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
항암을 마친 4월은 온 몸이 너덜너덜 했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재활의 성과가 나오며 9월 시합 때는 40~50프로까지 좋아졌고, 지금은 예전 컨디션의 2/3까지 올라왔다. 고무적이고, 감사한 결과이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한계인가보다. 2/3를 넘어서려 한 걸음 내딛거나 살짝 페이스를 올리면 바로 부상이 온다. 체력도 좋아지고, 기술도 향상되었으며 움직임도 좋아졌는데 여지없이 반복된다. 주짓수든 등산이든 뭐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도 그렇다.
빗금
먹이를 향해 걷는 쥐에게 전기자극을 주거나 굶주린 피라냐에게 투명 아크릴 판을 두고 통증을 주는 실험이 있다. 이후 자극이 사라져도 쥐나 피라냐가 더이상 전진하지 않는 결과를 내는데, 딱 내가 이 상태이다. 부상이 무서우니 자꾸 스스로 움츠러 든다.
오늘은 우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선듯 나서지도 못하면서 운동을 더하고 싶은 아쉬움이 크게 부딪쳤다. 그리고 마음에 빗금이 그어졌다. 이 빗금을 직시하노라니 인생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복잡한 실금이 하염없이 그어졌다.
갈피
인생을 잘 사는 방법 중 하나가 갈피를 잘 잡아가는 것이지 싶다. 수술 1년을 맞이하는 나는 뜻밖의 한계를 경험하며 갈피를 못잡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이런 큰 병도 처음, 재활도 처음, 한계경험도 처음, 뭐만 하면 다치는 것도 처음이니 어쩌면 갈피를 못잡는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회복의 지점
나비의 날개짓처럼 살아가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 이건 결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행운유수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해결될 수 있을까? 가능성의 실마리는 있는것 같다. 무리한 해결이나 갈피잡기 대신 자연스레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테니..
멈춤과 쉼, 비움을 상기하면 어떨까? 괜찮은 것 같다. 지금의 슬럼프? 한계? 우울?이 느껴지게 한 흐름을 멈추고 잠시 내 영혼을 바라보며 쉼과 비움을 시도해 보는 것. 좋다. 여기부터 시작해 보자.
기도
하나님, 저 지금 잘 하고 있는거 맞지요? 거칠어진 호흡을 제법 잘 가다듬은 것 같지요? 여려진 마음, 잘 다독이고 있지요? 살다보니 벼라별 경험, 느낌을 다 받아봅니다.
그래도 다시 추스릴 용기와 지혜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긴 안목과 호흡으로 천천히 나아가게 하시고, 마음이 태도가 되어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 않으며, 자신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하소서.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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