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 취미를 붙이게 된 것은 그리 좋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달 무리한 업무로 인해 5년 전 수술했던 디스크가 재발해서 재활운동차원으로 접근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등산을 해보니 참으로 많은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산을 오르며 대자연과 호흡하며 내 자신을 이겨가는 극기를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체력도 좋아지고 디스크 역시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초보수준에 머물러 동네 뒷산 정도만 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을 오르며 주변의 고수분들께 여러 조언을 얻기도 하는 데, 그 중 가장 재미난 조언은 바로 ‘부상’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등산을 하며 오르막에서 넘어지거나 발목이 삐끗할 때는 그렇게 큰 부상이 생기지 않지만 내리막길에서 하산시 부상을 당하면 매우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문득 우리네 인생도 이와 참으로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습니다. 좌절과 낙망이 나를 지배해 죽음의 유혹과 우울한 나날을 보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정상에 오르기 전 등산과 같은 경우라 생각해본다면 이 부상은 그리 큰 부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죽을 것만 같지만 좀 더 길게 내다본다면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었던 시기라 추억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편안한 삶과 안락함에 젖어 있을 때 당하는 시험이 더 큰 아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상의 궤도에 서거나 성공의 나날을 보낼 때 당하는 부상은 매우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보다 큰 유혹이 다가오는 데 비해 내 마음과 정신은 마치 하산할 때 풀려있는 긴장감과 다리와 같은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내 인생의 하향곡선 기울기를 보다 급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등산하는 내내 극기를 체험하며 대자연의 숨결과 호흡할 수 있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듯이 우리의 인생 역시 내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과 대자연 또는 하늘의 섭리와 함께 호흡할 수 있을 때 좀 더 만족할 수 있는 복된 인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반드시 높은 산을 올라야만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닌 것처럼 단순히 물질적 풍요와 명예만이 아닌 내 인생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바로 그러한 복된 인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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