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털은 왜 나는 것일까요. 우리 몸에 털이 난다는 건 그만큼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는 것일겝니다. 가령 머리의 경우 머리에서 방출되는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존재하고, 겨드랑이의 경우 마찰으로 인한 상처를 완화해주기도 한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유독 털이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는 이를 너무 징그럽게 받아들이며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저희 집에서 가장 털이 많은 경우인데요. 아니 아마 한국에서 저만큼 털많은 사람을 찾는 것도 쉬운일은 아닐 듯 싶습니다. 그래서 고교 시절 친구들은 저를 보고 진화가 덜 되었다 하였습니다. 물론 그 때마다 저는 나는 자연에 가까운 거다 항변하곤 하였지요. 하지만 이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털 많다고 만지고, 놀려대는 통에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이같은 경험은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만약 털이 많은 여성이라면 그 맘고생이 더 심할 것입니다. 여성 역시 분명 털이 많이 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외모 때문에 상처를 받는 건 양성 모두 같지만 여성은 더욱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제모에 신경써야 하고, 바빠서 한두번 제모를 못하기라도 하면 치마나 반바지도 쉽게 입지 못하는 형편이 되고 맙니다. 심지어 게으른 여자로 낙인찍혀버리기까지 하지요.
얼마전에는 모 아이돌 여가수의 팔에 털이 많다하여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일기도 하더군요. 도대체 이게 왜 논란거리가 되어야하고, 당사자들의 마음에 상처가 남아야 하는지 쉽게 납득되지가 않습니다. 댓글을 보다보니 '원래 미인은 털이 많다'는 말도 있으나 이 논란이 불거짐 자체로 인해 어린 그 여가수의 마음에 상처가 생긴건 누가 책임지고, 위로해줄 것인가요. 참 아쉽습니다. 이런 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이라 할 수 있겠지요..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일단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앞서 짧게 얘기했듯 자연에 가까운 내 몸이라 생각하고, 또 털을 통해 한번이라도 더 얘기를 하며 한사람이라도 더 만날 수 있으니 오히려 나의 좋은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이런 외모 때문에 쉽게 함부로 남에게 상처주는 문화가 그만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심코 '허~왜 이렇게 털이 많아!' 라고 내뱉은 한마디가 당사자의 마음을 멍들게 합니다. 어차피 외모 지상주의 세상이라 한탄 섞인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까지 여기에 동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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