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야한다는 이분법적 시각은 옳지 않다. 또한 종교와 정치를 하나로 하려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전자의 경우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히틀러는 독일 교회 지도자들을 모아 놓고 정치와 군사, 경제 등은 자신이 맡을 테니 교회는 국민들의 영혼 문제에 전념을 기울여달라 하였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히틀러의 전쟁에 교회가 동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후자의 경우는 마치 중세를 떠올리게 한다. 중세는 기독교에 있어서는 가장 전성기였지만 세상은 중세를 "암흑시기"라고 부른다.
결국 이 같은 역사적 교훈에서 볼 때 종교를 정치와 완전히 분리시키거나 합일하려는 것은 모두 과거를 답습하는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필자는 독일의 신학자 본 회퍼에게서 그 교훈을 찾는다. 그는 젊은 나이에 목사가 되어 99%의 독일 교회가 찬성하던 히틀러를 저항하고 그의 암살을 시도하다 붙잡혀 감옥에서 사망하고 만다. 그는 제정신이 아닌 운전자가 버스를 몰고 절벽을 향해 승객을 태우고 갈 때는 그 운전자를 깨워내거나 버스를 멈출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하였다.
암살계획을 통해 기독교가 갖고 있는 정의와 평화의 뜻을 구현하려 적극적으로 행동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를 정치가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정교분리주의자라 평가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즉, 그는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참여하지 않은 좁고 오묘한 긴장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종교와 정치는 이런 것이다. 종교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여 정치꾼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벗어나 딴 세상 사람처럼 살아서도 안된다. 늘 끊임없이 정치를 비판하고 비판하며 바른 길을 가도록 조언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잘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바로 종교의 몫인 것이다.
장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보수교회의 논리는 아주 간단하다. 장로 대통령을 통해 이 나라와 민족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는 것이다. 파쇼적 발상의 극치이다. 목사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신도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바보로 만들고 말았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대통령이 장로이건 불교 신자이건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의와 평화, 사랑, 생명의 가치를 구현해 내느냐의 여부이다. 그의 정책에서 가난하고 약한 서민을 아끼고 배려하는 예수님의 정신이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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