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가르쳐 준 지혜3>
지난 토요일 교회 아이들과 가볍게 등산을 했습니다. 초등 6학년부터 고1까지 총 5명이었는 데요. 장소는 제가 자주 가는 부천 하우고개였습니다. 모두 오랜만에 바람을 쐬게 되어 들떠보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학생들은 방학도 방학이 아니니 말이지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산로 입구에 섰습니다. 오늘의 코스를 확인하고 오르기 시작했지요. 아니 그런데 초등 6학년짜리 녀석 하나가 불쑥 앞서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평소 아버지와 함께 자주 산에 올랐다 하여 큰 걱정은 안했지만 너무 앞서간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약 15분여가 흐르니 본 대열과 만나게 되더군요. 지쳐서 '헉헉~'대는 녀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나오는 꽤 많은 계단 앞에서는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본 대열이 한참을 기다리며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했지요 ^.^;;
그래도 참 착한 녀석들인 것이 웃으며 서로 기다려주고, 농담도 하면서 재밌게 정상까지 올라가더군요. 함께 길을 걸으며 하우고개의 명물 구름다리 앞에서 사진도 찍고, 정상에서 시원한 배도 한조각씩 먹어보았지요. 등산로 입구에서 떠놨던 약수도 서로 먹여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웃으며 산을 오르다보니 문득 우리네 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잘먹고, 잘 살아보겠다 앞만보고 달려가지요. 그러면 한 동안 잘 나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한숨 돌리려 옆을 돌아보면 아무도 없지요. 내가 지쳐 쓰러질 때 내 손을 잡아줄 이가 없습니다. 한 때 내 곁에서 웃음을 날리던 이들도 내게서 올 이익이 없으면 그냥 흩어지고 맙니다.
참 허무하지요. 지금까지 인생 뭐 살아왔나 싶은 공허함이 오기까지 합니다. 안타깝지요. 젊음과 열정을 모두 바쳐 지금까지 살아왔는 데, 막상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내게는 허무함만 남는다니..
가만보면 등산의 고수는 처음부터 힘을 쓰지 않더군요.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산을 오릅니다.
우리네 삶도 좀 그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너무 혼자서만 앞서가지 말고, 바람소리도 들어가면서.. 또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눠가면서..그러다 뒤쳐지는 사람 기다려주기도, 손도 잡아주면서 그렇게..뭐 이런 삶도 나쁘지 않을 테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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