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이 인형탈을 쓰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 안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손을 흔들어대며 마음껏 웃음을 짓습니다. 뭘 특별히 해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한참을 이 모습을 보다 보니 문득 제 자신이 보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사람과의 만남에 '만남' 그 자체의 설렘과 기쁨이 사라지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만나곤 합니다. 또 무언가 내게 해주기를 바라거나 내게 무엇을 바라지는 않을까 나도 모르게 벽을 쌓아두고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저 사람은 어떻고, 이 사람은 어떻다며 나도 모르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며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졌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세상에 너무 찌들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은 게 아닌 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계산에 익숙해지며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것이지요. 여유가 없으니 순수함이 자리할 틈도 없습니다.
또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던 생각도 납니다. 그 때는 강아지 자체가 너무 예쁘고 녀석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에 기쁨과 행복을 느꼈었습니다. 뭐 대단한 녀석도 아니고 그저 동네 잡종견에 불과했지만 복슬이라 부르며 예뻐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누가 거저 준다해도 싫다 합니다. 털빠지고, 똥치우며, 밥 줄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종자가 좋은 녀석이면 고려해본다 합니다.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세상에 너무 찌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게 맞긴 맞나 봅니다. 그냥 계산만 해대며 계산기 같은 인생에 젖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속에 정체되고 동화되어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분명한 정신을 갖고 꿈을 꾸며 영혼의 호흡을 해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과 세상에 찌든 나를 관망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가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 영혼과 삶의 "여백의 미"를 즐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단단하면서도 탄력있는 대들보가 있는 우리의 전통가옥은 쉽게 무너지거나 상하지 않지요. 내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복잡하고 정신 없는 이 세상과 내 삶에서 단단하면서도 탄력있는 대들보를 세우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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