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으로 가족 만찬을 즐기다.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11. 24. 10:50 Posted by 바람몰이

어려운 시기라 가족과 함께 외식한번 마음 놓고 못하는 가장의 마음은 생각보다 무게가 있다. 때론 허리를 계속해서 졸라매는 아내를 보며 괜시리 화를 내게 되고, 뒤돌아 미안해 가슴아파 하는 못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일요일 오후 아내와 할머니, 딸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 모두 뭔가 먹고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냥 집에 들어간다. 할머니께서 모두의 마음을 안고 대표로 말씀하신다.

"내가 살테니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주문해~"

이 못난 사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좋았을 걸 할머니 말씀에 굳이 토를 단다.

"그냥 있는 걸로 먹죠 뭐 돈을 쓰고 그래요"

바로 여기서부터 아내의 활약은 시작되었다. 아내의 복안은 짜장밥을 통해 분위기 전환도 하고, 외식 기분도 내본다는 것이다. 퉁탕 퉁탕 거린다. 예전에 사두었던 짜장 분말을 찾아 거기 넣을 야채를 써는 것이다. 가만보니 야채 역시 재료 사용 후 조금씩 남아있던 녀석들이었다. 

오호라~짜장을 잘 안해먹는 우리지만 제법 냄새가 그럴싸하다. 한참을 저으며 만들던 아내가 드디어 맛을 봐달라 하였다.

어라, 그런데 이거 뭔가 2% 부족하다. ㅋ


아내는 '아 이거 뭐가 문제지~뭐를 더 넣어야 하지'라며 연신 방법을 차증려 애를 쓴다. 그 때 내 머리를 스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내를 잠시 뒤로 보내며 가만 있어 보라 한다. 

내 아이디어는 남은 찬밥을 이용 짜장에 알맞은 맞춤식 볶음밥을 만드는 것이었다. 중국집의 볶음밥이 떠올랐던 것이다. 문제는 부족한 그 2%를 과연 이것이 채워줄 수 있느냐 였는 데, 나는 볶음밥의 씹는 느낌과 센스 있게 뿌리는 소금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다음은 프라이팬 위 볶음밥의 완성된 모습이다. 약간 노란색을 보이는 건 달걀을 풀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각 자 그릇에 옮겨 담았다.


다음은 아내가 만든 짜장의 모습이다. 건더기가 가라 앉아 그렇지 남은 야채로 만든 그 속은 매우 풍성한 상황이다.


이제 아내가 만든 짜장을 내가 만든 볶음밥 위에 얹어 놓는 차례이다. 일단 보기는 괜찮아 보였다.



다들 맛이 어떤가 물어보았다. 반응이 매우 좋다. 짜장에서 느껴졌던 2% 부족한 느낌이 잘 채워져 좋다 한다. 진짜 중국집 볶음밥 같단다.

아싸~작전 대성공!!ㅋ

이제 20개월 된 딸아이도 잘 먹는다. 좋아하는 눈치이다. 밥 먹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 줬더니 나름 자세도 잡아본다 ㅋ




오늘 우리 가족의 만찬은 재료비 5천원 내외쯤에서 해결된 것이었다. 물론 아내의 98%에 내가 단 2%를 보탠 것에 불과했지만 이 작은 노력으로 온 가족이 행복할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실 가만보면 남자는 특별히 잘 해주진 못해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스스로를 힘들게 할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꼭 밖에 나가 특별한 걸 해주거나 사주지 않아도, 온 가족이 함께 내 작은 노력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그 역시 참으로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질 거란 비관적인 얘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움을 어려움으로만 느낀다면 그 삶은 참으로 괴로운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부부가 맘을 모으고, 내가 작은 노력을 더해 어려움 속에서도 일상의 기쁨을 찾아갈 수 있다면 그 삶은 작은 행복이 피어나는. 어려워도 희망이 있는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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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미니스트의 이중생활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11. 21. 14:36 Posted by 바람몰이

장안의 화제였던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다보니 중간에 '제 아무리 날고 뛰는 여자도 애 낳으면 다 똑같아진다..저도 별 수 없다..' 라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지극히 작은 부분이었지만 우리 나라 여성의 현실이 한마디로 집약된 듯 하여 씁쓸한 마음이 들었었다.

요즘 주변을 보면 흔히 말하는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한다. 가정내 아내의 발언권도 상당하여 요즘은 오히려 고개 숙인 남자가 많아졌다고도 한다. 가만보면 상당히 맞는 말인 것도 같다.

그런데 그런 가정에서도 가사와 육아는 여전히 아내의 몫이고, 좀 좋은 남편은 자주 도와준다는 표현이 적절한 수준의 참여를 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장여성의 경우 가사분담 시간이 남성의 두배에 달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역시 비슷하다. 어느 잡지를 보니 한국의 남녀불평등지수가 악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인다. 세계경제포험의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보니 한국은 작년보다 11계단 하락하여 총 130개국에서 108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최하위권에는 아랍권 국가가 포진해 있으니 사실상 꼴등이나 다름없다.

(세계경제포럼은 교육과 보건, 고용, 정치 등 4개 부문에서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 하여 완전 평등을 0으로 가정한 후 평가하게 되는 데, 올해 우리는 작년 0.6409에서 0.6154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른 여성 근로자의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들고 있다. 이는 결국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적은 임금지출이 가능한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물론 남성 근로자 역시 특별히 나은 건 아니지만- 정리해고의 1순위도 여성 근로자이고, 현재 여성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임을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 근로자에게 더 많은 부분 영향이 끼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만약 그 여성 근로자가 그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면 그 영향은 더 크게 작용하고 만다.
  

얼마 전 신차 구입 후 열심히 운전 중인 여동생의 푸념을 들을 수 있었다. 운전을 하다보면 도대체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양보가 줄어든 요즘 모습일 수 있으나 유독 여자 운전자에게 더 심한 것 같다 한다.

나는 여동생의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예전에 어떤 이가 우리 나라 여자는 자신들이 얼마나 존중받는 지 모르고 부당한 대우 받은 것만 기억하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느끼게 하는 현실이 존재하여 느끼는 건데 어쩌란 말인가. 

아하..그런데 이거 참 웃긴다.

이런 글을 쓰는 나이지만 글을 쓰며 새벽 출근 전 함께 막 잠에서 깨어난 아내를 보고 "나 아침밥 안해줄거야?"라 따지던 게 생각난다. 신혼 초 인터넷으로 구입한 의자를 남자인 내가 조립해야한다 바득바득 우기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아내에게 윽박질러 울게 만든 것이 떠오른다. 새벽에 마구 울던 아이에게 똑같이 일하고 퇴근 한 아내를 깨워 우유를 주고, 달래라 하던 게 떠오른다. 

허허..잠시 거울을 피해다녀야 할까보다.

나의 이중생활에 코가 얼마나 길어져 있을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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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가 약간 안 된 즈음. 아내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장모님이셨다. 장모님께서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하셨다. 그 때 나는 출근 준비를 하려 샤워를 하던 참이었는 데, 밖이 순간 적막해지고 어색한 기운이 도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밖에 나가보니 역시나 아내의 표정은 굳어 있고, 욕실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애통함이 느껴졌다.

나는 급히 사무실에 전화하여 사정을 알렸다. 직장과 가까운 아내는(걸어서 3분) 사무실에 직접 가서 급한 서류 정리를 한 후 내려오기로 하였다. 처가에 가기 까지 약 두시간의 여유가 생긴 순간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아내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집안 청소와 내려가는 차에서 먹을 간식만들기였다. 이제 20개월 된 딸아이때문에 어지러진 방을 정리하니 휴~한참이 지난다. 다행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재빨리 간식 만들기에 들어갔다.

집안을 둘러보니 커다란 고구마 두개가 보였다. 맛탕을 할 까 했는 데, 그러기엔 시간이 좀 부족한 듯 싶었다. 허나 고구마 튀김을 하기에는 적당한 여유였다.

"옳커니!! 고구마 튀김을 해보자!!"


<고구마 튀김 만들기>

1.고구마 껍질 손질.
대개 고구마 튀김은 껍질을 안 벗기고 하는 경우가 많은 데, 내 손에 있던 녀석은 상한 곳이 좀 있어 손질하게 되었다.

2.적절한 크기로 자르기.
아이도 있기에 너무 크게 자를 수는 없었다. 딸아이도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손질하였다.

3.튀김가루 입히기.
반죽을 하여 튀김 옷을 입혀 하는 게 정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하고, 식용유가 많이 입힌 것은 아이를 생각해 꺼리는 편이다. 그래서 튀김 가루를 입히게 되었다.

나는 평소 요리를 할 때 재료를 남기지 않는 편이다. 심지어 가루조차 남기는 걸 꺼려한다. 본래 진정한 고수는 재료하나도 남기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 요리 재료를 통에 넣고 그 위에 적절한 양의 가루를 붓는 방식이다.



모든 고구마에 가루를 묻힌 후 남은 통의 모습이다. 가루가 거의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 계산은 정확했고, 나는 알뜰한 살림을 하였다. 후후후..^.^;;



4.달걀 옷 입힌 후 후라이팬에 튀기기.
달걀 두개를 그릇에 풀었다. 이 때, 나는 특제 소스를 첨가하곤 한다. 특제소스라 하여 뭐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다. 튀김을 좀 더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약간의 우유나 두유를 첨가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딸 아이가 먹다 남긴 검은 콩 두유를 살짝 넣었다. 달걀 자체는 약간 색이 어두워지나 실제 튀기게 되면 전혀 차이가 없다.


5.완성 된 모습.
위에 잠깐 언급했듯 우리 집은 식용유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래서 후라이팬에는 최소한의 식용유만을 부었다. 또한 접시에 키친 타올을 올려 놓고 한참 동안 기름을 빼는 과정을 거쳤다. 아래 사진은 고구마 튀김의 완성본이다. 그리 대단한 장식을 하거나 뛰어나게 예쁜 건 아니지만 제법 그럴 싸한 모습이다. 이것은 아내와 딸아이가 먹게 된 양이다.


아래 사진은 고구마 끝 부분과 약간 오래 튀겨진 부분이다. 이건 내가 먹을 부분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양이 제대로 된 것과 거의 비슷해 보인다. 이런..ㅡ.ㅡ;;



요리를 마칠 때쯤 하여 아내가 돌아왔다. 나에게 뭘 하냐 묻는다. 그래서 "당신이 울적해하길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어 깜짝 이벤트를 했다" 하였다.

그런데 이런..아뿔싸..

아내는 내가 샤워하는 동안 어제 먹다 남긴 파전을 혼자 먹었다 한다. 사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전날은 우리 결혼 기념일이라 저녁에 조촐한 파티를 했었고, 며칠 집을 비운 사이 남은 음식이 상할 까봐 혼자 먹었던 것이다. 당연히 아침부터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고구마 튀김이 제대로 먹힐리 없다.

결국 내 고구마 튀김은 오히려 아내의 속을 느끼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뿐이었다.

'흑흑..이거 완전 낭패로다..ㅠ.ㅜ'


처가에 내려가는 길. 아내는 그래도 신랑이 해준 음식이 고맙다고 고구마 튀김을 꾸역꾸역 먹는다.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그 정성을 봐주고, 고맙다 하며 먹어주는 게 사랑스럽다.

하지만 결국
처가 도착 후 이 고구마 튀김은 조카들의 손에 넘어갔고, 조카들은 맛있다며 한두개 집어 먹더니 어느 순간 한통을 다 비워놓았다. 하하하, 이런..^.^;;

우린 삼일장을 잘 치뤄냈다. 예배를 드리며 마음을 잘 다스리며 할머니를 보내드렸고, 염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상여를 들고 길을 걸으며 마지막 가는 길 까지 잘 배웅해드렸다. 수백명이 넘는 손님 역시 잘 대접하여 보내드렸다.


비록 깜짝 이벤트는 절반의 성공으로 그쳤지만 마지막 날에는 한결 평안해진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깜짝 이벤트의 성공보다 더 보람있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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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커져버린 아내의 모습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11. 17. 15:05 Posted by 바람몰이
시어머니도 아닌 시할머니와 함께 사는 건 그리 쉬운 얘기가 아니다. 벌써 나이차이만 50년 이상이 난다. 시간에 따른 문화적 차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느 것 하나 걸리지 않는 게 없다. 게다가 그 시할머니께서 평생 장사를 하시며 뛰어난 언변과 강한 고집을 가진 분이고, 신랑의 수입이 넉넉치 않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형편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내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시할머니를 
3년 동안 모시고 살았다. 기쁜 일도 많았지만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다. 때론 눈물을 훔치며 내게 따지는 아내를 보기도 해야했다. 한 없이 순수하고, 착하기만 하던 아내가 점점 성격이 날카로워지는 걸 보기도 해야했다.


물론 나나 할머니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나와 아내가 다투는 날이거나 내가 할머니께 이것저것 따지는 날에는 모두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겨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 어려움이 좀 풀리고 나아질까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는 거대한 벽 같은 것이 있었다. 우린 결국 분가를 결정해야만 했다.

어린 시절 생선장사로 날 길러주신 할머니시다. 할머니는 나를 막내 아들쯤으로 여기시고, 나 역시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여기고 있다. 따라서 분가 결정은 나로써는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우리 부부마저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또한 계속 나만의 주장을 하는 건 아내에 대한 배려가 없는 너무나도 이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동안 그 어린 나이에 그만하면 아내로써는  자기 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 아니 보통이상으로 훌륭한 아내였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아내가 이런 말을 꺼냈다. 오늘 할머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그냥 분가하지 말고 계속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다 말씀드렸다 한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하였다. 사연인 즉슨 이러했다. 

지난 주 수요일 아내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었다. 향년 87세 이셨다. 그런데 삼일간 장례를 치르며 아내는 여러 생각과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은 며느리로써 여러 상황과 시할머니를 보았는 데, 자신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이젠 시할머니를 며느리로써 뿐 아니라 자식의 눈으로 보게 되더라는 것이다.

자식의 눈으로 시할머니를 보게 되니 그 동안 못 보던 것이 보이고, 어찌해야할지 모르던 것을 알게 되더라 한다. 그러니 할머니와 막혀 있던 대화의 통로가 조금씩 열림이 느껴지고, 또 막혀 있던 부분도 어떻게 열어야 할지도 알 것 같다 하였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듣고 있어야만 했다. 혹시 '한 순간의 감정에 취해 한 얘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아내가 너무나도 진지하고, 그 말 속에 진실성이 잔뜩 스며 있었다.

나는 그 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다시 이런 말을 해준 아내가 그저 고맙기만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냥 분가하도록 하자" 고 얘기하였다. 아내에게 일종의 "휴가"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할머니께는 내가 좀 더 수고하며 왔다 갔다 하면 되는 일이었다.

또한 가만 살펴보니 아내에 비해 내 준비가 너무도 되어 있지 않았다. 신학 공부를 하며 나름 수도를 해왔다 생각했지만 나는 아내에 비해 한참 부족한 존재였다. 그러고 보면 그냥 분가하자 하는 말은 아내를 핑계로 내 부족함을 감추려 하는 어색한 도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정말 안 되는 건 안 되는 일인데..


이런 나를 보면 시어머니도 아닌 시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아내의 변화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50년이란 시간을 넘어서는..시할머니를 모시는 손주 며느리가 아닌 자식의 눈으로 보게 되는 참으로 놀라운 인식의 확장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 나는 장인, 장모님도 우리가 모시고 살자 했었다. 그러나 나는 내 할머니도 이해하고, 모시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과연 장인 장모님께는 그럴 수 있을것인지..적어도 아내가 내 할머니께 해드렸던 것만큼은 해야할텐데 그럴 수 있을런지..

아하..이거 걱정이 엄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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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짬을 내어 책을 펼쳤다. 논문을 엮음 모음집이었는 데, 이런 저런 어렵고 중요한 내용이 많아 밑줄을 그어야 했다. 필기도구가 필요했다. 평소 연필을 자주 쓰던 터라 연필을 찾았다.


그런데 허걱..연필심이 부러져 있다..ㅡ.ㅡ;;


흔히 "샤파"라고 하는 연필깎이를 찾았다. 보이지가 않았다. 이런..ㅜ.ㅠ;;

연필꽂이를 보니 커터가 있다. 무심결에 집어들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다. 연필이 너무 작아 깎는 게 쉽지가 않다. 순간 어린 시절 기억이 오버랩 되며 스쳐 지나갔다.


나는 생선장사와 삯바느질을 하시던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께서는 월남에서 허리를 다치셔 거동이 불편하셨기에 할머님께서 돈벌이를 하셨었다. 그래서 나와 여동생의 교육은 할아버지의 몫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고교 졸업을 할 때까지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역할을 하셨었다.

다섯살에 시골에 내려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다. 할머님은 시장에서 3000원짜리 가방과 800원짜리 철제필통, 1200원짜리 연필 한다스(지우개 달린 것)을 사오셨었다. 학교에 처음 가던 날 할아버지께서는 연필을 손수 깎아 주셨었다. 정확히 다섯개를 깎아 주셨었다. 한시간에 하나씩 쓰고, 혹시 모르니 한두개는 여유분으로 두라는 거였다.

이 후로도 할아버지는 매일 밤마다 연필을 깎아 주셨다. 자기 전에 미리 미리 책가방과 준비물을 챙기라는 평소의 가르침을 주셨었고, 내가 모든 준비를 끝내면 최종적으로 할아버지께서 깎아 주신 연필을 필통에 넣어 확인을 해주셨다. 

하루는 내가 직접 연필을 깎아 보겠다 한적이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위험해서 안된다 하셨다. 허나 나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검정색 학생용 칼을 들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고사리 같던 손에 무슨 힘이 있어 연필을 제대로 깎겠나..당연히 삐뚤빼뚤했고, 할아버지께서 마무리를 해주셨다.(지금 생각해보면 손가락을 베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사실 당시 친구들은 모두 "샤파"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끝이 뾰족한 연필을 사용했었다. 저학년 시절은 샤프의 사용이 금지되었었기에 뾰족한 연필심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샤파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샤파를 살 여유까지는 되지 않았었다. 내가 아직도 당시 책가방과 필통, 연필 가격을 기억하는 건 우리 집의 수입에 비해 너무도 큰 지출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저 이런 것마저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했다. (또 사실 감사했다. 두분이 얼마나 힘들게 우리 남매를 기르셨는 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할아버지는 돌아가셔 곁에 계시지 않는다. 살아생전 너무 고생만 하셔 내가 반드시 호강시켜드리리라 다짐했건만 내가 결혼하던 그 해 돌아가시고 말았다. 매일 밤 연필을 깎아 주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지 못한 것은 두고 두고 가슴의 한으로 남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나는 작년 초까지 안산의 한 작은 교회에서 독거노인을 섬기는 일을 해왔다. 지금 잠시 사정이 있어 떠나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돌아갈 곳이다. 그러나 몸뚱아리만 움직여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그렇다. 다시 책을 잡는 일이다.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체계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또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여의도를 감시하는 일이다. 저 양반들이 함부로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며 팔아먹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너무 먼 얘기이겠다. 당장 모시고 있는 할머님부터 챙겨야겠다. 장인, 장모님께 전화라도 드려야 겠다. 아내와 좀 더 행복한 가정을 이뤄야겠다.

아하..오늘 저녁은 내가 해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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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일을 시작하는 게 내심 설레이셨던 것 같다. 사실 연락은 아내에게 왔었다. 이걸 할머니께 연결해드렸고, 할머니는 해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셨다. 일을 맡기신 분과 어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오늘 아침부터 시작하게 되셨다.

벌써 증손녀까지 보셨지만 건강하신 제법 멋쟁이 할머니다.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지만 손주 형편이 넉넉치 못해 제대로 용돈한번 못드려 늘 죄송할 뿐이다.



할머니께서 시작하는 일은 장애인 활동보조이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통학을 돕는 일이다. 사실 나는 이 일이 그리 탐탁치 않았었다. 곧 날이 더 추워지게 되거나 비라도 오면 할머니 건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과 거리가 좀 되다보니 상당시간 걸으셔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더 반대할 수는 없었다. 죄송하고, 씁쓸한 마음을 품은 채 잘 하실 수 있도록 격려해드리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할머니께서 곧 분가하게 될 내부사정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셨고, 무엇보다 일을 한다는 기쁨이 너무 커 보이셨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나가신 오늘 아침.


집안이 썰렁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식사를 챙겨주시며 나를 깨우시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왠지 이상하다. 오랜만에 혼자 일어나다 보니 준비가 늦어 아침을 굶고 나와 허전함이 더하다. 아내가 취직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내심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할머니께서는 이제-얼마가 될지 모르긴 하나- 일을 통해 당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실 것이다. 또한 그것도 장애우를 섬기는 의미있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며 당신의 노후를 아름답게 수놓게 되실 것이다. 끝으로 얼마 되진 않지만 고정수입이 생김으로 당신 손주 과자라도 하나 사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실 것이다.
아내가 오는 주말에는 할머니의 취직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라도 한번 해야할까 보다. 걷기 편하신 운동화 한켤레 장만해드리기도 해야 할 듯 싶다. 찜질도 좀 하시면 좋을 테니 온열팩도 있으면 좋겠다.

허걱..

나도 아르바이트 해야하려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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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할머니의 수박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8. 15. 10:30 Posted by 바람몰이
나는 이른바 조손가정에서 자랐다. 내 나이 다섯에 부모님께서 헤어지시고 시골에 계신 조부모님께 맡겨졌던 것이다. 빨간 대야에 생선을 담아 파시던 내 할머님. 월남에서 허리를 다쳐 500원짜리 삯바느질을 하시던 내 할아버님. 나는 15년간 그렇게 성장했었다. 얼굴 한번 제대로 본 기억이 없는 아버지 덕에 국가 지원도 못 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 형편은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장차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라는 두분의 가르침과 헌신적인 사랑을 먹으며 그렇게 자라났다. 할아버님, 할머님은 내겐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분이셨다.

성인이 된 후 결혼을 하였다.  아쉽게도 할아버님은 이미 돌아가셨기에 나는 할머님만을 모시고 살고 있다. 하지만 월세방에 살며 지은지 20여년이 다 되는 집에 살며 변변히 용돈 한번 못 챙겨드리고 있다. 그래도 나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할머님의 말씀은 내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래도 할머님 보시기에 나는 아직까지 어린 아이 같은가 보다. 퇴근 후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시며 밥을 챙겨주신다(아내보다 내가 먼저 퇴근). 또한 식사 후 꼭 챙겨주시는 게 있는 데 그것이 바로 "수박"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수박이기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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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퇴근해보니 할머님 얼굴이 매우 피곤해 보이신다.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봤더니 복도 한쪽 켠에 있는 수박이 보인다. 얼핏보니 크기가 꽤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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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재어보니 8.8kg이나 되었다. 이 뜨거운 여름에 힘든 몸을 이끌고 사오셨으니 안 지칠래야 안 지칠 수가 없다. 이럴 때마다 나는 고맙고, 뭉클한 마음과 달리 할머님께 신경질을 내곤한다. 이렇게 뜨거울 땐 좀 집에 가만히 앉아 쉬시라는 거다.

그러나 나는 올해 여름 단 하루도 수박이 끊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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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 쪼개보니 제법 잘 익었다. 칼을 넣자마자 쫙~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고, 쪼개지고 나니 향긋한 냄새가 난다. 할머님께서도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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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내가 수박 물 흘리는 걸 싫어해 주로 화채를 담아 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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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라 담아보니 한참을 먹었는 데도 두통이나 나왔다. 양이 상당하다. 또 다시 엄청난 땀을 흘리며 손자에게 수박 한쪽 먹이겠단 마음으로 뙤약볕을 다니셨을 할머니 생각이 난다.

또 다시 뭉클한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삼킨다..


할머님께서는 기초노령연금 수혜자이시다. 가끔 작은 아버님께서 주시는 용돈을 받으신다. 그 외에 수입은 전혀 없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늘 돈이 딱 맞아 떨어지기는 하는 데, 정작 할머니 자신에게 쓰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 집 반찬거리와 손자와 증손녀 먹일 간식 거리로 다 나가는 게다.

나는 또 다시 신경질을 낸다.
 
왜 그러시냐고..제발 그러지 마시라고..이제는 그만큼 고생하셨으면 되었으니 할머니 자신을 위해 쓰시라고..놀러도 다니고, 친구도 사귀며, 맛있는 것도 사서 드시라고..

하지만 벌써 2년이 넘게 이런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자식은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부모님께 은혜를 갚으려 해도 늘 부족하다. 바다 같은 부모님의 사랑에 시냇물 수준의 자식의 효도가 비교 될수는 없다.

허나 그래도 늘 자식 걱정하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맛난 걸 먹이고자..죽을 때까지 헌신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사랑을 내 자식과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자 마음 먹게 된다. 또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되고자 다짐해본다.

이것이야말로 늘 부족한 이 철딱서니 없는 자식이..

그분들께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이자, 최선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첨부설문 : 내가 부모님께 하는 효도는 어떤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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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량 지수 측정의 굴욕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5. 17:24 Posted by 바람몰이
오늘 근무하는 곳에 보건소 직원들이 나와 BMI측정을 하였습니다. BMI란 body mass index의 약자로 체질량 지수를 의미합니다.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통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측정법이지요.

측정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먼저 쪽지에 나이와 체중, 음주 습관 등을 적습니다. 그리고 양말을 벗은 후 정육점 저울 같이 생긴 기계 위에 발을 맞춰 섭니다. 끝으로 두손에 측정기구를 가볍게 잡고 양팔을 좌우 45도 정도 벌린 후 섭니다. 그러면 직원께서 여러 가지 조건 입력 후 측정 하는 거지요. 대략 10초 내외가 걸립니다.


검사 후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의 BMi 지수는 표준치 18-23에 무려 30.4 였지요. 체지방률은 39.4 %에 근육량은 겨우 47.7kg에 불과했습니다..당연히 비만이구요..ㅠ.ㅜ

제가 이렇게 놀란 것은 그래도 한 때 운동 좀 했다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태권도 사범생활도 짧게 하고 이종격투기 대회 준비도 했었지요. 물론 이러다 허리를 다쳐 수술하게 되었지만요 ㅠ.ㅜ 허리 수술 후 운동을 못해 무려 15킬로 이상 쪘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리한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ㅠ.ㅜ 같이 근무 하는 동생 중에 마른 멸치처럼 뼈밖에 없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무려 근육량이 51킬로가 넘었지요. 저보다도 많게 나왔습니다. ㅠ.ㅜ

같이 근무하는 동생들에게 항상 건강과 운동 등을 강조하던 저는 결국..

놀림감이 되고 말았습니다..ㅠ.ㅜ

끝으로 친절하게 운동에 대한 조언까지 쪽지에 나오더군요.
<일일운동을 조깅 30분으로 했을 경우 약 85주 정도 꾸준하게 운동해야 합니다>

흑흑..

저 이제 몸 다시 풀고 만들어볼랍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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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2:11 Posted by 바람몰이
나는 내 자신을 얽어매는 굴레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좀 더 솔직히

현실적인 내 욕망을 인정하는 것이

민중의 본 모습일수도 있으리라..

어쩌면 내가 지닌 굴레들은

약한 나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일지도 모르겠다

내 목을 조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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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똑똑이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2:08 Posted by 바람몰이
하현이가 하는 말이

나는 참 아는 게 많단다

똑똑해 보인단다

공부 시간마다 신기하단다

어떻게 졸리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게

쏙쏙 신기하게 깨달음이 오도록 잘 가르쳐 주는가이다

이 말을 들으며 마음이 순간 굳어졌다

내 자신이 헛똑똑이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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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소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2:07 Posted by 바람몰이

아무리 감사하려 해도 가끔은

내 인생을 보며 한탄할 때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어째 이렇게 타고 태어난 인생인지..

어이 없음과 지친 영육을 붙잡으며

쓰디쓴 한줄기 실소를 품는다

허리가 부숴질만큼 애를 써도..

아무리 내 모든 걸 던져 헌신해도..

영원히 만족하지 못할 것같은 한 우물이 곁에 있고

변하지 않는 지독한 원수 가난이 있다

참..

이제야 좀..

안정된 가정 속에 마음의 평안이라도 얻을 까 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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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는 느낌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2:02 Posted by 바람몰이
내 에너지는 이미 내부에서 모두 고갈되고 있다

매일의 일상과 순간 속에서

하여 껍데기 밖에 남지 않는 나는

밖에 나가 껍데기 짓만 하고 있는 중이다

속이 비어 있어 계속되는 miss가 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껍데기 마저

찢어져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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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연민과 우울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1:59 Posted by 바람몰이
신뢰감이란 것은 내가 의도한다하여 쉽게 쌓이는 것은 아닌가 보다

요즘 나는 매사에 태클이 들어온다?

아니 태클에 걸려 쓰러지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내 의도와는 상관 없이 본의가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신뢰받지 못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감의 결여에서

전화한통조차 할 수 없는 힘없는 팔과

말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이든 내 영혼을 거쳐

자기 연민과 우울함을 즐기고 있는 나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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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1:55 Posted by 바람몰이

요 며칠 표정이 굳어 있다

한숨을 쉰다

가슴에서 무언가 불끈 불끈 올라와

허공을 가르며 주먹질을 하게 된다

나는 요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를 고민해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무엇때문인지. 어째서인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눈빛이 흐려진 나를

고개 숙인 나를

보고 있을 뿐이다

무력한 내가 서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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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어 옴을 느낌은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1:51 Posted by 바람몰이

아내와 딸 아이가 떠나고 나면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일 또 고된 삶의 현장으로 뛰어나가야만 하는 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계속 그래왔다..


가족이 떠난 빈자리는


그들이 있을 때는 모르지만

 
어둠이 짙어 갈 수록 온 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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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를 위로할 때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7. 10:11 Posted by 바람몰이

언제부터였을까..


때론 알 수 없는 과거를 헤매이며 답답한 마음을 품고 긴 한숨을 내쉬게 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때늦은 후회도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세월을 보상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나를 말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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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화가 난다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2. 26. 23:26 Posted by 바람몰이
따지고 보면 결혼 후 제대로 한번 웃게 해주지 못 했다.


끊임없이 눈물만 흐르게 했다.


대화를 빙자해 항상 내 요구만 관철시켜 왔다.


고생만 하게 했다..


그저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화가 난다.


조금만 더 인내하며 자연스레 상황을 타개해갈 수 있도록 나를 믿어 줄 수 없었을까..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웠나..


아니 내가 그렇게 살아왔었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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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2. 26. 22:43 Posted by 바람몰이

제법 머리가 있는 줄 알았다


제법 능력도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깨달았다


내겐 아무 능력도 머리도 없다


그저 무기력함에 몸서리치는


우스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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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네 바퀴

[LIFE]이 남자의 인생 2007. 11. 29. 10:52 Posted by 바람몰이
물 위 둥근 네 바퀴


내 손에 잡힌 핸들이 아닌


거대한 물결의 힘에 의지하는 녀석


순간 내 자신의 초라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살아 이 순간을 느낄 수 있음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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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LIFE]이 남자의 인생 2007. 11. 29. 01:20 Posted by 바람몰이

나는 가난하다.

지금 당장 상하수도 요금 낼 돈도 없고 아내에게 1000일 기념 선물을 해줄 여유도 없다.

우리 딸 아이 돌 잔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자 하는 못난이이다.

아마 나중에 커가면서도 아내와 딸 아이에게 변변한 옷한벌 못해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내에게 지워준 그 가난과 고생을 딸 아이의 작고 여린 손에 또 다시 남겨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아이가 작은 돈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지혜를 얻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만 하는 가난한 서민의 삶을 알며

꿈과 희망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몇 안되는 아빠이다.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며 웃어주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 세상에서 몇 안되는 행복한 남자이다.

그래서 나는 감사기도를 드리며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신께서 내게 주신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믿음과 함께..

이렇게 성장한 내 자신이 이 나라와 민족, 생명 세상에 보다 귀한 거름이 될 것이란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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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단순=

[LIFE]이 남자의 인생 2007. 11. 8. 10:42 Posted by 바람몰이

사랑하는 그대여


난 오늘도 그댈 생각해요


내 마음 속 가득 올라 오는


고마움, 미안함, 행복함, 힘듬...


사랑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이런게 사람사는 거고 사랑인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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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LIFE]이 남자의 인생 2007. 11. 8. 10:35 Posted by 바람몰이

불같이 시작해서, 불같이 이뤄가는 우리의 사랑.


나는 하나님의 뜻을 보며 결정을 했다.


난 그동안의 내 기도가 응답 받은 것이라 받아 들인다.


이제 하늘의 은혜를 통해 서로의 삶을 풍성히 일궈나가길 기도하고 있다.


우리를 통해 더 많은 열매가 맺어지길 기도하고 있다.


우리의 열매가 아름답게 맺어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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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이 남자의 인생 2007. 11. 8. 10:26 Posted by 바람몰이

어느 덧 우리의 연을 맺은지 2년이란 시간이 되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한데..


마치 어제 일만 같은데..


참 묘하고도 묘한 것이 사람의 인연이리라..


그저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연을 맺어주신 하나님께도..


부족한 나를 믿고, 늘 사랑으로 함께 해주는 선향에게도..


곧 태어날 우리의 아기에게도..


이래서 모두 기념일을 챙기나 보다.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행복한 사람! 임! 정! 혁!


우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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