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당시는 매향리 문제로 매우 시끄러웠다. 신입생이었던 나는 선배들 손에 이끌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위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젊은 혈기와 열정으로 이 사회를 변화시켜 보겠다 참 부던히도 많이 시위를 쫓아 다녔다.

나이를 먹고 자식을 본 지금 그 때를 돌아보면 참 순수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란게 그렇게 단순히 바뀌는 것이 아닌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현실의 벽 따위는 무시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참 무식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그 때 시위를 쫓아다니며 한참 전의경들과 대치하다보면 여러 생각이 들곤 하였다. 때마침 서울 어디인지는 모르나 기동대에 갔던 고교동창놈이 있어 더 그랬다.

음..

한참 몸싸움을 하다 가만히 쉴 때보면 순간적인 진압과 공격을 막기 위해 시위 사수대와 전경이 함께 마주보고 앉아 있을 때가 있는 데, 그 때 잠깐 몰래몰래 얘기도 하고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매향리에서 만났던 의경하나는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살았다 했다. 한차례 충돌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나는 바로 앞에서 만났었다. 이 충돌 때 매향리 시위대와 진압대는 논밭위에서 대치하기도 하고 뛰어 다니기도 했었는 데, 우린 그 때 짓밟힌 농작물을 보며 서로 마음 아파했었다.

지금 촛불 집회 폭력시위-진압 논쟁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먼저 전의경이나 시민 모두 참으로 고생이 많다는 거다. 맘고생, 몸고생 모두 참 힘들다. 억지로 막고 순간 흥분하여 주먹질과 방패질을 하게 된 진압대나 맨몸으로 나왔다 주변 사람들이 끌려가고 맞는 걸 보며 흥분한 시위대..
어느 누구 하나도 서로 편할 수 없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 피해자들이다.

두번째는 우리는 순간적으로 충돌하고 욕하며 싸울 수는 있어도 반드시 그 후에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의 과정은 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장의 흥분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음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전의경의 경우는 본대 복귀 후 일어나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존재하기에 더욱 과격해질 소지가 있고, 아무리 윗선에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했어도 20대 초반의 혈기를 진정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위대 역시 나이드신 어른과 여성, 학생이 맞는 걸 보며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모두 인정해야 할 일이다.
그 순간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매우 급박하여 이래저래 따질 겨를이 없다. 그저 쫓고 도망다니는 찰나에 모든 것이 일어난다.

세번째는 불법이냐 아니냐는 현재의 실정법에서의 판단은 물론 역사의 판단까지도 고려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7차에 걸쳐 이뤄진 촛불집회가 거리로 나서 행진과 충돌까지 나게 된 것에는 분명 이 정권이 제공한 원인이 매우 크다. 또한 시위가 갖고 있는 그 공공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허나 현재 실정법으로는 엄연히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시위는 언제나 그 역사의 판단이 있게 마련이고, 이것에 의한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시위대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정신을 더욱 뚜렷이 해갈 필요가 있다. 전의경과의 충돌에만 더욱 집중하다보면 자칫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의경 역시 시위진압 당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훗날 보다 크고 열린 마음으로 역사의 판단에 동참하여 서로의 지혜를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19나 광주민중항쟁도 모두 역사의 판단 속에 그 정당성이 부여되었던 것이다.

끝으로 민주주의의 절차 역시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두 불편할 수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분명 우리의 선택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낮은 투표율에 따른 민심의 왜곡이었다.(이것은 물론 정치권에서 제공한 측면이 크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봐도 63%의 투표율 48%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약 1천 1백 5십여만 표이다. 3천만이 넘는 유권자 중 적어도 2천만은 그를 포함한 우리 정치권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그 중 50대의 투표율이 가장 높고 20대 투표율이 가장 낮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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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 투표율. 출처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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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투표율. 출처 : 중앙선관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 과정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밝히고 있는 촛불과 함께 동시에 민주주의의 절차들을 온전히 이행해 가야함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법으로 해결할 것은 법으로, 행정으로 해결할 것은 행정으로, 선거로 심판할 것은 선거로 심판하는 것을 잊지 말자. 또 다시 냄비처럼 식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촛불을 통해 우리의 단호한 뜻을 꾸준히 표현해감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린 월드컵 4강에 기뻐하며 눈물흘렸던 모두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우린 모두 이 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내가 노력한만큼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며 모두에게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린 모두 하나 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서로 각 자의 자리에서그래서 이렇게 촛불을 들기도 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도 하는 것 아닌가..


(추신 : 시위대와의 대화는 금지된 걸로 압니다. 처음에는 제가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지요. 물론 나중에도 별 얘기는 없었습니다. 주로 제가 얘기하고 물으면 그는 눈빛과 미소, 제스쳐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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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시사]세상살이 2007. 12. 1. 14:19 Posted by 바람몰이


흔히 의료사고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등에 비유된다. 그 분야의 특성상 일반인이 병원과 싸우는 게 -특히, 대학병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며..돈이며..실제 대부분 의료사고는 병원측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오늘 우연히 한 어린 아기의 죽음을 접하게 되었다. 고모 문병을 왔다 감기 증상이 있어 약이나 타가자는 마음으로 진료받던 아이가 채혈 후 급작스런 쇼크가 있었고, 심폐 소생술로 급한 위기는 넘겼지만 약 20일 후 사망했다는 이야기였다.

사건의 경위와 병원측의 입장을 이래저래 왔다갔다 하며 살펴보며 가슴이 답답하였다.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 내렸다. 생후 9개월 된 딸 아이를 보며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요근래 우리 애도 감기 증상이 있어 고생하였다.)  

일단 국과수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먼저이고 향후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경과를 봐야하겠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고 정의는 승리하는 것이라 배워왔지만 우리네 세상사 속 진실과 정의는 힘과 돈이 있는 자들의 것 일 때가 많음 또한 사실임이 뇌리를 스치는 것은 왜일까..

때로 인생을 살다보면 내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벽을 경험하게 된다. 그 때마다 우린 좌절하기 쉽고 내 자신의 무기력함에 실망하곤 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란 좌절과 실망을 경험하기에 더 깊이 있고 성숙해진 영혼의 강건함을 가질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사건의 원인 및 결과가 양쪽 당사자 모두 납득할 수 있겠금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유가족과 하늘의 품에 안겨 안식하고 있을 아이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가득하시기를 기도한다.


덧붙이는 말 : 병원측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다 아주 적은 확률에서 일어날 만한 사고가 일어난 것이든 어쨌든..법원의 판결결과야 어찌되었든..절차상 하자가 없다하여 억울해하는 유족들에게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병원에서 할 행동은 아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눈물로 살아야할 부모를  찾아와 최소한의 도의적 사과를 하는 것은 우리네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이거늘.. 자신들은 적법하고 합리적 절차에 의해 진료하다 사고가 일어났다 하여 병원측에서 책임이 없다 하면 어떤 사람이 병원을 믿고 자신의 생명을 의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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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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