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는 흠많은 사람이다. 누구나 현대사회를 살며 깨끗할 수는 없겠지만 종교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할 수 밖에 없는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나는 두세달에 한번씩 천사가 되곤 한다. 부족한 이 사람의 피를 통해 이름 모를 한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혈 후 반창고를 붙인 모습. 팔의 털이 상당하다..ㅡ.ㅡ;; 헌혈 후 받은 선물이다. 내용물이 상당히 알차다. 간식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조용히 편히 누워 쉴 수 있다.
내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한 외국인 신부님의 기사를 보면서였다. 그 분은 한국에서 평생을 바친 분이었는 데, 평생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였다 했다. 그 분은 헌혈은 가장 손쉽게 생명을 나눔을 실천하는 좋은 방법이라 하였다.
나는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흔히 우리는 불우 이웃을 돕는 등 선행을 할 때 사진을 찍으며 보여주기를 자주 한다. 대개 행사 치르듯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정한 선행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할 때 그 의미가 있다.
2.헌혈에 관해 앞서 나는 생명나눔이라는 이상적, 철학적 차원의 의미를 얘기했었다. 이와 함께 내가 꼭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헌혈하는 사람은 매우 "똑똑한 사람"이란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똑똑한 사람은 누구를 칭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권리는 놓치지 않고 모두 찾으면서 손해는 보지 않는 실속파를 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헌혈하는 사람은 공짜로 건강검진도 하고, 새로운 피를 만들수도 있으며, 유사시 수혈을 받거나 헌혈증을 나눠줄 수도 있다. 또한 좋은 선물도 받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수도 있다. 헌혈의 장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 많은 장점을 쉽게 버리지 않고 잡아내는 것이 헌혈하는 사람이니 어찌 똑똑하다 하지 않을 수 있으랴.
3.허나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는 피를 수입하는 나라이다. 여기에 나는 꼭 혈액 수입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글을 이어가고 싶다.
정부는 현재 2002년부터 헌혈자 문진표에 인간 광우병 관련 항목을 추가하고, 영국 등 광우병 위험지역 거주자를 헌혈유보군으로 지정, 관리하고(2008년 현재 6924명) 있다.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곳 37개국에서는 약품 제조를 위한 혈장 수입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국가라는 판단아래 한해 18만리터를 수입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4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약품이 국내에 유통돼 1490명에게 투약되는 무서운 사태"가 벌어졌었고, 정부는 지난 6년간 이 사실을 감춰왔었다.
물론 나는 다시 광우병 얘기를 꺼내가며 쇠고기 정국으로 돌아가려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핵심은 우리 나라가 일년에 30만리터 약 270억원어치의 혈액을 수입하는 국가이고, 이는 엄연히 국가와 국민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며, 혈액 수입으로 인한 위험성과 비용지출 역시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좀 더 헌혈에 나서면 굳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위험과 비용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4.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어딘가 조용히 앉아 쉴곳도 마땅치 않다. 차 한잔 하려해도 몇 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럴 때 잠시 숨한번 돌릴 수 있는 좋은 곳이 있다. 바로 헌혈의 집이다. 날이 덥거나 추울 때 헌혈의 집에 가보자. 한 30분 푹 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시원한 음료와 간식, 헌혈증, 선물까지 준다. 친구에게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수도 있고, 생명나눔이라는 철학적 의미도 담보하며 국가를 위해서도 한 몫했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등록회원까지 하는 적극 참여자는 아니다. 그저 시간 날때마다 한번씩 하는 일반인이다. 조금은 과장된 광고처럼 글을 마무리 하는 감이 있긴 하지만..ㅡ.ㅡ;; 어쨌든 이렇게라도 헌혈 참여자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전국 헌혈의 집, 차량운행 위치 찾기(http://www.bloodinf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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