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였던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다보니 중간에 '제 아무리 날고 뛰는 여자도 애 낳으면 다 똑같아진다..저도 별 수 없다..' 라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지극히 작은 부분이었지만 우리 나라 여성의 현실이 한마디로 집약된 듯 하여 씁쓸한 마음이 들었었다.
요즘 주변을 보면 흔히 말하는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한다. 가정내 아내의 발언권도 상당하여 요즘은 오히려 고개 숙인 남자가 많아졌다고도 한다. 가만보면 상당히 맞는 말인 것도 같다.
그런데 그런 가정에서도 가사와 육아는 여전히 아내의 몫이고, 좀 좋은 남편은 자주 도와준다는 표현이 적절한 수준의 참여를 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장여성의 경우 가사분담 시간이 남성의 두배에 달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역시 비슷하다. 어느 잡지를 보니 한국의 남녀불평등지수가 악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보인다. 세계경제포험의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보니 한국은 작년보다 11계단 하락하여 총 130개국에서 108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최하위권에는 아랍권 국가가 포진해 있으니 사실상 꼴등이나 다름없다.
(세계경제포럼은 교육과 보건, 고용, 정치 등 4개 부문에서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 하여 완전 평등을 0으로 가정한 후 평가하게 되는 데, 올해 우리는 작년 0.6409에서 0.6154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른 여성 근로자의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들고 있다. 이는 결국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고, 적은 임금지출이 가능한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물론 남성 근로자 역시 특별히 나은 건 아니지만- 정리해고의 1순위도 여성 근로자이고, 현재 여성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임을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 근로자에게 더 많은 부분 영향이 끼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만약 그 여성 근로자가 그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면 그 영향은 더 크게 작용하고 만다.
얼마 전 신차 구입 후 열심히 운전 중인 여동생의 푸념을 들을 수 있었다. 운전을 하다보면 도대체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양보가 줄어든 요즘 모습일 수 있으나 유독 여자 운전자에게 더 심한 것 같다 한다.
나는 여동생의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예전에 어떤 이가 우리 나라 여자는 자신들이 얼마나 존중받는 지 모르고 부당한 대우 받은 것만 기억하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느끼게 하는 현실이 존재하여 느끼는 건데 어쩌란 말인가.
아하..그런데 이거 참 웃긴다.
이런 글을 쓰는 나이지만 글을 쓰며 새벽 출근 전 함께 막 잠에서 깨어난 아내를 보고 "나 아침밥 안해줄거야?"라 따지던 게 생각난다. 신혼 초 인터넷으로 구입한 의자를 남자인 내가 조립해야한다 바득바득 우기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아내에게 윽박질러 울게 만든 것이 떠오른다. 새벽에 마구 울던 아이에게 똑같이 일하고 퇴근 한 아내를 깨워 우유를 주고, 달래라 하던 게 떠오른다.
허허..잠시 거울을 피해다녀야 할까보다.
나의 이중생활에 코가 얼마나 길어져 있을지 겁이 난다..^.^;;
'[LIFE]이 남자의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부부 6개월. 가정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끼다 (107) | 2008.12.11 |
---|---|
오천원으로 가족 만찬을 즐기다. (4) | 2008.11.24 |
아내를 더 느끼하게 한 깜짝 이벤트 '고구마 튀김' (0) | 2008.11.18 |
너무 커져버린 아내의 모습 (3) | 2008.11.17 |
매일 밤 연필을 깎아주시던 할아버지 (0) | 2008.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