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임말 쓸 줄을 모르는 요즘 어린이들
얼마전 TV를 보니 어떤 아이가 아버지에게 '우쥬 플리스 닥쳐줄래?'라고 했다하여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참 씁쓸했지요. 물론 제가 그 분의 가정교육에 대해 왈가왈부 하려는 건 아닙니다. 방송에서 많이 나왔던 유행어이기도 하고, 아이의 마음에도 악의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 짧은 한마디 속에 요즘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언어와 우리의 사고, 성격은 밀접한 관계
저는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올바른 높임말 지도에 소홀한 듯하여 매우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언어가 우리의 사고와 성격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데 말이지요.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하였습니다. 언어습관과 사람의 성격, 사고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확실히 사람이 말 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대충 나옵니다. 말의 속도나 목소리 톤, 억양 등에 여러 사인이 보이는 거지요. 대개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은 말이 빠르고, 문장이 짧습니다. 또한 톤이 높고, 억양이 고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엄마를 재촉하는 아이들은 말이 참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또 높임말 습관이 거의 들어있지 않고, 이대로 성장하여 학교에 가도 성적이 상위권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높임말 교육의 장점 세가지
높임말은 기본적으로 문장이 길거나 정중한 표현이 많습니다. 이것은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반말이 바로 바로 나오는 것보다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한번 더 생각하는 아이는 그만큼 사고력이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분별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길고, 정중한 표현을 쓰면서 아이들은 호흡을 차분하고, 길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건 그만큼 아이들이 침착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침착함이 없으면 집중력이 나올 수도 없고, 어려운 문제에 최선을 다할 수도 없지요. 머리는 좋은 데, 자꾸 실수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끝으로 높임말을 쓰면 아이가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높임말을 '경어'라고도 하지요? 그만큼 존중의 의미가 담겼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보시어요. 입에서 욕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욕이 없으면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욕하고, 비하하는 대화를 하며 자란 아이들이 과연 성인이 된다하여 다른 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생각합니다. 자기존중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해야만 터득할 수 있는 고도의 사고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높임말 교육에 너무 소홀한 우리의 가정교육
그런데 여기서 너무 아쉬운 점이 있어 한가지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 높임말 같은 부분까지도 학교 '탓' 을 참 자주 한다는 것입니다. 예, 물론 학교에서도 지도해야 하지요. 분명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배울 때부터 반말을 쭉~쭉~해오던 걸 학교에서 한 순간에 다 고칠수는 없습니다. 가정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높임말 훈련을 계속 시키는 게 기본이지, 이걸 학교에만 돌린다면 그건 뭔가 앞뒤가 만지 않는 얘기가 되고 맙니다.
가정에서의 높임말 교육 방법 세가지
그렇다면 가정에서 우리 아이들의 높임말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저는 무엇보다 부모님이 높임말 쓰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내 아이에게 100% 높임말을 쓴다면 좀 이상하지요. 뭔가 관계가 서먹서먹해지는 것도 갖고 말이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먼저 부모님께서 올바른 높임말 사용법을 몸으로 실천하며 자연스레 지도하시라는 얘기입니다. 언어는 삶을 통해 저절로 터득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뛰어난 교육법입니다.
두번째로 중요한 건 바로 시기입니다. 즉,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교육하시라는 겁니다. 굳이 '이게 높임말이야' 라고 하며 따로 지도하시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뭔가 달라 할 때 '예쁘게 말해보세요' 라고 하면서 '주세요'를 시킨다거나 '안아'를 '안아주세요'로 조금만 바꿔 표현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 나중에 좀 더 어려운 높임말도 잘 쓸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세번째는 인사 교육을 잘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좀 쌩뚱맞지요? 예, 그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인사를 강조하는 것은 '안녕하세요' 라는 짧은 말이 주는 중독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어른께 높임말 쓰는 기본기를 저절로 갖추게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높임말 교육의 출발점이란 거지요.
또한 먼저 인사하는 것은 상대를 먼저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기에 그렇습니다. 좀 더 적극성을 띄게도 하지요. 이런 싹싹한 모습은 훗날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매우 유익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이를 사랑할 수록 엄해질 필요도..
말하는 습관은 그 사람의 사고와 성격에 참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높임말, 즉, 경어를 사용하게 하는 교육은 우리 어린 아이들에게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허나 요즘 우리는 너무 이런 부분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트 등을 가보면 부모님 머리 꼭대기에 서있는 애들이 왜 이리도 많던지요..
내 아이가 사랑스럽고, 귀할 수록 이런 부분은 좀 더 엄해질 필요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사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말을 배우면 별로 엄해질 필요도 없을 겁니다. 아니면 아예 부모님이 직접 삶을 통해 모범을 보이며 지도하시면 됩니다. 끝으로 이것은 좋은 인사습관을 통해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P.S : 이 글에서 말하는 '높임말' 이란 어른께 사용하는 말 뿐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경어나 정중한 표현 등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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