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창기 필자부부는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다. 평소 아내에게 최선을 다해왔고, 서로 사랑하고 있다 자부했지만 명절 때만 되면 늘 이래왔다. 또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극으로 다가왔다. 명절 연휴 내내 서로 즐거워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필자부부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명절만 되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여성의 경우를 보자. 현재 여성은 주로 명절 연휴 내내 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온 몸이 부러질 듯 하다. 또 가만 앉아 있는 남편이 어찌나 얄미운지 모른다. 끝으로 내 부모님께 가지 못한다는 죄스럼도 가해져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그러면 그렇다고 남성은 편하고, 즐겁기만 한 것일까. 언뜻 보면 그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오랜시간 운전을 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다. 또 부쩍 얇아진 지갑탓에 심적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갖고 있는 '효자노릇'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다. 아내의 스트레스를 보면서 내 맘과 달리 이렇게 싸움까지 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함께 밀려오기도 한다.
결국 모두 즐거워야할 명절이지만 여성은 물론 남성 역시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가정법원의 자료를 보면 07년 추석연휴 다음 달에는 협의이혼이 8,888건으로 전달인 7,497건보다 1,300여건 늘었다. 08년 역시 추석연휴가 낀 9월에 4,579건이었으나 10월에는 7,965건으로 3,300여건이나 급증하였다.
출처 : 서울경제신문
그렇다면 우리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우는 "평등명절"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평등명절"이란 양성 모두 행복한 명절을 보내자는 마음에서 출발한 운동이다. 물론 주로 여성단체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그 취지와 목표점은 그렇다. 지금의 관습대로는 양성모두 고통을 겪기 쉬우니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명절을 보내보자는 것이다. 실제 필자의 경우는 이런 노력을 통해 부부간 갈등을 최소화 또는 거의 없앨 수가 있었다. 그 방법론을 아래와 같이 밝혀보도록 한다.
출처 : 매일신문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단 음식하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차례를 지내는 경우는 특히 더욱 그렇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해도 온 가족이 먹을 음식을 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는 필자가 함께 음식을 하게 되었다. 요즘은 전체 음식의 상당부분을 필자가 하는 것 같다.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데 남편이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내는 그것자체를 고마워한다.
보통 여성단체는 시가를 먼저 한번 갔으면 그 다음은 처가에 먼저 가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처럼 가정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상황에 따르되 서로 섭섭하지 않는 선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는 명절 전에 처가를 방문하여 처가에서 꽤 많은 일을 하고 오고 있다. (예 : 운전, 음식, 설거지 등 각 종 집안일 및 장인, 장모님과의 대화) 그래서 아내는 명절 당일에 처가에 가지 않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음식량 조절부터 필요하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의 경우 기름기나 입맛에 맞지 않는 이유 등으로 손이 잘 안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이를 과감히 빼버리거나 딱 1접시 분량만 하는 게 좋다. 필자의 경우는 기독교 예배를 드리지만 비신자들이 많아 차례상을 차리는 데, 항상 음식이 남게 되어 그 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예:갈비찜 등)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버려지는 음식량도 줄고, 비용도 절약하며,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었다(1회용품은 당연히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 추석연휴는 부쩍 길어진 기간탓에 운전, 음식장만 등의 피로강도가 부쩍 강해질 것이다. 또한 여전히 어려운 경기탓에 얇아진 지갑은 우리네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부부 또는 가족이 서로 돕고, 배려하는 문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추석연휴 만큼은 평등명절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여 작은 것부터 변화하는 노력을 기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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