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미네르바의 글을 접한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하도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떠들기에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해서 그런가 확인해보려 했었다.
나는 그의 글을 모아둔 파일을 다운 받아 읽어보았다. 역시 그의 글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의 글을 읽으며 받은 충격은 그가 누구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예측력과 분석력, 설득력 때문이었다.
진중권의 말처럼 그의 적중도는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상당히 실망한 나로써는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특히, 이른바 비주류 경제학에서 꾸준히 제기되던 미국의 경제위기를 이렇게 설득력있게 제시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당시 정부는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던 터라 그를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네르바가 붙잡혔다 한다. 구속이 되고 구속적부심 심사에서도 적합 판정이 났다 한다. 그런데 지금 어느 잡지에서 진짜 미네르바는 따로 있다는 글이 실렸고, 지금 세간에는 원조 미네르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사실 나도 누가 진짜 원조 미네르바인지 참 궁금하다. 박00씨인지, 신동아가 말하는 7인 그룹인지 참으로 흥미롭다. 그러나 사실 누가 진짜라고 밝혀져도 그리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아~그래?' 라며 넘어갈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애초에 그를 주목하게 된 계기 자체가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의 글이 지닌 힘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원조이든 말든 그가 남긴 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이 나라 경제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진짜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 진위 논쟁때문에 묻혀질 사안들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그에 대한 체포 논란으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공익에 대한 개념,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의식 등 이루 말하지 못할 수많은 문제가 제기 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국제적으로 이 나라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든 각 지역마다 이름난 맛집이 있다. 그런데 맛집처럼 원조 논쟁이 뜨거운 곳이 없다. 서로 자기가 원조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고는 한다. 도대체 무슨 원조가 그리도 많은 지 모르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은 원조라는 타이틀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아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원조라고 공인 받은 곳에는 좀 더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고 가게 된다. 그러나 정작 맛집을 찾는 것은 그 집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맛 때문이지, 원조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다.
미네르바 원조 논쟁도 이와 비슷한 이치를 품은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네르바 원조, 진위 논쟁에만 빠져 있다보면 어느 순간 모르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지 모를 위험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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