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탑건을 보며 전투비행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죠. F-14 전투기의 접이식 날개와 미 항공모함을 보며 입이 딱 벌어졌고, 적국과의 공중전을 보며 눈 조차 깜빡이지 않았던 생각이 납니다. 비록 어린시절이었지만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영화가 안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정세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의 영상기술과 자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탑건의 내용이란 것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할 '평화'라는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예 마음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포털 사이트마다 왠 전투기가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비(정지훈)가 나오면서 말이죠. 서울 시내 한복판을 날아다니는 F-15 전투기의 비행이 너무도 화려하고, 멋지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용산 CGV에 갔습니다. 영화 시사회에 당첨이 된 것이죠. 이날은 운 좋게도 신세경, 김성수, 이하나, 조성하 씨의 무대인사도 있었습니다. 이 날이 처음으로 인사를 시작한 날이라 하더군요. 실제로 본 배우들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멋졌습니다. 특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지요.
무대인사에 나선 배우들.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영상미는 끝내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탐건 저리가라 할 정도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공군이 실제로 비행촬영에 협조해 주었다고도 하지요. 리얼한 느낌과 영화 특유의 박진감이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두번째로 배우들 연기도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비는 적당히 웃기면서도 진지함을 오갔고, 오달수 씨는 정말 ㅋㅋㅋ 할말을 잃게 만드는 감초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김성수 씨와 이하나 씨는 감동담당, 신세경 씨는 글쎄요..뭔가 좀 어설픈 위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번째로 스토리 라인은 평범했습니다. 전형적인 전쟁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채택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자칫 스포가 될 듯 싶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이런 영화에서 꼼꼼한 스토리나 구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총평은 '재밌다'는 것입니다. 웃기면서 나름 감동도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추구하는 바가 '고공액션 드라마'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흥행할 수 있는 요소는 골고루 갖췄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역시 스포가 될 수 있어 생략합니다만은 돈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떤 신문기사를 보니 영화가 젊은이들에게 설득력이 있게냐 하였는데요. 제가 볼 때는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 젊은층에서 좋아할 요소는 골고루 잘 갖췄습니다. 시사회 내내 웃음 꽃이 피었고, 마지막에는 훌쩍거리게도 되더군요.
그러나 영화의 주제가 모호합니다. 반공영화+어설픈 통일주의+민족주의라고나 할까요. 영화 중간에 나오는 미국과의 갈등과 우리나라의 현실, 북한 정부군과 테러리스트를 구분하는 설정 등은 영화의 성격을 모호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심지어는 이 정권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영화가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지요.
그러므로 저는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 가령 같은 전쟁액션물이라도 JSA 같은 경우는 별 4개 반 이상을 주겠지만 이 영화는 3개 이상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미는 있습니다. 그러니 정신 없는 영화라는 거지요. 약간은 위험한 감동과 재미를 주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정리하며
이제 이 영화리뷰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겠다는 이들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영화는 돈이 아깝다며 말릴 때가 있는데, 이건 재미는 있습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갑니다. '킬링 타임용'이란 거지요.
그러나 조금은 거슬릴 만한 혹은 비판적으로 봐야 할만한 부분도 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적대성도 있으나 적대성에 머물러서는 21세기를 열어 갈 수 없는 국제경제학적 역학관계와 인도주의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지금과 같이 막연한 적개심에 머물러서는 안 되지요. 이 점만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참고: 영화를 보면 F-15k와 북한의 미그 29가 공중전을 펼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건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미그 29는 평양 근처에서 주로 있으면서 남한 침투보다는 방어적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우리나라 서울 한복판으로 들어올 확률도 적지요. 게다가 근접전은 F-15보다는 F-16이 먼저 나서게 될 확률이 높지요. 만약 F-15k와 붙게 되어도 사실 적기는 F-15k의 모습을 보지도 못한채 원거리에서 격추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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