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서 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내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그리고 시골로 내려가 조부모님 밑에서 성장하게 되었다.
빨간 대야에 생선을 받아 팔아 나와 동생을 키우신 할머니. 이북 사람 특유의 투박함이 많고, 전쟁을 겪고 보릿고개를 넘어오며 형성된 거친 손과 말투가 있는 분이다.
할머니께서 나를 고아원에 보내지 않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 교회를 데려가신 것은 내 평생에 두고 두고 갚아야 할 은혜이다. 다섯 자녀를 키우시고, 두 손주까지 키우신 수고는 백 번 천 번 칭찬 받아도 모자란다.
지난 주일 아침, 예배 준비를 하던 중 할머님께서 위독하단 소식을 듣고, 세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병원을 찾았다. 도착 20분 만에 할머니께선 소천하시게 되었다.
아직 내겐 육신의 아버지가 계시긴 하나, 인생과 마음의 부모는 모두 주님 곁으로 떠나게 되었다. 마음이 공허하고, 가만 있어도 기운이 빠진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억지로 몸을 일으켜 일을 하지만, 사흘 밤낮을 설명해도 모자랄 만큼 특이하게 살아와서 인지, 마음이 올라오질 않는다.
이번 주 내내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게 될 것 같다.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그냥 이 느낌을 지금 그대로 느끼며 보내야겠다. 그냥 이번 주까지는 뭐든 애써보려는 나를 편안히 놓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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