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들어 과학이 발달하고 진화론적인 사고가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인류의 앞날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장구한 시일을 요하는 생물학적이나 지질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과학의 발달이 인류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고 이 땅을 낙원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전쟁문제는 사람들을 잘 교육시켜 의식을 일깨우면 해결되고 식량이나 가난이나 질병이나 그밖에 인간의 모든 고통과 수고는 과학기술이 해결해 주리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과연 20세기에 들어서서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많은 희망적인 결과들이 나타났지요. 교육사업이 크게 일어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되어 인류의 지식수준이 크게 높아졌고 언론매체를 타고 정보가 지구 구석구석까지 전달되면서 세상물정에도 눈이 밝아졌습니다. 유아 사망률이 떨어져서 예전에는 될수록 많이 낳아서 그 중에 살아남는 자식 몇 명만 키우던 것이 지금은 낳는 대로 거의 다 살아남기 때문에 골라서 낳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평균 수명도 이, 삼십 세에서 육, 칠십 세가 넘도록 크게 늘었구요. 말더스가 걱정하던 식량 문제도 오히려 식량증산이 인구증가를 앞질러 지금은 너무 많이 먹어서 뚱뚱한 것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군요. 그리고 지구의 경제규모가 100년만에 50배나 커지면서 인류는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면 오히려 A.절망적인 징조 역시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식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인간의 잔학성이나 전쟁의 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대전 중에 독일과 일본이 저지른 소름끼치는 만행, 그리고 지금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잔학한 모습은 지식수준이 인간성을 전혀 개조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수십 번 죽이고도 남을 핵무기는 전쟁의 위험이 오히려 극대화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유아 사망률이 줄었다지만 또 많은 생명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그 의학에 의해 낙태 당해 죽는 불행을 겪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암이나 에이즈 같은 고통스러운 질병으로 죽어가고도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아로 태어나 고통스럽게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러시아에는 열 명 중에 한 명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70만명이 태어나는 중에 5만명이 나면서부터 장애아라고 합니다.
식량생산이 인구증가율을 앞질렀다지만 선진국에서나 식량이 남아돌 뿐이고 굶어 죽는 인구는 오히려 해가 갈수록 증가해 왔습니다. 경제가 크게 발달했다지만 부유한 나라들만 더 부유해졌지 가난한 나라들은 옛날보다 오히려 더 가난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경제를 지탱하는 자원인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그 한계를 보이고 있고 삼림, 흙, 바다 등이 척박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장래 전망은 밝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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