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란 단어의 정의를 알기 위해 사전을 보았습니다. "손님을 맞이하여 음식 등을 차려 모시거나 시중을 듦" 이라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 개념의 중심에는 손님을 극진하게 섬기려는 마음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접대'는 조금 다른 의미인가 봅니다. 최근 불거진 고위층 성접대 의혹 때문에 하는 얘기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성접대'문화는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라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경우 다양한 기생이 있었는데요. 이들 중 '가기' 즉, 한 집안에 거주하며 노래와 예를 익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손님의 수청을 들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노기' 즉, 노예에 해당하는 계층의 여성이 기생이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들은 주로 색(色)을 중심으로 한 접대를 담당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논쟁점은 '과연 오래된 문화 혹은 전통이라 하여 우리가 고수해야 하는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가부장의 권위가 드높던 시절 이것이 아니면 도저히 사회에 진출 혹은 생활을 할 수 없는 여성의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반복되던 모습이었지요. 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당시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권'이란 개념이 보편적 가치로 적용되는 시대이지요. 성접대(성매매)는 유엔을 비롯한 세계적인 인권기관 등에서 '인권침해' 특히, 여성에 관한 폭력으로서 규정하며 근절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접대 속에 개입된 권력과 자본이 그 사람의 인격과 존엄하게 살 권리 등을 박탈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른바 21세기는 가부장의 권위만이 드높이지 않는 그래서 여성/남성 모두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을 넘어서려는 시대란 말이지요. 여성과 남성이 특정 성별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람'으로서 살아가자는 시대입니다. '인권'이란 큰 개념 아래 자신의 가치를 구현해 나가자는 거지요.

유럽의 경우는 아예 회사 등에서 규정을 두어 거래처의 접대를 받지 못하게 합니다. 혹시 만나더라도 가벼운 식사 정도에서 마치게 됩니다. 식사 중에 고급 와인을 대접하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우리나라처럼 새벽까지 끌고 나가 성접대를 시키지는 않지요. 저는 이런 문화에서 그 나라의 의식수준과 청렴도 등을 함께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른바 '성접대'란 것은 시대의 흐름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변화를 따르지도 못하는 상당히 구태의연한 행태란 지적을 할 수 있겠습니다. OECD 가입국이 보이는 '성매매'에 관한 입장 중 비범죄화 국가마저도 그 이유를 여성인권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여성의 성을 일종의 '뇌물' 개념으로 보는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정신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곡된 접대문화를 건강하게 바꿔나갑시다. 좀 투명하고, 정직하게 일해도 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고위공직자의 경우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권력과 자본만 있으면 성별을 가리지 않고, 그 사람의 성을 착취해도 된다는 폭력적인 발상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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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대 소녀가 에이즈에 걸린채 성매매를 했다는 보도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인데, 사건자체가 주는 충격은 물론 조금 자세히 10대 소녀, 청소년 성매매, 에이즈, 언론보도 어느 것 하나 걸리지 않는게 없었다. 뭔가 잘 못 되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이런 느낌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때문이었을까.

1.10대 소녀는 왜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었나?

언론보도를 보니 그냥 10대 여성이 아니다. 지적장애 2급의 소녀이다. 이 소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만난 20대 남자와의 성관계에서 에이즈에 감염 되었다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온 뒤 찜질방과 여인숙 등을 전전하며 생활을 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이 중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작년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 동기 1위가 바로 생활비 마련(40%)이었다. 그 다음이 유흥비 마련(37%)이었는데, 이 역시 가출청소년 등 위기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즉, 청소년의 삶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말하자면 개인의 문제 이전에 이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복지와 인권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 역시 이점을 보아야 한다. 이 소녀에게 모든 도덕적 비난을 쏟아붓기 전 우리는 왜 이 소녀가 성매매에 나설 수 밖에 없었나를 보고,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합의와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제2 제3의 경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청소년 성매매를 시도했던 20여명은 도대체 무언가?

성매매는 성폭력을 감소시키거나 성욕의 해소를 통해 감정을 완화시키는 기능은 커녕 오히려 상품화 된 여성의 몸과 성에 쉽게 접근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여성을 대상화 또는 물화시킨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 대상이 된 여성은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없고, 자발적으로 그만 둘수조차 없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되기에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폭력적 속성을 공유한다. 따라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역시 성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하고, 성매매를 시도했던 이들은 돈과 성을 매개로 한 폭력의 가해자들인 것이다.

이렇게 청소년 성매매에 나서는 자들의 특징은 일단 성매매 자체에 관대하고,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성매매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경험이 이들의 사고와 판단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열등감이나 일반 여성과의 관계성에 대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훗날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예 : 김수철). 그러므로 이들은 반드시 강한 처벌과 동시에 꾸준하고도 집중적인 교육과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3.언론보도의 선정성과 관점은 무엇인가?

수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기사화했다.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필자는 언론보도를 보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언론의 제목이 "10대 여성, 무차별...."이란 용어를 포함 또는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구 속에는 절대 성매매를 하면 안될 10대와 여성이란 점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 10대는 당연히 성매매를 하면 안된다. 그런데 꼭 굳이 '여성'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여성의 성에 대한 도덕적 또는 사회적 잣대를 적용한 게 아닌가 싶다. 또 '무차별'이란 말까지 고려해 조금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어린 것이 그것도 여자가 함부로 몸을 굴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하며 특종화 시키고, 또 다시 가족까지 찾아내며 인터뷰하는 잔인함.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야할 소녀가 이렇게까지 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보지 못한채 비난의 화살을 던져대는 모습. 필자가 언론의 이런 시선을 더 저질처럼 느끼는 것이 조금은 격한 감정이라 할 수 있을까.

정리하며

작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 10대 에이즈 감염자는 약 125명 수준이라 한다. 상당한 수치다. 이 아이들의 감염경로는 100% 성접촉에 의한 것이라 하니 도대체 어쩌다가 이 아이들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게된 아이들이 겪었을 충격은 어땠고, 그 가족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겁고, 아려 온다.

물론 이 아이들의 행동을 모두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은 잘못이니 분명히 지적해야하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아이들은 미성년자이고,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으며, 우리는 이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충분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어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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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없어서 교육을 못한다는 학교


어제 왠 낯선 번호의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경상남도에 있는 한 학교의 선생님이셨습니다. 지난 몇 회에 걸쳐 다음 메인에 실린 아동 성폭력에 대한 제 글을 보셨다 합니다. 그리고 지방까지 강의를 올 수 있느냐 물으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가능하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한번도 전문강사를 초청한 적이 없다는 데, 이번에 그 중요성을 느껴 처음으로 해보고자 하신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통화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학교에 문의한 결과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는 얘기를 들으신 것입니다. 저는 마음이 매우 씁쓸했습니다. 정말로 학교에 예산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싶어서 입니다. 저는 학부모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학교를 다녀봤고, 학교에 따라서는 예산이 없어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정말 예산이 없어서 교육을 못하는 걸까?



한번에 두세가지 주제를 다뤄달라는 학교

제가 겪은 사례를 또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번은 중학교에 성매매 예방교육을 간 적이 있습니다. 남녀공학이었고, 1년에 10시간씩 정해진 성교육 시간을 못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했던 건 45분짜리 교육을 하면서 성매매 예방교육과 양성평등 교육을 동시에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강당에 2-300명의 학생을 모아두고 말이지요.

저는 매우 난감했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주제를 다룰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수박 겉핧기밖에 안된다는 얘기이지요. 또 수백명의 학생을 모아두고 강연을 하면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도 온전한 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일방적인 전달이 되고, 학생과 호흡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 같은 건 직접 실습을 해보거나 지도를 그려 보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니 더욱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의 이런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학교 선생님 역시 난감해 합니다. 분명 교육자이신 선생님도 동의하는 내용이나 학교 예산이 없다는 거지요. 또 여러 시간을 뺄 수도 없다 하십니다. 예, 이해는 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마음이 아프지요. 정말 예산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요? 시간이 없어서 45분짜리 교육마저 시간을 줄여달라 얘기하는 걸까요?

어린이집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필자의 모습. 어린이집은 많지 않은 아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재밌고, 실질적인 연습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 성교육은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한 것!

위의 두 사례와 달리 정반대되는 경험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여성회로 의뢰가 왔던 경우입니다. 이 학교 역시 남녀공학의 중학교 였는데요. 이곳은 보건 선생님은 물론 학교장의 의지가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성회 소속 선생님 8명을 동시에 모셨습니다. 각 반마다 1분의 전문강사님이 들어가셨고, 약 2시간동안 교육을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 학교도 예산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성회와 교육비를 조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보건 선생님과 학교장의 의지가 매우 강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 이러면 저희도 기분이 좋지요.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교육 역시 1개반의 학생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육하게 되니 보다 효과적이고, 힘은 들어도 보람이 있게 되지요. 허나 문제는 이런 학교가 매우 소수라는 것입니다. 제가 다녀본 학교의 대부분은 앞의 두 사례와 대동소이하였습니다. 

종합정리

저는 예산이 없다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어디나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조금씩 짜투리 예산을 남겨두게 됩니다. 분명 이건 의지의 문제이지 예산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또 한번 교육을 하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백명을 한번에 몰아넣고 두세가지 주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교육의 효과를 온전히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의 핵심에 바로 학교장의 의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만약 학교장님의 의지가 약하다면 학부모라도 운영위원회 등의 통로를 통해 요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교육의 수혜자는 내 자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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