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월 5시간에 걸친 대수술. 3월 고용량 항암치료. 그후 40여일이 넘게 홀로 격리생활을 하고, 방사능 후유증으로 미각세포 뿐 아니라 온 몸이 망가진채 20분을 제대로 못걷는 신세가 되었다.

극도의 스트레스, 소리가 안나는 목, 코로나 시기와 겹쳐버린 바람에 짊어지게 된 엄청난 빚까지...어느 것 하나 해결될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사실 이건 여전히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속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짓수를 시작했다. 뭔가에 홀린 듯 체육관에 들어섰다. 그러나 상담을 하는 내내 한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이 운동은 그간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힙한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년-성인이 나이와 상관없이 구르며 웃고 즐기는 점이 색달랐다. 상대를 이기기보다 서로 힘을 빼려 노력하며 다치지 않게 배려한다. 내가 힘들면 쿨하게 쉬면서 있어도 된다.

그렇게 두려움, 놀라움, 설렘으로 시작한 주짓수가 벌써 2년 6개월을 꽉 채웠다. 이제는 체력도 좋아져서 어느 순간 푸쉬업, 버피, 스쿼트를 몇 백개씩 하고 10키로 마라톤을 즐기게 되었다. 매일같이 청소년-청년과 만나며 몸과 마음 모두 젊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드디어 블루벨트로 승급하게 되었다. 벨트를 보는 순간 감정이 벅차 올랐다. 죽음 근처까지 내려가며 살고자 발버둥 쳤던 시간이 눈앞을 스쳐갔다.

사실 이번 한해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제대로 해낸 것도 없고, 심지어 기존에 하던 몇 몇은 악화되기까지 했다. 지치고,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물로 기도의 단을 적시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해를 마무리 하는 지금 승급을 하고나니..

하.....

만감이 교차하고, 다시 일어설 전환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내 자신에게 소소한 선물을 했다. 그간 밀가루와 음료수를 못 마셨는데, 처음으로 페퍼로니빵을 먹고, 환타를 마셨다. 나는 무려 10년을 추적관찰 해야하는, 여전히 중증환자이지만, 오늘만큼은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이렇게 마음을 부여잡고, 올해를 털어내며,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내가 상상조차 못 할만큼의 인생을 예비하셨을 주님만 믿고 또 다시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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