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나 부처님이 대학 합격 시켜주는 게 아니다. 부모님이 100일 새벽기도를 한다해도. 삼천번 절을 한다 해도. 기준점에 미달이면 불합격이고, 이상이면 합격하는 게 맞다. 대학 합격 기도회 등을 주최하는 종교시설을 보면 참으로 기가찰 노릇이다.
필자는 지금 중3, 고3 수험생을 둔 부모님의 간절한 마음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이런 마음을 이용해 먹으려는 그 종교 지도자의 태도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 자식의 합격만을 위해 기도하는 이기적인 신앙을 가르친 것은 그 부모의 문제라기 보다 지도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교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제시해주고, 개인 내면의 수련과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영역이다. 때론 세상이 말하는 가치를 거슬러 그 뜻을 전하기도 하여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제시하는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영역과 책임이 있다. 특별히 소위 말하는 고등종교는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그 흐름을 주도하는 지도자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도자는 자녀가 시험을 잘 치뤘으면 하는 부모 맘을 헤아렸듯이 기도조차 해줄 이가 없는 학생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가르쳐야 하지 않는가. 수험생이 입시지옥에 힘들어 하는 걸 알면 이 나라의 입시제도를 위해서도 기도하게 해야 하지 않는가. 정직하게 땀흘린 후 나온 결과를 겸허히 인정하고, 승복할 줄 아는 겸손함을 달라 기도하게 해야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이번 기회에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해마다 지금쯤 되면 수능이 끝나고, 면접과 논술이 남은 수능 직전 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가 된다. 그러니 아예 이 시기는 가난해서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을 위한 특별 기도회 기간으로 잡아보는 게 어떻겠는가? 대학합격 감사헌금을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합격하고도 꿈을 접어야만 하는 학생을 위한 특별헌금으로 전환해 보는 건 어떻겠는가?
평소 각 종교가 가르치던 섬김, 나눔, 중생 등의 가치와도 잘 맞고, 개인 자신도 보람이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훈훈한 미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 역시 평소 강론하는 본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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