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번호 제 2009006xxxx호 사건이 순경 000에게 접수되었습니다.
-경기부천 남부경찰
-경기부천 남부경찰
요즘 저는 지난 번 운동 중 '삐끗' 했던 허리 재활을 위해 열심히 운동 중입니다. (관련글 : 윽, 내허리! 잘못된 자세가 화를 부른다) 주로 걷기를 하고 있는데요. 어제 밤 역시 운동을 하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약 한시간 가량 열심히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땀방울도 살짝 맺히고, 허리 근육도 상당히 자극할 수 있어 기분이 매우 상쾌하였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몇 몇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경찰 두분과 경찰차도 있어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제 차를 주차해놓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찰분께서 짚고 있는 차량이 매우 낯이 익었습니다. 바로 제 차였던 것입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하여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경찰분에게 물었습니다.
"아~선생님, 혹시 제 차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질문을 하고 보니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제 차 조수석 쪽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있었고, 차에는 "짱돌"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만취되어 있는 노숙인 한분이 계셨고 말이지요.
차량 내부에 있던 돌. 이걸 이용하여 유리를 부수었다.
깨져서 조각난 조수석 유리. 썬팅지에 붙어 있다.
'허걱..아뿔싸..!!!'
예,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술에 취한 아저씨께서 유리를 부수고 들어가 쉬고 있었고, 이를 수상히 여긴 학생들이 신고를 해서 경찰이 출동한 상황이었습니다. 가만보니 이 아저씨는 담배를 너무 피고 싶어했습니다. 또 쉴 곳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앞에 제 차가 있었고, 땅 바닥에 있는 '짱돌'을 이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갔던 거지요.
경찰께서 이 아저씨의 처벌을 원하는가 물었습니다. 차량 내부를 살펴보니 다행이 분실된 물품은 없었습니다. 만취되어 무어라 얘기하는 지 알수는 없으나 이 아저씨의 마음에 나쁜 의도가 있는 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냥 이 분을 이렇게 보내드리면 또 다른 차량의 피해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피곤하지만 일단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빨리 조사를 받고 나오면 되고, 이 아저씨는 일단 술이 깨야 조사가 가능하기에 적어도 또 다른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서에 가보니 세상에..왜 이리 경찰분들 고생이 많으신지요..취객에 시달리고, 경찰서에서까지 싸우는 사람들 말리고..아무튼 밤 10시 30분에 최초 사고를 발견한 이 후 조사 후 집에 온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30분이 되었더군요. (조사 과정에서 보니 당연히 보상은 어렵구요. 그냥 자차 처리해야 할 것 같아 보험접수 하였습니다. 제 차는 3 dr 차량이라 유리 값이 좀 더 비싸다는..ㅠ.ㅜ;;)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니 마음이 참 씁쓸하였습니다. 술에 취해 주무시는 아저씨를 보며 '아..이 분도 한 때는 나처럼 젊음과 열정, 꿈이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또 '얼마나 쉬고 싶었으면..얼마나 고단했으면...'하는 마음과 '아..이게 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람..ㅠ.ㅜ;;' 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작은 수고를 통해 또 다른 차량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이참에 오래되었던 썬팅이나 다시 하자 하는 생각을 하니 조금 위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멀쩡한 사람도 하루 아침에 노숙인 신세가 되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정말이지 하루 속히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모두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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