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문을 해준 노컷뉴스의 성교육 기사를 모셔옵니다.

# 저는 두 살짜리 딸 엄마입니다. 애기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계속 자기 중요 부위를 만집니다. 아무리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해도 소용이 없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각색)

# 올해 5살 된 우리 아들. 유치원 들어가서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데 2주 전부터 자꾸 갑자기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바지를 발목까지 내리고 "내 꼬추 봐라" 하면서 보여줍니다. 당황 안 한 척하면서 "그래 잘 봤어. 근데 왜 보여 주는 거야? 꼬추는 소중한 거라서 아무한테나 보여주면 안 돼"라고 했더니 하는 말이 "가족은 보여줘도 돼" 이러네요. 다른 아이들도 그런 건지 우리 아들만 그런 건지 걱정입니다. (모 성 상담 센터에 올라온 글 각색)

# 5세 여자아이입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며칠 전부터 옷 입은 겉으로 중요 부위 부분에 손을 대고 엎어져서 엉덩이를 들썩이는 행동을 합니다. 몇 번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손으로 자꾸 만지면 아플 수도 있고 세균 생겨서 병원 가야 한다고 겁을 주곤 했어요. (모 성 상담 센터 상담 사례 중)

◇ "우리 아이가 성에 눈 뜬 걸까요?"

젊은 엄마들이 회원인 커뮤니티에서 "우리 아이가 성에 눈 뜬 걸까요?"라는 제목의 상담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아이의 성적 행동과 질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내용이다.

성에 대해 아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배운 적 역시 없기에 부모는 대답하기도 난감하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묻곤 하는데, 답변이 달려도 이 답변을 신뢰를 해야 할지 말지 혼란스럽다.

아이가 성기를 만지며 노는 것을 '유아 자위'라고 한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유아 자위를 성인의 시각으로 '성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아이가 성기를 만지작하는 데에는 ▲자극이 돼서 ▲재미있어서 ▲애착 결핍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중요한 건 아이의 행동보다 이를 대처하는 "부모의 반응"이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신혜선 팀장은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나무라면 오히려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심어준다"고 경고했다.

아이는 부모가 하지 말라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부모가 싫어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한다. 신 팀장은 "가령 아이가 자기 전에 자위를 한다면 잠들기까지 그림책을 읽어 주는 등 아이의 관심을 자연스레 다른 데로 돌리면서 부모와 관계성 개선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어릴 때부터 "성기가 소중한 부분이라는 것을 교육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 학용품 허락 없이 만지면 안 되듯이 내 몸도 허락 없이 만지면 안 된다'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깨닫게 하는 것이 좋다. 5세 정도가 된 아이라면 목욕 시 성기는 부모가 닦지 않고 아이 스스로 닦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자신의 성기는 부모도, 어느 누구도 '허락' 없이는 만질 수 없는 소중한 곳이라는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적 자기 결정권 교육'은 성폭력 예방 교육과도 연결이 되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성 평등 의식 유아기부터 심어줘야

유아기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교육 태도다. 아이가 물을 때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나중에 크면 알게 된다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좋지 않다.

신혜선 팀장은 "설명하기 어렵거나 부모도 모르겠으면 같이 공부하자는 태도로 성교육 도서를 꺼내 함께 답을 찾아 나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다른 말을 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교육 내용이 다르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아기는 관계성이 형성되는 시기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성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자가~, 남자가~" 이런 표현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성성을 개발해 주는 언어로 남아에게는 "예쁘다", 여아에게는 "멋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놀이를 통해 성 평등 의식을 교육할 수도 있다. 소꿉놀이에서 여아가 회사를 출근하고 남아가 가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면 '여성'과 '남성'에게 고정된 역할을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


성교육 전문가 임정혁 강사는 "여아는 아빠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진취적인 도전의식을 기를 수 있어 또래 아이들보다 학습 성취도 및 창의성, 리더십 등 더욱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성 평등 의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기사 : 어린이 성폭력 예방 교육

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엄마, 아기는 어디서 나와?" 묻는 아이에게 이렇게 답해 보세요
"엄마, 아기는 어디서 나와?"

아이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아기는 어디서 나와"다. 이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3~4세는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자라는 방이 있고, 그곳에 잠시 쉬고 있다가 세상에 나온다는 식의 설명이면 된다.

5~6세는 엄마 뱃속에 '자궁'이라는 아기가 자라는 방이 있고, 그곳에서 자란 아이가 병원 등에서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세상에 나온다는 식의 설명이면 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성교육 도서의 그림 등을 보며 교육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7세 아이에게는 임신 과정을 간략히 설명한다. 엄마, 아빠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고 아빠 몸속의 아기씨가 엄마에게 와서 한 생명이 만들어진다. 주, 월, 년 등의 개념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엄마 뱃속에서 10달 정도 자라다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는 설명을 보충해도 좋다.

만약 어떻게 아빠의 아기씨가 엄마에게 가느냐고 물으면 성기의 기능을 간략히 설명해 줘도 좋다. 성기는 소변이 나오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아기씨가 나오고 들어가는 통로도 된다 정도이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이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아무리 성교육을 과감하게 하는 선진국도 성관계 등은 초등학교 이후에나 진행한다.

임정혁.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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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문을 해준 노컷뉴스 기사를 모셔옵니다.

성폭력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교육부에서는 올해부터 초중고교 성교육을 10시간에서 15시간으로 늘리고 이를 의무화했다.

시간뿐이 아니다. 분명히 과거와 비교하면 내용이 달라졌다. 보건 교과서 등을 보면 남녀의 신체 차이와 같은 생물학적 교육을 넘어 이제는 피임 방법과 종류도 실려 있을 정도다. 확실히 과거보다 개방적인 지금의 청소년 성 문화를 반영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대규모 인원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일회성 강의, 형식적인 수업, 보건교사 부족 등 '양'에 비해 '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성교육을 하는 것 못지않게 어떠한 관점과 내용으로 교육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성교육 전문가들은 "성 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을 반영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여성 화장실이 남성 화장실보다 많은 게 역차별일까?

'성 인지적 관점'이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우리를 둘러싼 문화, 규범, 제도 등이 특정 성별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관점을 말한다. 요즘은 주로 제도나 정책과 관련된 개념으로 시작된 것으로, 여성주의적 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간혹 여성주의적 관점이 남성을 역차별한다고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남성도 있지만, 그렇게 냉소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사례가 공공 화장실이다.

야구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화장실을 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변기 수가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 이용 시간이 더 걸리는 여성의 처지에서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고, 남성 역시 그러한 여성을 기다리다 지쳐버리기 일쑤다.

'성 인지적 관점'이 반영된 화장실은 여성 화장실 변기 개수가 남성보다 약 1.5배 많다. 이것은 역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 여성은 오래 줄을 서지 않아도 되게 됐고, 남성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 것이다.

◇ '성 인지적 관점'이 부족한 성 의식

성교육 전문가들이 제도나 정책과 관련된 개념으로 시작된 '성 인지적 관점'을 성교육에서 강조하는 이유는 "성차별적인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한 성 역할과 권력관계가 지금 우리 사회의 성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고정된 성 역할을 살펴보자. 남자는 많은 여자를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취하고 성 경험을 갖는 것이 좋은 것이라 이해하고, 여성은 참한 여성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여성을 몰아붙이며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당연하다고 여겨지고, 여성의 거부를 "안 돼요 돼요 돼요" 혹은 "싫어 싫어 싫어 좋아 좋아 좋아"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직장에서 야한 얘기를 하는 직원 때문에 불쾌함을 표현하는 여성이 있으면 '속으로는 좋으면서' 또는 '괜히 내숭 떨고 있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이 자신은 피해자임에도 피해 사실을 숨기려 한다. 치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과 같다고 느낀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밤늦게 다니느냐, 왜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셨느냐, 짧은 치마를 입어서 그런 것 아니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역시 2차 성폭력 가해인 동시에, 지극히 가해자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여학생들에게 "밤늦게 다니면 안 된다" "스스로 조심해라" 등의 교육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 안면이 있거나 교제하는 관계의 커플에게서도 나타난다.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 구애 행위나 성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가진 남성 중심적 성격은 개별 커플에도 똑같이 작동하면서 늘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여성이 우월한 지위를 가져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남성을 지배하거나 여성 중심적 구조를 가진 사회는 반대로 남성에 대한 여성의 폭력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 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면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슈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 관련한 문제 역시 '개인'의 선택과 책임 문제로 돌릴 수 없다.

◇ '성 인지적 관점'으로 본 성폭력

성폭력과 같은 성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곤 한다. 대표적인 게 ▲여성이 야하게 옷을 입어서 ▲ 성욕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 음란물 때문 등이다.

이러한 분석은 성 일탈에 대한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국한하는 것이다.

여성이 야하게 옷을 입기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하면, 왜 여름이나 겨울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대부분 아는 사람에 의해 계획된 성폭력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성욕 때문이라면 여성도 성욕이 있는데 왜 성폭력 가해자의 절대다수가 남성뿐인지 설명이 안 된다. 음란물 때문에 성폭력이 증가한다면 모든 음란물 시청자가 성폭력 가해자가 되는 것이 아님 역시 설명할 수 없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오히려 성폭력은 사회적 지위가 약하거나, 나이가 낮은 이들을 돈이나 지위, 물리력으로 대해도 된다는 통념과 이를 재생산하는 구조와 연관이 깊다"고 말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 사건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위계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 성매매 등 성교육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성 인권과 관련된 이슈들은 권력관계의 작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목소희 팀장은 "성 인지적 관점을 기르면 스스로 성 관련 결정을 할 때 작동하는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줄 수 있다"며 "그래서 '나'와 관계없는 일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요소들에 대한 '문제의식 기르기'에 대한 얘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성 인지적 관점을 훈련하면 성별만이 아닌 계급, 나이, 장애, 인종, 지역 등등 권력에 따른 위계를 작동하게 하는 것들을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도 있다. 심지어 임신, 출산, 성 발달 등 생물학적인 과학 지식도 성 인지적 관점(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설명하면 달라질 수 있다.

도움 :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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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는 성폭력에 대한 이해가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가해지는 성적행위' 즉, 상대방이 싫다고 표현을 해야 성폭력이라 규정했지만 요즘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적행위' 즉, 상대방의 자발성이 포함된 동의나 합의, 허락 등의 개념이 없이 가해진 모든 성적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개념이 결혼생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부는 서로의 성적권리를 배타적으로 독점할 합법적 권리를 부여받았습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성적으로 충실할 의무를 지니고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때에는 이혼사유를 제공한 것이 됩니다. 그만큼 결혼생활에서 부부의 성관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우자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성관계를 맺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가 배우자의 성적권리를 배타적으로 독점할 합법적 권리를 부여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강제적인 성관계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와의 합의 등이 전제되지 않은 채, 더욱이 물리적이고, 언어적인 가시적 폭력이 수반된 일방적 성행위는 '관계'를 파괴하는 '폭력' 행위이고, 이는 '부부강간'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이러한 개념을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이미 1980년대부터 '부부강간'의 개념을 채택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부부의 관계를 어색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만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양성평등한 부부관계의 중요성과 인권의 향상이란 개념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흐름에 약간 뒤처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대에 들어서야 겨우 이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비교적 보수적인 집단인 법원에서는 이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부부의 성관계가 일방적이고, 폭력인 것이 아니라 상호 간의 인격의 존엄성 위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습니다. 그동안 법원은 강제적인 부부의 성관계 이 후 결혼생활이 유지되었느냐 아니었느냐의 여부로 부부강간의 성립가능여부를 보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강제적인 관계가 있었지만 그 이후 결혼생활이 유지되면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고, 이 관계가 깨어지면 이를 인정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입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강제적인 성관계 이후에도 결혼생활이 유지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피해자인 여성이 홀로 사회에 나와 자식까지 기르며 살아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 이혼에 따른 사회적 비난이나 자녀의 인생에 대한 부담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가정분위기에서 위축된 여성이 '이혼'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부부강간'의 성립가능여부는 '결혼생활의 유지'가 아닌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결되어야 합니다. 피해자(대부분 여성)가 결혼의 지속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는가, 피해자가 또 다른 대안적인 선택의 정보 속에서도 결혼생활의 유지를 원하는가, 가해자가 변화될 개선의 여지는 충분한가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자크 데리다는 '법'과 '정의'를 구분하며 끊임없이 상호영향을 주며 변증법적 발전을 할 것을 주장합니다. 데리다는 '정의' 자체에 대한 정의를 내리진 않았지만 이는 최소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모습 즉, 인권이 더욱 보장되고 신장하는 방향성을 내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이 당장의 법조문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보다 진일보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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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총 5회로 기획된 [아동성폭력, 이렇게 예방하자]의 네번째 글입니다. 저는 지난 세편의 글을 통해 학교에의 외부인 진입문제, 착한 아이 컴플렉스를 유발시키는 잘못된 교육, 부모님의 무지를 지적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교육하는 내용의 헛점을 지적하며 아이들이 주의해야할 대상을 좀 더 실질적으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좀 큰 것 같은 초등 고학년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사고방식은 역시 '애' 같은 경우가 너무도 많지요. 이러한 아이들의 특징은 모든 교육이 '구체적' 이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막연하게 얘기하는 건 그냥 뜬구름 잡는 것 같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뜬구름 잡는 얘기가 우리 아이들을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누가 나쁜 사람인가?

우리는 흔히 '나쁜 사람'을 따라 가지 말라 얘기합니다. 아니 좀 더 자세하게 '나쁜 아저씨'를 조심하라 하지요.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왜 그랬냐?!'며 아이를 탓합니다. 그러나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독자님께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 좋은가 나쁜가를 구분할 수 있으십니까? 저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좋고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아이들도 나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게 되고, 조금 잘 생기거나 예쁜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는 실제 실험으로도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모 방송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쁜 사람'을 그려보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대다수 우리 나라 아이들은 얼굴에 상처가 있거나 모자를 눌러 쓴 '무섭게(?) 생긴 사람'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지요. 강호순도 참 뛰어난 외모를 가졌었습니다. 아동 성범죄자는 아니지만 신창원도 생긴 건 멀쩡했습니다. 즉, 잘못된 교육 방식이란 얘기입니다. 사실 유럽은 이렇게 지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 아이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을 그려내곤 하였습니다. 실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우리 이웃집에 사는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생긴 것 역시 당연히 멀쩡하며 꼭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있습니다.


누가 모르는 사람인가?

제가 앞서 아이들의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름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특징은 사람을 알고 모르는 기준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동의 심리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10분만 만나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즉, 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말은 별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얘기가 의미 없는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게 될까요? 참으로 안타깝게도 아동 성범죄는 '아는 사람'이 가해자의 80%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경계심이 없을 수 밖에 없지요.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 접근하는 데, 왜 경계를 하겠습니까. 이들이 같이 가자는 데, 안 따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뭘 사주겠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런데 여기서 이 '아는 사람'이란 범위가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경비 아저씨, 윗집 이모, 옆집 아저씨, 유치원 운전 선생님은 물론 사촌 누나, 사촌 오빠, 할아버지, 할머니 심지어 아버지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범위를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동 성범죄를 가하는 사람 중에는 친족 역시 상당수 임을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지금쯤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독자님도 계실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아동 성범죄자에 이웃은 물론 친족, 심지어 아버지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아동 성범죄를 가하는 대상을 가리는 순간 이미 내 아이는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며 세상에 대한 불신과 의심만을 가르쳐서는 안됩니다. 분명 이 사회에는 어린이를 사랑하고, 그 안전을 보호하려는 선한 어른이 더 많습니다. 내 부모님과 가족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그 긍정이 있어야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내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누구라고 분명히 명칭 또는 호칭을 언급해줘야 합니다. 또 어떤 때부터 내게 해를 가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점이 있어야 합니다. 이 기준점에 따라 내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이상을 넘어가면 그 순간부터 그 어른은 이웃집 삼촌이든 이모든, 내 사촌이든 말든 아무 상관 없이 내게 해를 가하는 나쁜 사람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즉, 나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사람은 무조건 거부하되 그 이전까지는 사람과 세상을 긍정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동 성범죄를 가하는 대상은 그 범위가 없습니다. 그 어떤 누구도 아동 성범죄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세상을 부정만 하고, 의심하며, 아무도 신뢰할 수 없도록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기존의 이런 방식은 탈피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를 가하는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어떤 순간부터가 성폭력에 해당되는지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점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기준에 따라 한번 내게 해를 가한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님을 명심토록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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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을 탓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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