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참으로 빠릅니다. 자동차도 참 빠릅니다. 요즘은 시속 200킬로 이상 내는 차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인터넷도 참 빠릅니다. 얼마전 새로 설치한 인터넷은 100M의 전송속도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도 월반과 선행을 강조합니다. 휴~정말 너무 너무 빠른 세상입니다. 천천히 걸어가고, 한글을 학교 입학 후 가르치며, 도로에서 과속을 하지 않으면 욕을 먹는 세상입니다.
세상이 워낙 빠르다보니 정신도 없습니다. 천천히 세상을 알아도 될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노인네 같은 소리를 합니다. 술, 담배, 포르노처럼 쓸데없는 것도 왜이리 빨리 배우는지 모릅니다. 차도 너무 빨라서 사고가 납니다. 말도 너무 많고, 빨라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머리가 띵~하기만 할 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노래 역시 가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상한 가수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이렇게 정신없이 살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 더 빠르게 흘러가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세수를 마치고 양치를 하였습니다. 컵에 물을 받는 데, 습관적으로 손잡이를 끝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이 시원하고, 강하게 쏟아졌습니다. 컵에 물이 찼습니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게 보입니다. 물이 빠르게 차고, 넘치는 걸 볼 수 있었지만 물을 끄고 나니 상단부가 덜 채워져 있던 것입니다.
입에 칫솔과 거품을 물고 참 재미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물로 일단 입을 헹구고 다시 천천히 틀어보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느리지만 물이 천천히 가득차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아하, 참 재밌습니다. 이 속에 우리네 인생의 이치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빨리 살고, 많은 것을 차고 넘치게 움켜쥐려 하면 늘 그것이 부족해지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늘 컵의 상단부는 채워지지 않는 것이기에 더욱 갈급해지는 일이 생기고 맙니다. 하지만 좀 더 여유있게, 나 자신과 세상 그리고 이웃을 바라보며 호흡을 고를 때 우린 조금은 느리지만 컵이 가득차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우리 사회의 사랑이 차게 됩니다.
한주를 시작하는 오늘 하루.
목소리를 낮추고, 호흡을 고르며 차 한잔 하는 맘으로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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