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이 남자의 인생'에 해당되는 글 203건

  1. 2025.02.28 인생 밑바닥을 만나며
  2. 2024.12.28 주짓수 하는 40대 암환자, 블루벨트 승급하다
  3. 2024.11.22 성범죄 미수 가해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1
  4. 2024.11.01 88키로 근돼 스타일, 러닝 1개월 종합평가 합니다. 1
  5. 2024.10.25 암 진단 3년을 지나며 한라산에 올랐어요
  6. 2024.10.23 경도인지장애 관리 6개월 경과 기록 3
  7. 2024.08.12 새로운 비전을 보았으나 계속 기도합니다.
  8. 2024.08.11 27.3km, 38500보를 걷고 나니
  9. 2024.06.08 위기를 기회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10. 2024.04.23 오랜만에 울었습니다. 1
  11. 2024.03.09 암 환자의 몸 짱 도전기-새로운 도약 1
  12. 2024.01.06 배려는 나를 직면하며 마음의 뜰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13. 2023.12.02 주짓수 하는 40대 암환자, 4그랄 승급하다! 1
  14. 2023.11.28 교회성폭력 예방교육 표준강의안이 나온다
  15. 2023.11.03 암투병 합병증, 골다공증, 관리 참 어렵네
  16. 2023.10.02 오산 도보여행코스 종주완료. 꿀팁과 코스요약! 독산성, 필봉산, 마등산, 오산천. 1
  17. 2023.09.12 교권침해, 교권보호 강의를 위해 오.운.완 3
  18. 2023.09.01 주짓수코리아 방문, 귀면2를 사다.
  19. 2023.08.30 주짓수 하는 40대 암환자의 도전과 도약
  20. 2023.08.26 주짓수 대회(코리아주짓수챔피언쉽) 다녀 왔습니다. 2
  21. 2023.08.21 주짓수 하는 암환자, 화이트 3그랄 승급하다.
  22. 2023.08.10 아이패드 프로 액정사망..통교환 정책 참 별로다!
  23. 2023.07.18 매송휴게소(목포방향) 순두부짬뽕밥 후기(내돈내산)
  24. 2023.04.29 40대 중반 암환자가 주짓수를 11개월 하면서 느낀점 12가지 1
  25. 2023.02.20 덤으로 사는 인생
  26. 2023.02.18 나 때문에 교회를 떠난 건 아닐낀
  27. 2023.01.14 주님, 저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지요?
  28. 2023.01.14 지난 한 해도 수많은 사건과 씨름하며 보냈습니다.
  29. 2022.12.11 5차 동절기 추가접종 BA4/5 후기 1
  30. 2022.11.22 "행운유수 초무정질" 위국헌신 도복에 새기다

인생 밑바닥을 만나며

[LIFE]이 남자의 인생 2025. 2. 28. 16:31 Posted by 바람몰이

삶은 언제나 믿음을 시험하지만

문제보다 더 큰 이에 대한 믿음은

또 다른 나를 마주케 한다.

큰 산은 작은 산이 앞에 있어도 그 위엄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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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울리는 전화기에

끝없는 독촉이 나를 쫓고 있다.

분명 끝이 보이고 결과를 아는 싸움인데,

힘들고 지치는건 어쩔 수 없다.

길어야 앞으로 한달 정도..일텐데,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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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월 5시간에 걸친 대수술. 3월 고용량 항암치료. 그후 40여일이 넘게 홀로 격리생활을 하고, 방사능 후유증으로 미각세포 뿐 아니라 온 몸이 망가진채 20분을 제대로 못걷는 신세가 되었다.

극도의 스트레스, 소리가 안나는 목, 코로나 시기와 겹쳐버린 바람에 짊어지게 된 엄청난 빚까지...어느 것 하나 해결될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사실 이건 여전히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속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주짓수를 시작했다. 뭔가에 홀린 듯 체육관에 들어섰다. 그러나 상담을 하는 내내 한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이 운동은 그간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힙한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년-성인이 나이와 상관없이 구르며 웃고 즐기는 점이 색달랐다. 상대를 이기기보다 서로 힘을 빼려 노력하며 다치지 않게 배려한다. 내가 힘들면 쿨하게 쉬면서 있어도 된다.

그렇게 두려움, 놀라움, 설렘으로 시작한 주짓수가 벌써 2년 6개월을 꽉 채웠다. 이제는 체력도 좋아져서 어느 순간 푸쉬업, 버피, 스쿼트를 몇 백개씩 하고 10키로 마라톤을 즐기게 되었다. 매일같이 청소년-청년과 만나며 몸과 마음 모두 젊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드디어 블루벨트로 승급하게 되었다. 벨트를 보는 순간 감정이 벅차 올랐다. 죽음 근처까지 내려가며 살고자 발버둥 쳤던 시간이 눈앞을 스쳐갔다.

사실 이번 한해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제대로 해낸 것도 없고, 심지어 기존에 하던 몇 몇은 악화되기까지 했다. 지치고,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물로 기도의 단을 적시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해를 마무리 하는 지금 승급을 하고나니..

하.....

만감이 교차하고, 다시 일어설 전환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내 자신에게 소소한 선물을 했다. 그간 밀가루와 음료수를 못 마셨는데, 처음으로 페퍼로니빵을 먹고, 환타를 마셨다. 나는 무려 10년을 추적관찰 해야하는, 여전히 중증환자이지만, 오늘만큼은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이렇게 마음을 부여잡고, 올해를 털어내며,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내가 상상조차 못 할만큼의 인생을 예비하셨을 주님만 믿고 또 다시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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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친구는 초등생, 성범죄 미수 가해자로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언어소통이 불가하고 관련 예산문제로 여기저기 떠넘겨지다 나에게까지 연락이 온 사례이다.

당초 엄마와 아이 각각 50분씩 만나기로 했으나 실제로 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또 아파서 훨씬 긴 시간동안 상담, 교육,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특히, 아이는 마치 어린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다섯살부터 오랜기간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고, 타국에 있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채 살아왔다. 무섭고 어려운 양육환경에서 성장하며 늘 쳐져있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불안과 우울감, 타인에 대한 적대감, 왜소한 모습, 사회성 부족 등은 낯선 한국생활에서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며 급기야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하였다.

어쩔 수 없이 한 번의 만남으로 정리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나 지금 깊은 방황을 딛고 서있는 나라는 존재자체가 곧 공감이자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평소 10분도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 친구는 나와 무려 80분을 만났고, 뭐랄까...우리만 알 수 있는..언어를 넘어서는..일종의 울림이랄까? 아무튼 그런게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투병 이후 이런 류의 만남을 갖는게 많이 힘들어졌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급격히 지치는게 느껴진다. 맛있는거라도 먹으면 좀 나으려나..좋은 구경이라도 할까나..좋은 친구를 만나면 전환이 되려나..

이 아침, 결국 내 모든 것의 근원은 주님임을 고백하며 은혜를 구해본다. 은혜로만 살 수 있고, 걸을 수 있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내게 손을 내미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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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나 기록보다는 자세와 케이던스에 집중하며 시간 날때마다 간간히 뛰어본 결과, 5키로 39분대에서 36분대로 3분 단축, 쉬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볼만 함. 역시 욕심을 내려놓고 기본에 집중하는게 가장 빠른 길임.

정신적으로 좀 맑아지고 어지러움 같은 것도 완화된 느낌, 비교적 차분해진 것도 좋게 느껴짐. 주짓수 할 때도 숨차는게 덜하고, 산을 오를 때 다리 피로감이 덜함.

아침에 뛰는게 제일 힘들었고, 오늘처럼 점심 먹고 좀 쉬다가 뛰는 것도 몸이 엄청 무겁고 힘듦. 저녁에 여유로이 뛰는게 이런저런 측면에서 좋았음.

지금 나이키 보메로 17을 해외직구로 사서 신었는데, 아무래도 가짜인 듯 싶으나...ㅠ 아무리 싸구려라도 러닝화를 갖춰 신어야 중심이 더 안정되고, 자세 만드는데도 유리한 것 같음. 발분석도 하고 싶으나 예약이 꽉 차있어 거의 불가능해 아쉬움.

체중은 러닝 직후 최대 2키로까지 빠진 적도 있으나 식사량도 같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현상유지..ㅠ

이제 주짓수를 중심으로 등산, 러닝, 걷기를 번갈아가며 진행하니 지루하지도 않고 서로 탄력이 붙어 좋고, 특히 정신, 뇌, 심폐, 전신근육 및 인대강화에 탁월함을 느끼게 됨.

무엇보다 암 투병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뛸 수 있게 되어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맺힘. 감사해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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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웠던 코로나 시기, 딱 이 맘때 갑암 진단을 받았죠. 처음에는 별거 아니겠거니 했는데, 전이가 너무 많이 됐었어요. 양쪽 귀밑부터 쇄골 밑 혈관까지..수술시간이 5~6시간 정도였고 절개부위도 20센티 정도..

동위원소까지 마치고 참 힘들었어요. 몇 달간 말도 제대로 못하고 2~30분 걸으면 지쳐쓰러지고..감정조절이 어려워 가족끼리 갈등까지..휴..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회복을 위해 미친듯이 살았네요. 영양요법, 기능의학 공부도 엄청하고, 운동은 뭐..ㅋ 제가 지금 주짓수를 시작한지 2년 4개월째이고, 대한민국 명산을 계속 오릅니다. 러닝도 3~5키로씩 꾸준히 하고요. 첫 해에는 꼼짝을 못했지만 계속 움직이니 이렇게까지 되네요.

오늘은 3년차이기도 했고, 생일기념이기도 해서 다시 한라산에 올랐습니다. 동위원소 끝난 다음해부터 시작해 벌써 세번째입니다.

오늘은 성판악~관음사 코스로 왔는데요. 개인적으로 관음사~성판악 코스가 가장 힘들고요. 오늘 코스는 무난하다 보시면 되는데, 지침없이 꾸준한 페이스로 짧은 시간안에 잘 돌아왔습니다. 올해 여름 지나면서 체력이 급격히 좋아진 느낌입니다. 그전에는 조금씩 좋아지던게 점프한 것 같은..

정상에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지금 힘드신 모든 분께 제 사례가 희망과 용기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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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나이에 진단을 받고, 미친듯이 관리를 시작한지 6개월이 경과됐다. 3~4월만 해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억이 아예 입력되지 않아 가족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내가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일이 계속 되었다. 샤워 후 옷을 어디둔지 기억나지 않아 발가벗은채 몇 분씩 해매기도 했다. 가스렌지에 불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는 건 그냥 애교정도로 봐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누구에게 말 할 것이며, 누구에게 말한들 믿어 주기나 할까..기껏 믿을 수 있는 이에게 말했더니 모두 똑같이 나도 그렇다는 소리나 하고 있었다. 나이 먹어 깜빡깜빡 하는 것과 경도인지장애는 전혀 다른 것임을 4~50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세브란스 병원에 가보니 아예 신경과 교수조차 진단서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그냥 돌려 보내려 하더라. 그런데 그거 아는가. 이 모든 걸 가장 믿을 수 없는건 바로 나 자신임을.

어쨌든 내 인생 최대위기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급해졌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아도 사회생활은 할 수 있지만(심지어 일부러라도 계속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결국 치매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내게 가장 큰 실망을 끼친 것 역시 의학이었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때문이고, 이것이 쌓이는 걸 지연시켜 주는 약을 먹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아볼 수는 있었다. 유전적 요인인지, 혈관성인지, 알츠하이머인지..그런데 웃긴게 이미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는 그 원인을 아는게 크게 의미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원인을 알아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비슷할 것이라 뭐랄까..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문가 강의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직 공부할 수 있을 때, 뭔가 기록해두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을 때 움직여야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긴 아내마저도 내 상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내 살길은 나 혼자 찾을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기능의학'을 알게 됐다. 몇 백시간 분량의 강의를 들어보니 하는 얘기가 조금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 대한 내용은 같은데, 또 다른 접근을 하고 있었다. 즉, 장과 뇌를 한 축으로 보는 것,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등에 의해 형성된 신경독소가 신경을 공격하는 것, 뇌에 과도하게 쌓은 활성산소가 뇌혈관을 공격하여 상하게 하는 것, 호모 시스테인 수치가 높아져 뇌에 문제가 생긴 것, 비타민 B6,9,12의 결핍, 스트레스의 문제, 수면문제 등 정말 많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 얘기 대로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좋았다. 장누수와 신경독소 제거를 위해 NO슈거,NO글루텐,NO액상과당,NO식물성기름/저탄고단지+세미 케톤식을 시행했다. 아예 100일 정도는 모든 걸 끊어버렸다. 활성산소 제거를 위해 비타민C 메가도스를 하루 12000~15000을 시행, B군 고용량 복용(특히 12를 1000정도), 오메가3 메가도스, 마그네슘 400mg, 유산균 메가도스, 프레그네놀론, DHEA, L타이로신, 글루타치온 등을 순차적으로 기존 비타민D3+k2에 더해 시행했다. 기름은 모든 요리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했다. 

100일 정도 지나니 다른건 다 괜찮은데, 빵을 안 먹는게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호밀빵이 괜찮다고 해서 겨우 타협하였다. 일의 특성상 외식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공기밥을 안 먹거나 절반만 먹는 것으로 타협했다. 커피는 9:1의 비율로 드립커피 중심으로, 어쩔 수 없이 음료수를 마셔야 하면 제로로 선택하였다. 집에서는 백미 40+발아현미 40+잡곡20의 비율로 밥을 짓고, 우유와 계란은 무항생제로 선택했다. 집안의 대소사는 당분간 모두 안 하는 걸로 얘기하였다. 심지어 명절마저도. 잠은 6시간 이상 자려고 했고, 매일 주짓수나 러닝, 가끔 등산을 시행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일단 급격히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막은 느낌이다. 급브레이크를 잡은 것이 성공한 것 같은게, 특정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전에는 입력자체가 아예 안 되었는데, 지금은 깜빡은 해도 입력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말을 하는 것도 평소에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여전히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말을 더듬고,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일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고지혈증약과 혈압약은 다끊었지만 모두 정상수치를 보이고 있다. 체중은 4~5키로 정도 추가감량 할 수 있었다. 일단 샤워 후 옷이 어디둔지 몰라 헤매는 일은 없어졌다. 운전을 하면서 톨게이트를 잘 못 나가는 일도 아직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에너지가 모이질 않는다. 다른 사람과 공감을 하며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강사와 목회를 하는 내게는 치명적이다. 또한 순간적으로 상황을 놓칠 때가 많다. 수면시간이 조금만 틀어져도 일을 제대로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내 상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지금처럼 꾸준히 유지하면 더 악화되는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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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를 준비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 컨디션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수련회가 은혜 가운데 잘 끝나고, 내 마음도 감동과 보람으로 가득찰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힘들었다. 지금 상태로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이런 상태로 해도 되는 건지, 해도 얼마나 더 해야하는 건지..나는 산을 오르며 기도를 시작했다.

변산반도 내변산, 계룡산, 남한산성 남한산을 올랐다. 몸을 극한으로 몰아 붙이며 모든 잡념을 지우고, 오롯이 내면의 소리와 주님의 음성에 집중해 보려 했다. 내 스스로 지금 상황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마음이 안정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거나 강의, 설교를 들으며 산을 올랐는데, 체력이 바닥에 이를 때쯤 나는 이 작은 이어폰마저 거추장스럽고, 무겁다고 느껴졌다. 이에 이어폰을 바로 빼버리자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곤충 소리와 산을 휘감는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마치 자연에 스며든 하나님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아그간 내가 내 마음의 번민이 강해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 했구나..인간의 지식과 지혜를 듣다보니 주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구나..' 

이제부터는 바람, 계곡 물, 곤충, 동물 소리를 들으며 산을 올랐다. 내면을 비우고 주님의 음성을 간절히 사모하며 기도하니 깊은 감동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산에게 명령하여 바다에 던져지라는 권능을 주시진 않았지만, 저 산을 오를 수 있는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믿음을 주셨구나..'

'특정 기능. 말하기 능력, 암산력, 판단력 등은 급격히 감퇴했는데, 왜 공부하고 정리하며 운동하는 능력은 살려두셨을까..아, 나를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 믿어라.. 나를 믿는 자신감은 사라졌지만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단단해지게 하셨구나. 지금은 크게 넘어졌지만 주님께서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계시구나'

'왜 인생을 살며 인간을 가장 괴롭게 하는 질병을 한 번도 아닌 두번이나 경험하게 하셨을까..아, 이 경험을 통해 지금 아파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라는 것이구나. 그간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이제는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목회를 하라는 뜻이구나..'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중증 질환자나 삶의 고민과 아픔, 큰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너무 자연으로 가지 않지만 접근성이 좋은 한적한 곳에, 예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한 명 한 명과 깊은 만남을 갖는 목회를 하는 것. 중증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 내가 직접 돈을 버는게 아니라 이 뜻에 공감하는 이들의 힘을 받아 하나님 일을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큰 방향만 본 것일뿐 구체적인 부분까지 세워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계속 기도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역과 목회는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내 인생과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 새로 펼쳐질 인생 2막은 좀 다른 길이 펼쳐지지 않을까. 걱정하기 보다 기도하며 순종하는 것이 백배 더 나은 지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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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km, 38500보를 걷고 나니

[LIFE]이 남자의 인생 2024. 8. 11. 08:12 Posted by 바람몰이
 
암은 그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힘들지만, 진짜는 항암이 끝난 후이다. 항암자체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무섭고, 각종 약물을 복용하며 생기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나 역시 꽤나 고생을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자리에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 의학공부도 하고, 영양제도 먹으며 꾸준히 운동도 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운동과 비타민c 메가도스의 효과가 가장 뛰어났고, 저탄고지+ no슈거, no글루텐의 효과도 만족스러웠다.
 
 
오늘 하루 27.3키로에 걸쳐 트래킹 & 등산을 했다.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가을부터 뜻하지 않은 건강이상으로 고생 좀 하는데, 오늘만 같으면 다 나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어려운 현실은 여전하다. 건강상태나 재정 모두 드라마틱하게 변한건 없다. 그러나 이겨낼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 믿음으로 나아간다.
 
덕분에 기도도 하고, 공부도 하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으니, 완전 럭키비키이다. 이런 마음으로 또 하루를 살다보면 또 다시 좋은 날도 오겠지.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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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kg
암 투병 이후 2년 반만에 보는 숫자이다. 그간 주짓수를 주2~3회 90분씩, 다른 날은 헬스장을 가거나 산을 타며 운동을 했지만 감량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 골밀도가 떨어지며 6~70대의 뼈상태까지 악화 되었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중대한 진단을 하나 더 받게 되었는데, 나는 물론 의사조차 믿기 어려워 3회에 걸쳐 상담, 검사를 진행하며 세브란스에서까지 진단이 나오게 되었다. 암 투병 이후 생긴 각종 합병증과 약물 부작용 때문에 생긴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깊은 절망의 시간을 보내며 미친 듯이 살길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원인조차 설명을 못했고, 당연히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대체의학은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그리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하게 기능의학을 만나게 되었다. 이것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경험한 의사들이 연구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실낱 같은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치 벼랑 끝에서 살 길을 찾고, 대형트럭이 바로 눈 앞에서 멈춘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매일 몇 시간씩 시간을 내어 수백편의 강의를 들었다. 전문가의 노하우가 집약된 강의를 보며 계속 공부하니 순식간에 눈이 뜨였다. 심지어 아이들의 이해하기 어려웠던 말과 행동도 대강의 이해가 되었다.
 
처음 암 판정을 받고 마음이 무너짐을 경험하고, 이제 또 비슷한 길을 가게 되었지만....아이들을 더 깊이 만날 수 있게 되고, 이 녀석들이 건강히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게 되니....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영육을 살고 죽이는구나....를 깊이 체감하게 되니
 
'아, 이래서 하나님이 내게 시련을 또 주셨구나....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실수가 없고, 내가 측량 못할 계획이 있으시겠지....그냥 주님만 더 굳게 믿으면 될 것을....' 하는 깨달음과 은혜를 느끼게 된다.
 
5월 1일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약 40여일이 지난 지금의 내 상태는 여전히 별로이다. 이번 달에만 고가의 중요 검사를 3회 더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내 마음은 두 달 전과 아주 다르다. 몸도 아주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어 더 투지를 불타게 한다. 6개월 후 나는 감량도 성공하고, 건강지표가 최소한 악화되진 않게 하거나 호전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시편 37: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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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울었습니다.

[LIFE]이 남자의 인생 2024. 4. 23. 00:15 Posted by 바람몰이

어젯밤 꿈에 처음으로 작고하신 조부모님이 함께 나오시고, 거의 30년만에 할아버님 품에 안기자마자 그렇게 서러운 눈물이 쏟아지더니, 결국 오늘 이렇게 기가막힌 결과지를 받고 말았다.

손주가 얼마나 걱정되고, 마음 아팠으면 꿈까지 찾아와서 안아주며 위로해주신건지..아직 올 때가 아니라 돌려보내시더니 이젠 정신줄 제대로 부여 잡고 서럽게 살지 말라 말씀하시는 것만 같다.

남들은 하나만 경험해도 죽겠다고 할 일을 몇 번을 겪은건지..부모의 이혼, 버림, 아동학대, 결혼, 암, 합병증, 빚..내가 생각해도 좀 기구한 인생 아닌가..그나마 좋은 머리 하나 있었는데 이것도 시원치 않으니..

이제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난 어떻게 되는건지..애들은 어떡할지..아이고..그저 기도밖에 할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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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월 7일 암 수술 후 2년이 넘어간다. 처음 수술+항암 이후에는 몸이 걸레짝이 된 느낌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극심했으며 전신 무기력증에 수족냉증이 심해져 6월까지 양말을 신고 자야했다. 체중은 96.5kg까지 증가했었고, 혈압은 180까지 솟구쳤다. 골다공증 역시 덤으로 찾아왔었다. 

처음에는 걷기만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것도 7~8천보를 넘기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매일 시도했더니 어느 순간 1만보를 가뿐히 넘기기 시작했다. 대략 3~4개월 정도 걸린 듯 하다.

1만보를 넘어 2만보를 향하던 어느 순간 몸에 큰 변화가 없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와...산을 오르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졌으며 내려오자마자 쓰러져 잤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후 1년이 넘게 평일 쉬는 날,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했다. 특별히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는 매일 걷기를 했다. 그렇게 수술 15개월 후 나는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물론 후유증이 상당했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족냉증, 극심한 피로감, 전신 무기력증, 근력부족 등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어려웠다. 그때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찾아갔던 것이 주짓수였다. 주짓수 시작 후 1~2개월 동안은 준비운동만으로도 호흡이 딸렸다. 스파링을 한 번만 해도 팔다리가 후들거려 운전도 못 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몸이 너무 굳어 있어 제대로 기술구현도 못했었다. 

그래도 딱 한달만 버텨보자 시작했던 주짓수에 재미가 붙어 입관 3개월만에 대회에 나가 입상도 하고, 조금씩 몸이 좋아짐이 느껴졌다. 일단 매일 2~30분 전에 가서 스트레칭(요가)을 하는게 몸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됐고, 주짓수의 각종 롤링이나 드릴이 유연성과 기초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입관 1년 넘어까지는 몸 상태가 예전의 60% 수준이라 스파링 자체가 많이 무서웠다. 누군가와 대결이 무섭다기 보다는 몸이 안 좋아서 느껴지는 그런 두려움이었다. 근력도 딸리고, 호흡도 딸리며 혹시 다치면 어떡하지라는..뭐 그런..

이때 나는 또 다시 뭔가 도약이 필요함을 느꼈다. 마침 집 앞에 헬스장이 하나 생겼다. 과감히 6개월 선결제 후 등록을 했다. 주짓수를 매일 가면 몸이 너무 쑤시고, 힘들기도 했고..일단 야근이 있는 날은 출석이 어려워 주2~3회로 맞추고, 나머지 절반은 헬스를 했다. 예전에 허리 수술을 했기에 데드나 스쿼트를 강하게 할 순 없으나 각종 근력운동과 유산소는 등산에도 도움이 됐고, 일단 내가 다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게 했다. 당연히 주짓수 실력도 급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고, 기술구현도 좀 더 수월하게 이뤄졌다. 

주짓수 4그랄이 되자 뭔가 여유가 생겼다. 그간 죽도록 고생한 결과물이 이제야 올라온다는 느낌이랄까..이제는 예전만큼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이 즈음에 스미스머신으로 벤치프레스 100kg을 찍기까지 했고, 90kg으로는 수회 반복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 골다공증 검사 후 결과지를 받았던 날, 설날 산소에 다녀오면서 느꼈던 극심한 피로감에서 내가 여전히 암 환자란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지난 2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골다공증은 더 심해졌고, 9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은 피로감이란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뭐랄까...괴로움? 까지 느끼게 했다. 아, 아직 멀었구나..진짜 예전처럼 되는 건 불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이 피로감은 열흘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제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또 다시 뭔가 도약이 필요했다. 그래서 2월부터 주짓수가 끝나면 체력운동을 시작했다. 한 주정도는 결석했으니 이제 4주차로 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푸쉬업 100개를 도전했다. 3주차 때쯤 기술수련을 할때 아쉬움이 있어 여기에 버피테스트 100개를 추가했다. 아휴..힘들었다. 또 허리에 부담이 있어 2~3일 쯤 지나서부터 슬로우 업그레이드 버피(내려가고, 푸쉬업 하고, 두 다리 당기고, 스쿼트로 상승)로 전환했다. 4주차에는 복근운동을 추가했다. 상하체를 새우처럼 동시에 말아올리기이다. 약 3일정도 했는데,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체력운동 시작 후 한 달정도 지나니 아내가 내 가슴을 보며 깜짝 놀란다. 뱃살이 들어가기 시작한 걸 보고 또 놀란다. 아직까지는 근육통만 있을 뿐 테니스엘보나 무릎 통증은 없다. 대신 허리에 살짝 부담이 있는 듯 하여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체중변화도 아직 없다. 대신 눈바디를 통해 몸이 좋아진 걸 느끼고, 스파링을 할때 나는 평소처럼 했는데, 상대가 힘들어 하는게 보여 운동 효과가 느껴진다(당연히 배려하며 더 힘을 뺀다). 

지금 같아서는 이 페이스를 여름까지 가져갈까 싶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하지 않고, 체지방 감소+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한다. 그렇게 눈바디가 마음에 들 때쯤 바디프로필을 한번 찍어보고 싶다.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계속 성공해 왔다. 이번에도 그러고 싶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이미 건강에 엄청나게 겸손해졌는데, 더 겸손해 졌다는 것. 골다공증에 따른 부담감은 여전히 매우 크고, 피로감 역시 평생 가져가야할 숙제이다. 그나마 근력량이 늘어나서 불안이 조금 감소하긴 했는데, 신지는 평생 먹어야 하고, 골다공증 역시 영양제를 채워가며 평생 함께 갈 녀석이다. 에잇, 시합출전은 힘들어졌다. 

지난 2년 간의 운동후기를 이렇게 남긴다. 이번에는 건강회복의 차원에서 몸짱의 수준까지 도달하고자 한다.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지만 40대 중반, 암 환자로서 갈 수 있는 최선의 길까지 가볼까 한다. 그렇게 또 길을 걷고, 바닥을 구르다보면..몸을 늘리고 이완하다보면, 재발의 불안감도 많이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서울대에서 나온 자료를 보니 갑상선암 환자의 재발률은 10년 후 33%, 20년 후 50%가 넘는다. 나도 언젠가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몸을 계속 만든다. 또 다른 질병, 예컨대 뇌 혈관 질환(심혈관은 계속 병원 관리 중이라 걱정이 덜하다)이나 또 다른 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걸 한번 경험해보니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질병을 이겨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준비되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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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를 할수록

힘을 조절하며 부드럽게 상대를 받아들이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거나 무게중심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나를 직면하며 몸과 마음을 통제하고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걸 겸손히 되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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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다하여 이기고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닥에 깔려 있다하여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구조를 파악하며, 힘의 중심을 옮기면 적은 힘과 작은 체구로도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

언젠가 적었듯, 참으로 기가 막힌 운동이 아닌가! 우리네 인생도 절망 가운데 역전의 기회가 있고, 승승장구 하며 교만해지는 순간 무너지게 되는 것이 이치이니 말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 주짓수는 이러한 이치가 제대로 들어 맞았다. 항암 치료 후 걸레짝이 된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1년 6개월을 꽉 채웠다.

그간 영육이 강건해지며 주의 일을 위해 더욱 헌신하게 되니 이 운동을 만난 것은 성령의 인도하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춘들과 직접 몸으로 대화하는 효과가 정말 대단하다.

혹자는 그렇게 오래했는데, 아직도 흰띠냐고 묻기도 한다. 이럴때 나는 주짓수는 승급기간 자체도 워낙 길고, 무조건적인 승급이 전부가 아니라 답한다.

즉, 몸과 마음이 역동적인 상호작용 가운데 치유 및 성장하고, 초급자나 상대를 배려하며 힘 빼는 법을 배워야하며, 위급상황에서 생존하고 그것을 컨트롤 하며 이겨내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얼마전 70대 노인께서 블랙벨트로 승급하는 영상을 봤는데, 이런 의미에서 주짓수를 평생 가는 운동이라 하며 블랙벨트는 포기하지 않은 화이트벨트라 함을 깨닫게 된다.

하루 중 2시간을 일부러 멈추고 비웠지만 그 안에 충만함이 있으니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이다. 암 합병증으로 고생 좀 하는 40대 중반 주지떼로로서 청춘들과 계속 소통하며 더욱 건강해질 내일을 그려 본다.

Road to Black!!!
Either win or learn!!!
行雲流水 初無定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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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번 한해. 마음과 시간을 가장 많이 쓴 일 중 하나가 교회성폭력 예방교육 표준강의안을 쓰는 것이었다. 회의도 많이 하고, 교안수정도 많이 해서 거의 1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지난 코로나 3년동안 연구소가 망할뻔 한걸 대출로 겨우 버텼던터라 올해는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야했기에 이렇게 시간을 많이 뺄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동집필자로 참여하는 것 자체를 거절했었다.

그러나 NCCK차원에서(기.반.센과 함께) 교단별 협의와 합의를 거쳐 이런 귀한 교재를 내는데, 그간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하며 현장일을 해왔던 '40대 중반 남성' '기장 목회자'이자 '전문가'로서 그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의 수고가 모인 책이 나온다. 내용자체도 좋고, 한국교회의 뜻과 의지가 모인 책이 최초로 나오는 것이란 점도 의미있다. 강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PPT파일과 원고, 해설서도 제공되니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12월 14일에는 토크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나도 관계자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게 된다. 현장 참여자에게는 이 귀한 책이 '무료'로 제공(!)될 것이니 시간되는 분은 오시길 권하는 바이다.

휴..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지난 3년..

기독교성윤리지도사 60여명 이상 양성, 기장 성폭력대책위 2년간 활동, 기장 성희롱성폭력 매뉴얼 참여, NCCK성폭력 매뉴얼 자문, 한신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2년간 활동, 각종 폭력 피해자 2백 여명 무료 상담, 교회성폭력 예방교육 표준강의안 공저자 참여..

돌아보니 내가 가진 능력이상으로 이것저것 참 많이 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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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음 주까지 이런저런 검사를 하러 간다. 내가 환자라는 걸 상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골다공증 검사를 했다. 이 병은 암 투병 중 합병증으로 온 것인데, 한번 생기면 치료가 잘 되지 않아 관리가 어려운 질병이다.

기계에 몸을 맡기고 약 십분 남짓 검사를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결과를 기다린다. 잠시 후 내 이름을 부른다.

결과지를 보니 수치가 안 좋다. 일단 내가 아는 수준에서 해석해도 안 좋아 보였다. 의사를 만났다. 역시 예상대로다. 그간 관리를 꾸준히 했는데도 그렇다.

기분이 안 좋다. 크게 걱정하고, 무서운건 아니지만 일단 기분이 안 좋다. 아니다. 사실 걱정하며 더 관리해야 할 일이기도 함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 주는 또 어떤 결과가 나올까. 3~6개월에 한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삶이 계속된다. 암은 수술도 힘들지만 항암은 더 힘들고, 이후 관리의 까다로움은 저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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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도보여행코스 종주완료.

총 23.2km로서 독산성길/오산천길/필봉산길/마등산길 코스로 이뤄져 있다.

독산성길은 단순 걷기보다는 등산 후 트래킹이라 볼 수 있다. 약수도 좋고, 시원하며 운동량이나  풍경 모두 만족할 만하다.

오산천길은 마등산길과 연결되어 있는데, 워낙 정비가 잘 되어있고 예쁘며 코스도 평이하여 시간여유가 있다면 한번에 완주할 수 있다. 특히, 밤에 가면 정말 예쁘다.

필봉산길은 동탄쪽에서 들어가는 길이 엉망이기에 오산 쪽에서 약수를 뜨며 가는 것이 좋다. 정상에 이를 때쯤 계단이 계속 이어지는데, 힘들다 싶을때쯤 도착한다.

마등산길은 전체적으로 숲이 우거지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반복되어 운동하기 참 좋다. 총 5봉을 정복(?)하는 나름의 성취감도 있다.

그러나 공사구간이나 아파트 건축에 따른 도로 변경 등으로 트랭글 코스를 따라가기 힘든 편이다. 그냥 오산시에서 만들어 둔 등산로를 따라 가는 것이 좋다.

트랭글 어플 이용자 중 오산시 도보여행코스 완주자는 77명 뿐이다. 그러니 나도 어디가서 오산 좀 걸어봤다 할 수는 있겠다. 이런 소소한 성취감은 재활운동을 계속하며 얻는 보너스 같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이제 화성 3.1운동 만세길, 한남정맥 3구간을 완성하고, 한국의 명산 20개 등반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길을 다 걷고, 이 산을 다 오를 때 쯤에는 내 건강과 영성 모두 한단계 더 도약한 상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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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를 포함해 여러 학교 선생님들께서 돌아가시고, 교권 관련 법률과 고시안이 개정되면서 교육요청이 계속 들어온다.

학교는 학생인권과 교권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성장을 하는 것인데, 그간 선생님 관련 규정이 방치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다가 이제야 겨우 시늉정도 내고 있다.

이에 나도 이 계통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터라 가만 있을 수 없어 책임의식을 갖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야근이 계속 될 수밖에 없어 주3회 체육관 출석이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가만 있을 순 없지..호흡도 더 열고 체력도 궤도에 올려야 강의도 하고, 사건처리도 하며 롤링도 잘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어쩌면 나의 오.운.완은 나도 살리고, 다른 사람도 살리는 일일 수도 있겠다. 그래, 피곤하지만 오늘도 기꺼이 오.운.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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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기며 건강 회복에 무게를 뒀던 주짓수. 이제 진심을 담아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결단의 표현으로 도복을 주문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택배가 도착했는데, 이게 왠걸 너무 크지 않는가. 반품을 할까 고민하다 아예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뭐랄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강남 한복판에 있는 주짓수코리아 매장을 방문했다. 문을 들어서려는데 가슴이 설레는게 느껴졌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며 오산에서부터 올라온 수고를 염려해 준다. 고마웠다. 사이즈를 어떻게 골라야 될지 몰라하는 내게 적당한 것으로 추천해 주었다. 직원분의 눈썰미가 정확했다. 좋다. 편하고 예쁘다.

이제 꾸준히 정진하는 일만 남샀다. 여전히 컨디션은 예전의 7~80 프로 수준이지만 1년 정도 꾸준히 끌어올리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괜찮은 움직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도전의 순례길이 내 인생과 또 다른 누구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리라 믿고 과감히 나아간다.

P.S 다시 한번 주짓수에 흥미를 갖고 수련하게 지도해 주신 양동원 관장님과 좋은 도복을 소개하고 구입에 도움을 주신 조원희 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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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운동 차원에서 시작했던 주짓수. 그간 생활체육 수준에서 적당히 즐기며 몸과 마음이 서서히 좋아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상태는 암 투병 전의 대략 7~80프로 수준.

그런데 이제는 생활체육에서 한단계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다. 체력도 8~90프로까지 올리고, 체중감량도 하며 기술적 이해도도 높여 건강과 실력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이러다 다칠까 싶어, 한번 다치면 잘 낫지도 않아 겁도 나고..지금 하는 사역에 차질이 생기면 안되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으면, 꿈틀대지 않으면 그냥 늘 이대로인 것이 인생이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빠르지 않아도, 잠시 쉬었다 가도.. 도전 그 자체와 순례의 과정이 감동이 되리라 믿고 나아간다.  

그간 수고한 내게 주는 선물이자 결단의 마음을 담아 새 도복을 주문했다. 맘에 드는 세 종류의 도복이 있었는데, 여러 주짓수 카페 회원들의 조언을 듣고..특히, 조원희 선수의 조언을 듣고 귀면2를 주문했다.

덧붙여 목표도 생겼다.
1. 1년 동안 5키로 이상 10키로 이내 감량하기
2. 내년 가을 전에 바.프 찍기
3. 블루벨트까지 부끄럽지 않은 실력 기르기
4. 일년 후 대회에서 20대와 지치지 않고 2경기 소화하기
5. 다치지 않고 재밌게 모든 과정을 즐기기.

움직이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나비의 날개짓처럼
가벼이, 부드럽게
그렇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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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투병 이후 몸에 염증이 쌓이고 부으면서 체중이 무려 17키로 이상 늘어 97.5키로였습니다. 이대로는 암을 떠나 성인병에 또 죽을수도 있겠다싶어 1년간 감량을 해서 90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암환자는 면역력 문제로 인해 급격한 감량을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94키로, 마스터2로 출전하였죠. 하지만 상대가 없었고, 어덜트에 통합되며 급 청년들과 시합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 가서보니 20대 -94키로 선수들은 정말 건장하더라고요. 저처럼 몸이 부어서 체중이 늘어난 아저씨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매트 앞에서 대기하는데 긴장감이 상당하더라고요.

23세 청년과 붙게 되었습니다. 체격은 제가 작지만 당기는 힘이 제가 좀 더 낫다는걸 느끼고 바로 상대를 당기며 가드풀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상대가 바로 회피하며 사이드를 파고 듭니다. 클로즈가드 대실패..ㅠ.ㅠ

손을 뻗어 골반과 어깨-턱에 이르는 구조를 세우려 애쓰며 방어 하였습니다. 이에 상대는 회전하기 시작하며 제 구조를 넘어가려 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같이 돌며 계속 방어하였죠.

그런데 이 친구가 저보다 발이 더 빠르더라고요. 어느새 남북 포지션까지 왔습니다. 이때도 저는 이스케입 및 리커버리를 위해 애썼는데요. 이게 거의 2분간 진행됩니다.

순간 잠시 움직임이 잦아들기에 몸을 돌려 세우며 터틀자세로 빠져 나왔습니다. 비록 점수는 뺏겼지만 아직 할 만했고 터틀자세에서 다시 기회를 만드려 했지요.

ㅋ그런데 또 이게 웬걸..이 친구가 그 큰 덩치로 순식간에 몸을 빼며 백으로 올라탔네요. 사실 체육관에서 스파링 할 때는 대부분 저보다 가벼워서인지 백을 잡혀도 잘 나왔거든요. 근데 -94짜리 청년이 올라오니 와..이스케입이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작전을 바꿔 초크를 방어하며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움직임이 한참 없으면 일어나라고 하잖아요. 그걸 노렸죠. 나중에 영상을 보니 실제 주심도 시간체크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상대도 기회를 놓치기 싫었겠죠. 어떻게든 손을 파고 들더라고요. 저는 결국 탭을 치고 말았네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는데, 좋은 소식 못드려 많이 민망하네요..ㅠ.ㅠ

그래도 크게 부상 없이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20대 친구들에게 크게 배웠네요. 앞으로 또 열심히 수련하고 또 참가해 보겠습니다. 음..이제 남북자세, 터틀자세 연습도 좀 하고, 20대들과 스파링도 좀 더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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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달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주짓수가 벌써 1년 2개월이 되었다. 작년 개관멤버로 등록했던 것인데, 그간의 수련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되었다.
일단 체력이 좋아졌고, 호흡도 많이 돌아왔다. 상하-좌우-전후로 움직이며 밸런스가 잡히고, 상대를 믿고 기술을 주고 받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주짓수는 나와 상대를 두루 살피며 구조를 만들어 힘을 빼고, 지렛대 원리와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적은 힘을 극대화 시킨다. 그래서 바닥에 깔려도 역전이 가능하고, 체격이 작거나 힘이 약해도 상대를 넘길 수 있다.
반대로 상대를 이기며 깔아누르려 무리하면 꼭 부상이 오고, 강한 힘을 쓰다보면 여지없이 뒤집히게 된다. 서둘러 급히 기술을 걸면 되는게 없고, 오히려 카운터를 맞기도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온 몸으로 배울 수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운동이다. 때론 작은자를 들어 큰 자를 꺾으시는 성경의 수많은 사건이 생각날 때도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엊그제 승급식에서는 영광스럽게도 3그랄 승급을 이루었다. 지금은 머리로 이해한 것을 기술적으로 딱 3그랄 수준 정도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몸과 정신, 의지가 합일을 이루는 경험이 쌓이니 자신감도 그만큼 충전되었다.
이제 다음 주에 있을 시합을 잘 마무리 해야한다. 다치지 않고 그간 연습한 대로 가보자. 또 재밌고 신나게 건강해진 만큼 신명나게 남은 한해의 사역을 감당해 보고자 한다.
움직이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욕심은 비우고, 내가 갈 수 있고, 가야하는 길을 성령의 인도하심대로 가다보면 또 하나의 열매가 맺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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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들..특히 둘째에 의해 ^^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아이패드 프로 사망.

애플은 as만 들어가면 정내미가 뚝 떨어지는게,

구입 후 1년이 지나면 부분수리 같은 개념이 없고 통교환을 하라고 하기 때문.

즉, 새로 하나 다시 사라는 얘기!

참나..

얘들아~아빠가 예상밖 큰 지출을 하는게 어째서 너만의 책임이겠니..충분히 예상하지 못 한 아빠와 통교환 정책의 애플도 책임이 있지..그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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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는 장마와 운전. 피곤한 출장길을 위로하는건 역시 향긋한 커피와 맛있는 밥이다.

오늘은 매송휴게소 하행선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얼큰한게 땡긴다.

그러나 밀가루는 원치 않는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는 뱃살을 보며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하기에 짬뽕은 거르게 되었다.



방황하며 휴게소를 거닐던 내 눈에 순두부짬뽕밥이 들어왔다. 무려 11,000원이라는 거금!이 들지만 단백질과 얼큰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였으니 투자해야 한다.

밑반찬은 셀프이다. 맛을 보니 내게는 적절한, 보통의 사람에게는 살짝 신듯한 깍두기의 궁합이 좋았다.


공기밥의 양은 넉넉했다. 요즘 식당생각을 하면 이렇게 많은 양이 신기할 정도..

국물을 떠보니 소고기짬뽕 베이스에 순두부를 넣은 것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두부양도 충분하고, 간도 적당하다.

본격적인 식사를 했다. 밥을 말았음에도 간이 흔들리지 않는다. 적당한 해산물의 양은 이것이 짬뽕임을 잊지 않게 한다. 짬뽕 속 김치는 오래삶아진 듯 흐물흐물하다. 씹는 재미나 김치의 맛은 이미 녹아들어 있어 없는 편이다.

목이버섯은 보통의 중국집 그대로이다. 홍합, 파, 목이버섯, 깍두기 조합으로 먹어보니... 맛있다.

먹다보니 살짝 기분좋은 시원한 땀이 흐른다. 짬뽕은 이런 맛으로 먹는다. 얼큰함, 알싸함, 시원함!

처음 먹어 본 매송휴게소 순두부짬뽕. 가격은 좀 나가지만 8500~9000원짜리 찌개보다 훨씬 만족스런 선택이다. 오랜만에 휴게소에서 잘 먹었다. 내 입에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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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암환자가 주짓수를 11개월 간 수련하면서 느낀점 12가지>

1. 아직 살아있다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2. 의학적 건강지표도 좋아지며
3. 이것이 실제 체력으로 증명된다.

4. 내면의 두려움을 직면할 수 있으며
5. 아팠거나 약해진 마음이 회복되어
6. 눈빛과 표정으로 드러난다.

어린이부터 50대 선배님들과 부드럽게 롤링하는 가운데

7. 아름다운 청춘을 만나며
8. 시대와 세대를 넘어 소통할 수 있고
9. 내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다.

균형점과 지렛대, 구조를 만들어 가며

10. 적은 힘으로 무리하지 않으며 효율성을 높이고
11. 멈춤과 쉼, 움직임의 타이밍을 찾게 되며
12. 삶의 균형과 조화 가운데 인생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다.

<주의사항>
1. 옛날 생각하며 힘을 쓰면 반드시 부상이 온다.
2. 매일 출석하며 속성으로 승급하려 해도 반드시 부상이 온다.
3. 스파링을 승부로 여기며 덤벼도 반드시 부상이 온다.
4. 바닥에 깔려 나오지 못했다거나 중학생에게 탭을 쳤다고 자존심 상할 필요 없다.
5. 운동한다고 가정을 소홀히 하면 인생이 정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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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사는 인생

[LIFE]이 남자의 인생 2023. 2. 20. 12:41 Posted by 바람몰이


며칠 전 우연히 내가 갑상선암 학회 사례 발표 대상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초기 전이상태, 수술 난도, 40대 남성으로서는 드문 케이스, 건강한 현재 예후 때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불쾌한 마음은 커녕 기쁘고, 감사한 생각마저 들었다. 훌륭한 의료진을 만난 것, 많은 분들의 기도를 받고(극한의 상황에 이르니 몸으로 기도의 기운이 느껴짐), 또 수많은 도움의 손길에..우연히 만난 재밌는 운동까지!

사실 여전히 나도 내가 겪은 암이 믿겨지지 않는다. 내게 이런 병이 생긴 것도, 상태가 이렇게까지 안 좋았던 것도, 힘겨운 회복과정이나 지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모든 낯선 순간들까지.

그러나 이 낯섦이 감사한 것은 내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과 그렇지 아니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겸손함이 생겼고, 지금 사는 삶은 주님의 은혜와 많은 분들 덕에 덤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몸이 내는 소리를 듣고, 마음도 의식해 가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나비처럼, 움직이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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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척을 하고 5년을 꽉 채웠다. 그간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처음 만났던 친구들 대부분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다니고 있으니, 또 그 중 절반이상이 세례까지 받았으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반대로 교회를 떠난 친구들도 여럿이 있다. 물론 대부분 이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난 경우이지만 그 중 서너 명은 교회에서 허전함이나 아쉬움을 느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친구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얹어줘야 하지 않았을까, 내게 고민 상담을 할 때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나 때문에 교회를 떠나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사실 고민을 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지만, 이제와 자책한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요즘처럼 교회학교를 '유지'조차 하는 것이 어려운 때에, 한 영혼 한 영혼의 소중함이 너무나도 커서..나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보다 훨씬 훌륭한 분께서 이 친구들을 다시 품고 기도해주시겠지..주님께서 다시 이 친구를 불러주시겠지..이렇게 되뇌이며 아린 마음을 부여잡아 보는 것 뿐..

낮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앞으로도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토요일 밤.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마음에 꼭 품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 때문에 애태우셨을 주님의 마음이 조금 더 깊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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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
항암을 마친 4월은 온 몸이 너덜너덜 했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재활의 성과가 나오며 9월 시합 때는 40~50프로까지 좋아졌고, 지금은 예전 컨디션의 2/3까지 올라왔다. 고무적이고, 감사한 결과이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한계인가보다. 2/3를 넘어서려 한 걸음 내딛거나 살짝 페이스를 올리면 바로 부상이 온다. 체력도 좋아지고, 기술도 향상되었으며 움직임도 좋아졌는데 여지없이 반복된다. 주짓수든 등산이든 뭐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도 그렇다.
빗금
먹이를 향해 걷는 쥐에게 전기자극을 주거나 굶주린 피라냐에게 투명 아크릴 판을 두고 통증을 주는 실험이 있다. 이후 자극이 사라져도 쥐나 피라냐가 더이상 전진하지 않는 결과를 내는데, 딱 내가 이 상태이다. 부상이 무서우니 자꾸 스스로 움츠러 든다.
오늘은 우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선듯 나서지도 못하면서 운동을 더하고 싶은 아쉬움이 크게 부딪쳤다. 그리고 마음에 빗금이 그어졌다. 이 빗금을 직시하노라니 인생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복잡한 실금이 하염없이 그어졌다.
갈피
인생을 잘 사는 방법 중 하나가 갈피를 잘 잡아가는 것이지 싶다. 수술 1년을 맞이하는 나는 뜻밖의 한계를 경험하며 갈피를 못잡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이런 큰 병도 처음, 재활도 처음, 한계경험도 처음, 뭐만 하면 다치는 것도 처음이니 어쩌면 갈피를 못잡는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회복의 지점
나비의 날개짓처럼 살아가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 이건 결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행운유수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해결될 수 있을까? 가능성의 실마리는 있는것 같다. 무리한 해결이나 갈피잡기 대신 자연스레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테니..
멈춤과 쉼, 비움을 상기하면 어떨까? 괜찮은 것 같다. 지금의 슬럼프? 한계? 우울?이 느껴지게 한 흐름을 멈추고 잠시 내 영혼을 바라보며 쉼과 비움을 시도해 보는 것. 좋다. 여기부터 시작해 보자.
기도
하나님, 저 지금 잘 하고 있는거 맞지요? 거칠어진 호흡을 제법 잘 가다듬은 것 같지요? 여려진 마음, 잘 다독이고 있지요? 살다보니 벼라별 경험, 느낌을 다 받아봅니다.
그래도 다시 추스릴 용기와 지혜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긴 안목과 호흡으로 천천히 나아가게 하시고, 마음이 태도가 되어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 않으며, 자신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하소서.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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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신교육연구소 임정혁 목사입니다. 지금 정리해보니 지난 한 해 저와 저희 연구소 강사님들이 많은 교육을 진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저희를 믿어 주심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담당했던 총 25건의 단기-장기사건 상담이었습니다. 가정폭력, 부부상담, 자녀교육, 학교폭력, 성희롱-성폭력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건이 접수되었습니다.

2022년 상담의 특징은 그 전에 비해 장기사건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1건 당 평균 1~2개월 정도 소요되었고, 제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으니 거의 매일 몇 건의 사건과 계속 씨름 하며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자신도 추스리기 힘든 시간이었고요. 당장 생활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는데, 모든 것을 무료로 하다 보니 참 오지랖 넓다는 소리도 듣고, 또 저도 그런 생각이 올라왔었으니 말이죠.

그러나 인생의 큰 아픔을 한 번 겪고 보니 피해자분들과 더 깊이 공감하며 진심을 다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더 건강히 회복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내가 걷는 이 길이 얼마나 귀한 길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도 잘 살아가겠습니다. 다만, 너무 열심히 살지는 않겠고요. 책임도 너무 많이 지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겠고요. 제 마음과 건강도 잘 챙기며 가겠습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게 즐겁게 살아가기도 하겠습니다.

이번 한 해도 많은 성원과 기도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도 함께 힘을 보태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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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동절기 추가접종 BA4/5 후기

[LIFE]이 남자의 인생 2022. 12. 11. 07:17 Posted by 바람몰이


5차 백신 즉, 동절기 추가접종 1일차 후기.

처음 반나절은 전혀 이상이 없었으나 밤 10시 즉, 12시간 정도 경과하니 몸이 무거움을 느꼈다. 잠을 자려고 누우니 땅속으로 몸이 푹 들가는 기분이었다.

식욕이 돋았다. 이상하게 백신접종을 할 때마다 그런다. 물을 많이 찾게 된다. 목이 메마르는 느낌이랄까..어쨌든 그간 안 먹었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먹어댔다.

아침이 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머리도 띵~한 상태라 타이레놀을 하나 먹어야 예배인도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나마 열이 없는건 다행이다.

노바백스 접종 때는 아예 이런 증상이 없어서 참 편했었다. 내 몸에 잘 맞는 백신인건지 아니면 여러 차례 접종해서 그런건지 확실치 않았는데, 이번에 또 화이자를 접종해보니..일단 화이자는 나와 잘 안 맞는게 맞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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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유수'. 사실 원문은 소동파의 시구에 있는데, 그것은 '행운유수 초무정질(行雲流水 初無定質)'이다. 요즘 내 삶의 원리로 삼는 것 중 하나로서 새로 산 도복에 새겨 넣었다.

삶의 태도나 마음 모두..학문을 하거나 사역을 해나갈 때도..유연하고, 자유로운 바람 같이~나비의 날개짓처럼~그렇게 오늘을 살며 내일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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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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