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00 캐쉬백 포인트 적립을 해놓겠다 했으면서 안했기 때문입니다. 총각시절에는 그렇게 열심히 했는 데 말입니다. 그래서 빠른 시일안에 다녀와야겠다 맘 먹고 때를 보고 있었습니다.
오호~그런데 엊그제 사무실에서 커피를 대량 구입하는 게 아닙니까. 바로 지금이다 싶었습니다. 문구용 칼을 들고 커피박스에 있는 캐쉬백 쿠폰을 모조리 오려왔지요. 운좋게 이번에는 보너스 포인트까지 있더군요. 모두 합해보니 약 3천포인트가 넘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유후~!! 당당하게 쿠폰을 모두 수거한 저는 드디어 어제 대형마트를 방문해 캐쉬백 적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재밌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왠 수염이 더부룩한 남자가 이걸 하는 게 낯선 광경이었나 봅니다. 사실 쿠폰을 붙이고, 바코드를 출력해 붙이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는 데요. 바로 그 때 주변에서 힐끗힐끗 저를 쳐다보는 게 아닙니까. 뭐 대학시절부터 익숙하게 느끼던 시선이었지만 정말이지 쉽게 적응 안되는 시선이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요. 다양한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 글에서 그 원인까지 분석할 마음은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쉬움'은 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각 각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나는 안 그렇다' 얘기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상당하니 말입니다.
물론 결혼 후 애를 낳고 기르다보니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으로 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게 "차이" 겠지요. 서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있고, 이것은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을테지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 양성간의 대화나 배려의 삶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굳이 각 각의 성역할을 고정 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게 모두에게 더 편하면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보면 꼭 어딘가 한쪽은 더 희생을 강요당하게 되니 말이지요.
영국드라마 <닥터후>를 보니 주인공 닥터는 꼭 여성 여행 동행자가 있더군요. 900살이나 된 시간의 제왕 닥터이지만 어떤 문제든 혼자서는 안되고, 반드시 여성 동행자와 함께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론 이들에게 마구 혼나기도 하고, 목숨을 빚지기도 하더군요. 또한 동시에 이 여성 동행자들도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닥터와 함께 힘을 모을 때 그 잠재력이 발휘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나도 남성 혼자만-여성혼자만은 살수도 없고, 해결 못하는 문제도 참 많지요. 예, 우리는 좋은 가사 담당자나 바깥일 담당자를 "고용" 또는 "찾아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닐 겁니다.
서로에게 인생과 삶을 더 배우기 위해..
서로를 통해 인생과 이 사회의 참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해..
바로 이 때문에 양성이 존재하고, 서로를 그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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