있다.
심지어 총회마저도 사건을 방관하던 모습을 보였었는데,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항변하겠지만, 이것 자체만으로도 집단적 가해행위를 하는 것임을 이해조차 못 하는 듯 했기에 이번 판결이 총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사회에서 꾸준히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나로서는 도대체 왜 이 사건이 이렇게 질질 끌고 와야 할 사안인건지, 2차 가해자들이 왜 자신이 떳떳하다 하는 건지, 주변인들은 왜 그리 양비론에 빠지거나 방관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사안의 성격이 분명했던 '성범죄'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이라도 노회나 총회는 이번 선고로 '유죄' 확정이 된 당사자들에게 피해자가 납득할 만 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책이 온전히 시행되고 있는 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것도 이미 수 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 및 건의해왔던 것이라 다시 말하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무기징역이 나오든 벌금 얼마가 나오든 가벼운 성범죄는 없다. 피해(경험)자 또는 생존자에게 있어 성범죄는 형량의 경중으로 규정할 수 있는 성격의 그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