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경찰의 성인지 능력이 의심됩니다. 지난 오원춘 사건 이 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 입니다. 성폭행 상황에 대한 이해가 과거와 달라진바 없다보니 또 다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지난 3일 새벽에 발생한 사건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성범죄 전과가 있어 이미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출장마시지 업소 여성을 불러 흉기로 위협을 가한 후 돈을 빼앗고, 성폭행을 하였습니다. 이 때, 이 여성을 데려다 줬던 일행이 경찰에 신고했고, 2분만에 출동한 경찰은 그 상황을 '자연스럽다'고 판단하며 40여 분 간 구경을 한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자연스럽다'의 기준입니다. 최근 성교육은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강력한 저항'만을 강조했던 것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초창기 저항 후 순응 혹은 순응 후 탈출 모색 등으로 대응법을 달리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시 위 상황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위 사건의 가해자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습니다. 그 동네는 오원춘이 살던 곳과 불과 500여 미터 거리였고요. 그 집안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가해자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합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피해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강력히 저항했어야 한다 말 합니다. 저는 이것이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실제 범죄자를 만나면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머릿속이 하얘지게 됩니다. 저항하고 싶어도 저항할 수 없고, 또 저항하다보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젖게 됩니다. 말하자면, 피해자에게 있어 당시 상황은 목숨이 오고가는 공포를 느꼈을지 모르는 순간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경찰은 '강간'의 상황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런 가해자 앞에서 어떻게, 얼마나 저항을 해야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성폭력은 상대방이 싫다고 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성적행위 즉, 합의나 동의 등이 전제되지 않은 모든 행위가 포함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상황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이지요. 판단기준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 후 나온 논평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은 유감이지만 피해자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고 말했다 합니다. 저는 앞 뒤가 안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성폭행은 여성의 안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요? 아닐 것입니다. 강간 상황 자체가 이미 피해자의 안전에 심대한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지금 보도된 것만 보면, 당시 경찰은 최소 4명 이상 출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네 명이 40여 분간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없었는지 답답합니다. 왜 새롭게 바뀐 지침 즉, 피해자가 위급하다고 생각하면 주인 허락 없이 진입할 수 있다는 지침은 적용하지 않았고, 허리에 차고 있던 테이저 건 등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당시 경찰은 성폭행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잘 기다려 준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 친구 중에도 경찰이 있습니다. 많은 경찰이 고생하고 있음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대응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원 경찰은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이 오고 갈지 모르는 공포의 순간에 처해 있었는데, 이걸 자연스럽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게다가 성폭행 상황 자체를 안전에 포함시키지 않는 모습에선 그동안 그렇게 큰 일을 겪었는데도 전혀 달라진바가 없음을 보였습니다. 

수원 경찰의 이러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경찰의 성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꼭 있어야 합니다. 이건 지침의 유무에 따른 문제가 아닌 '인식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 혹은 인지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지 못 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직원연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좀 더 내실있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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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범의 증가, 성폭력 예방대책의 실효성 의심된다.

법무부가 19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사범의 증가추세가 매우 심각합니다. 지난 해 전국 검찰청에 접수된 성폭력 사범은 2만 1116명으로 지난 07년(1만 5819명)에 비해 무려 33.5%나 증가된 상황이며 거의 매년 8-9%이상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것이 문제인 것은 지난 09년 조두순 사건 등 여러 사회적 이슈가 제기된 이 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 상태에서 보인 수치라는 데 있습니다. 즉, 우리가 뭔가 문제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한 여러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의미라는 이야기 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일어난 문제 파악은 했으나 그 원인진단을 잘못했고, 이에 따른 처방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머리가 아픈데 소화제를 처방한 것 또는 배가 아픈데 배에 파스를 붙인 것과 마찬가지란 의미란 것입니다.

성폭력 사범은 재범률이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별히 아동 성폭력 사범은 더욱 그렇습니다) 동종전과가 없는 경우보다 있는 경우가 2배 이상입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범죄자가 수혈되는 것도 있으나 한번 범행을 저질렀던 자가 다시 범행을 저질러 처벌받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거지요. 따라서 성폭력은 한번 범행을 저질렀던 자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로 재범률을 꾸준히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성폭력 예방대책이란 것은 하나 같이 '복수' 또는 '보복'을 위한 분노의 결과물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화학적 거세'이지요. 누차 말씀드렸듯 화학적 거세는 그 자체의 효과도 신뢰를 부여하기 힘들 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지금과 같은 인프라로는 제대로 시행될리 만무한 국민들의 정서를 이용한 전형적인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정책입니다. 또 CCTV를 많이 설치하고, 전자발찌를 오랫동안 부착하겠다고 하지요. 하나같이 겁을 주는 정책들입니다.

성폭력 예방대책, 철저한 사후관리부터 시작하라!

외국에서는 강력한 처벌과 동시에 철저한 교육과 치료가 늘 병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캐나다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인지행동교정치료 등 여러 치료와 교육의 결과 성범죄 재범률이 25%에서 15%대로 감소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 역시 인지행동치료 실시 후 8년간의 재범률 수집 결과 14.9%의 재범감소효과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하였지요. 뉴질랜드에서도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재범률이 3.2%에 불과하다는(불참자는 15-20%사이)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성폭력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예방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성폭력은 크게 볼 때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변화시키고, 가깝게 볼 때 성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예방해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즉, 철저한 사후관리가 곧 예방책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요약정리

지금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매우 심각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차분한 논의와 근본적인 대책수립 즉, 성차별적 사회구조나 우리 아이들의 돌봄사각지대 등에 대한 시정, 아이들은 물론 성인에 대한 철저한 성교육 실시, 성범죄자에 대한 근본적인 맨 투 맨 진료 및 진단과 교육 및 치료 실시 등은 참으로 미약합니다. 그에 비해 국민의 정서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정치인들은 참 활발하지요.

그러나 겁을 준다하여 성범죄자
들이 범행을 멈추지는 않습니다. 성범죄는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 있거나 지독한 마초근성 또는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재범을 막고자 한다면, 이들이 성범죄자가 되게 된 그 이유를 찾아보고, 철저한 사후관리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재범률이 유난히 높은 성범죄의 특성상 철저한 사후관리가 곧 예방책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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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시행이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성범죄자들은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욕이나 성충동을 억제하는 시술을 받게 되고, 아마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통해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두 딸을 둔 딸바보 아빠로서 성범죄 예방을 위해 뭔가 액션을 취하고 싶고, 정부의 분발을 촉구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 시행 한달을 앞두고 제 마음이 여전히 불편한 것은 왜 일까요.


1.성범죄는 '고환의 문제'가 아니다.

제가 가장 불만인 것은 성범죄를 고환의 문제로 보는 자세입니다. 화학적 거세의 요지는 결국 호르몬 조절을 통해 성욕 또는 성충동을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범죄자들의 성호르몬 수치가 보통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또 7-10% 내외의 성범죄자에게만 확학적 거세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성범죄라는 것 자체가 고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굉장히 심리적이면서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내면의 상처, 성인 여성 또는 동성간 친구들과의 사회성 문제, 사회적 고립, 변태 성욕 등이 모두 혼재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징벌을 목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이를 두고 연세대 손 모 교수는 성범죄는 '뇌와 인격의 문제'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가령 조두순 사건의 예를 한번 들어보지요. 우리가 만약 조두순이란 사람의 성기를 물리적으로 거세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안심하고, 우리 아이들을 맘 놓고 뛰어 놀으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두순은 단순히 성기삽입만 한 것이 아니라 각 종 이물질을 피해 아동의 성기에 삽입하고, 각 종 변태적 행위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지요. 

2.화학적 거세, 제대로 시행할 자신은 있나?

화학적 거세 시행에 대해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냐는 현실적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히) 이 제도가 성범죄자들에게 주사를 놓을 줄 아는 사람이 한달에 한두번 주사만 놓고 가는 방식으로 시행될 공산이 매우 크다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주무부서 자체가 법무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는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끊임 없이 가해자 자신을 돌아보고, 성감수성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준비가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의료계에서 하도 불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니까 이제야 선 치료 후 화학적 약물치료 라는 방식의 개정안이 나올 것이라 합니다.

게다가 더 웃긴 건 이 제도를 시행한 몇 나라가 모두 서양이기때문에 우리 나라와 같은 아시아의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요. 치료효과는 있을 것이며, 그 후에 부작용은 어떨까에 대한 데이터도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이란 겝니다. 의료계의 지적을 들어보면 이런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최소 5년은 필요하다던데, 우리는 사회적 분노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결합해 졸속으로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왕에 할거면 좀 체계적으로 잘 준비해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3.왜 피해자의 복지 얘기는 꺼내지 않는가?

가해자의 처벌도 좋습니다. 그런데 왜 피해자의 인권과 복지 얘기는 나오지 않는 걸까요. 얼마전 29세의 조선족 성폭행 피해여성이 재판도중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는 유서와 함께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의 법체계나 성폭행 처리절차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전히 피해자가 왜 그 때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냐거나 평소 행실이 어떻다는 등의 피해자를 오히려 문책하는 방식 즉, 피해자 유발론에 근거한 사례가 많습니다.

또 다른 예로 치료와 관련한 것을 들수도 있습니다. 대개 성폭행 피해자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입니다. 그러다보니 막상 성폭행 피해를 입고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막막해 합니다. 다행이 원스톱 지원센터가 생기고, 해바라기 아동센터 등이 있지만 접근하기가 너무도 힘이 듭니다.

현재 원스톱 지원센터의 경우 각 도별로 1개씩 밖에 없습니다(서울 경기 2곳). 또 해바라기 아동센터를 비슷한 처지지요(전국에 10곳). 그러니 지방의 경우 한번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하려면 부모님 중 하나는 사회생활을 아예 포기하고 하루종일 시달려야 합니다. 그러니 불만이란 것입니다. 왜 국민적 분노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에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가해자에게 약물을 주입하며 징벌만 하려하고, 정작 우리가 신경써야할 피해자의 인권과 치료에는 이렇게 부실하냐는 거지요.

종합정리

저는 화학적 거세 한달을 앞두고 여전히 불만이 많습니다. 두 딸을 가진 딸바보 아빠이기에 성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고,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닙니다. 좀 더 치밀하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치료와 인권을 위한 배려가 좀 더 많이 보강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지금처럼 한번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은 피해자를 두번 상처주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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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들 참 많습니다. 하도 이슈가 되니 검찰도 친절하게 성폭력 예방 10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월쯤이던가요. 서울의 모 검찰청 성폭력범죄대응센터에서 2010년에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던 사건을 분석했던 거지요. 

성폭력 사건 통계화의 함정


검찰이 발표한 이 예방법
은 범행장소,시간,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늦봄에서 여름 사이의 야간을 주의하고요,  성폭력 범죄는 장소를 불문한다 하였습니다. 또 성인의 경우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조심하라 하였습니다. 모르는 관계가 훨씬 많다는 거지요. 이 외에도 음료수를 무심코 마시지 말라 하고, 30대를 조심하라고도 합니다. 어린이의 경우는 초범자를 조심하라는 얘기가 인상 깊네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한 바로는 동종 전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얘기는 참으로 허무합니다. 저 논리대로라면 얼마전 있었던 76세 노파 성폭행 사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이웃집에 사는 50대 남성이 할머니를 흉기로 위협해 폭력을 행사하며 성폭행한 사건. 피해 할머니는 구타로 인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음) 말하자면 이것들은 하나하나 개별화-통계화시켜 예방법을 제시하다보니 엉뚱한 처방이 나온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라산을 가자해놓고, 백두산으로 가버린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문화나 사고방식, 사건처리 방식 등이 통째로 바뀔 수 있어야 사건이 일어나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고, 사건발생 자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성역할이 당연시되고,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인격이 사라져버리게 하며,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마저 'SEXY'를 요구하는 작금의 문화, 또 성매매를 특화시켜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이 현실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무엇을 조언하고 있는가


제가 가장 리얼한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직접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제시하는 항목들인데요. 아래의 그림을 한번 보도록 하지요.

 

검찰과 피해 생존자들의 세가지 차이점


어떤가요? 앞서 검찰이 제시한 것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지요? 검찰이 발표한 자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자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 가지로 보면 됩니다.

우선 첫째는 사건 발생의 성격을 진단하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검찰의 자료는 마치 성폭력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범행의 객관적인 장소나 가해자의 특징이 있는 것 같이 말하고, 특히, 옷차림이 얇으면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 말로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 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이것이 매우 치밀한 범죄이고,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며, 이 사건의 문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사건 발생 후 처리에 대한 얘기가 있고 없고 입니다. 9번과 10번의 경우는 정말 너무도 힘든 성폭력 사건처리 경험을 가진 피해자들의 경험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요즘 경찰이나 검찰의 처리과정이 훨씬 좋아졌다고는 합니다. 하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보니 구체적인 관심을 갖는 분도 늘어나고, 인식도 개선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대체로 냉혹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얼마전 한 성폭행 피해자는 법원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모욕을 느꼈다며 자살을 하고 말았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지요.

끝으로 세번째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해법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검찰의 자료만 보면 그 자료에 제시된 지역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 개별 사건을 종합하여 '범죄'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의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시간, 장소, 때, 나이 등을 가리지 않고 너무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즉, 단순한 범죄만을 두고 볼 게 아니라 성차별적 사회문화와 구조 등 근본적인 원인을 봐야 한다는 거지요.

정리하며

검찰의 자료를 많이 비판했지만 이렇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왕에 뭔가를 하려면 좀 현실적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증언과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요. 이들을 더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니 성폭행 피해자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러한 작은 노력이 가져올 결과가 생각보다 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사건을 접근 및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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