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드디어 방송출연하다!

[문화]블로그 인생 2011. 1. 24. 17:47 Posted by 바람몰이


처가에 내려가는 데 왠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매우 친절한 말투의 여성이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고 연락했다면서 KBS VJ특공대에 출연제의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짜증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동안 방송출연을 두고 방송국과 여러 차례 교류하며 단 한번도 좋은 기억을 가져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도 지난 번과 별반 다름없을 것임을 예상하며 그리 친절치 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제가 제게 방송출연 제의를 한 계기를 물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대개의 경우 방송국과의 대화는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출연을 요청하며 일반인 출연진은 방송출연만으로도 기뻐서 제대로 대화조차 못하는 매우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우선권을 가져오려 했던 거지요. 

방송컨셉과 연락을 취하게 된 계기 등이 쭉 설명되었습니다. 우선 주제는 "딸바보" 라고 하였습니다. 딸을 무지무지 사랑하는 아빠에 관한 얘기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성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니 관련 내용까지 설명해줄 것을 부탁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관련글 : 1억이면 어떠랴...네가 주는 행복이 그 이상인데)


하지만 저는 여전히 무뚝뚝한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작가님에게 그 동안 있었던 방송국과의 악연을 세세히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 내부에서 제대로 회의해서 출연이 확실해지면 다시 전화하라 통보했습니다. 어설프게 하는 건 거절한다는 거지요. 사실 저는 오산에서 일산까지가서 인터뷰를 마치고도 출연 거절 통보조차 못 받고 버려진 경험이 있습니다(방송국의 친절함이여!) (관련글 : 블로거의 방송출연 제의 다섯차례 거절했습니다, 블로거 방송국에 또 낚이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방송국 계통은 전반적으로 참 오만하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단 뭔가 일을 함께 하려했으면 잘 되든 안 되든 문자라도 한통 주는게 예의지요. 그런데 자신들이 아쉬울 땐 설설 기다가 필요없게 되니 버려버리는 이런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예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 통화했던 그 작가입니다. 출연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지어 예전같이 섭섭한 일이 없게 하다보니 늦었다 합니다. 그리고 내용을 들어보니 그랬습니다. 제가 전화인터뷰에서 제시했던 여러 이야기가 반영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웠지요. 방송내용이나 작가의 성실성도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0-21일(목-금) 저희 집으로 VJ특공대가 왔습니다.

처음 방송 촬영을 하다보니 참 어려웠습니다. 어떤 연출이 아닌 자연스런 삶을 찍는 건데 카메라가 있으니 자연스럽기가 참 어렵더군요. 하지만 주제가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고, 성폭력 예방과 양성평등까지 진행되는 것이라 이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딸내미를 사랑하며 살림을 하다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요. (관련글 : 어느 전업주부 남편의 100일 기록 1편, 2편, 3편, 4편)

평소처럼 둘째 녀석 똥기저귀를 빨고, 이유식을 먹이며 큰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저희 세 부녀가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것도 찍었습니다. 장을 본 재료들로 큰 아이와 재미나게 김밥을 만드는 것도 찍었습니다. 제가 설거지 노하우를 설명하기도 하고, 요리를 할 때 칼질하는 법 등도 설명하였지요. 평소에 꾸준히 하던 것인데 또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제가 마치 전문가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ㅋㅋ(관련글 : 남편, 가족을 위해 저녁 만찬을 준비하다)



또 오랜만에 태권도 수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저는 태권도를 사랑하며 수련해왔습니다. 물론 최근 체육관을 찾는 경우가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지요. 다만 이번에는 방송을 위해 오랫동안 안 하던 격파를 하였네요. 기왓장을 10장씩 두번, 송판을 10장씩 두번 "손날"로 격파하였습니다. (ㅎㅎㅎ 원래 고수는 주먹질 안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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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딸아이 어린이집에 가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아동 성폭력 문제 때문에 제가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더군요. 당연히 평소대로 저는 잘 교육하고 왔습니다. PD말이 이런 식의 성교육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하더군요(긍정적인 면에서). 다행이지요. 저는 늘 기존의 교육의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교육을 하려 하니 말이죠.

어린이집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필자의 모습. 어린이집은 많지 않은 아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재밌고, 실질적인 연습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밤에는 딸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찍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만화를 같이 보곤 합니다. 그래야 그 내용을 알고 우리 아이에게 보여도 되나 안 되나를 판단하지요. 또한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수준을 맞춰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딸아이 목욕을 시키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까지 촬영하였네요.(참고글 : 건희, 월반시켜도 되겠어요)

이 내용을 이틀동안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찍었습니다. 휴~정말 힘들더군요. 그래도 참 재미났습니다. 카메라가 이틀동안 저를 밀착하여 따라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여러 인터뷰를 하는 것도 재미났습니다. 또 주변의 여러 지인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체육관 관장님, 어린이집 선생님, 재래시장 아주머니, 우리 처형까지 인터뷰를 했네요.

하지만 아쉬움도 좀 남게 됩니다. 역시 방송이다보니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더군요. 제 소신이나 사실이긴 하나 조금 더 재미난 표현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또 출연료가 없더군요. 사실 이건 좀 황당했습니다. 무려 이틀이나 촬영을 하고, 방송출연까지 했는 데 출연료가 없다니....물론 방송출연을 계기로 인지도가 올라가는 등 홍보효과가 있겠지만 그래도 시청자가 이틀을 투자해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떤 방식이든 사례가 있어야하지 싶습니다.

방송은 이번 주 금요일(28일) 저녁 10시에 KBS 제2 텔레비젼으로 하게 됩니다. VJ특공대가 하는 시간이지요. 어떻게 방송이 나올지 모르겠네요. 이틀 동안 엄청난 얘기를 했는 데 말이죠. 음,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만 편집될 수도 있고, 여러 측면이 고루고루 나오며 균형잡힌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자세한 건 저도 방송을 봐야 할 것 같네요. 아무튼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런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말 블로그는 제 삶의 환기구이자 신선한 휴식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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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고 나면 그냥 자리 깔고 누웠지요. 그런데 어제는 좀 이상했습니다. 왠일인지 캄캄하면 밖에 안나가는 딸아이도 그렇고, 저도 바람을 쐬고 싶었습니다.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건희야, 건희 목욕하고, 아빠랑 그네 한번 타고올까?"

딸아이의 눈빛이 초롱초롱 해졌습니다. 당연히 좋다고 했지요. 낮에는 언니들에게 치여 쉽게 타지 못하는 그네이기에 아빠와 함께 실컷 타고 싶었던 겁니다.

놀이터에 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비가 오겠다는 예보와 달리 그저 시원하고, 좋기만 하였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그네를 타며 놀았지요. 그 때, 저쪽에서 중학생 세명이 걸어오기 시작하는 게 보였습니다.

이 친구들은 여학생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 누구가 예쁘네 좋네 마네 하며 사귀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욕설이 반을 차지했지요. 그래도 너무 거슬리거나 크지 않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괜찮았지요. 그런데 우리 부녀가 그네를 놓고, 미끄럼틀로 가기 시작할 때부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그네를 타고 있던 딸아이 모습



이 학생들은 그네를 향했습니다. 잠깐 자기들끼리 욕을 하며 타기 시작하더니 그네를 뒤집어 올리는 것입니다. 기둥에 그네줄이 엮이기 시작하자 그네는 매우 높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줄이 짧아지면서 말이죠. 제 눈에 많이 거슬렸습니다. 어린 애들이 타고 노는 것이고, 공공시설이 훼손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 하려고 쳐다보았습니다. 막 말이 나오려던 찰나 딸아이가 얘기했습니다.

"아빠~건희 쉬마려~"

하하, 일단 한번 접어야 했습니다. 딸아이의 쉬를 길거리에다 할 수는 없었지요. 관리사무소까지 갔습니다.


평소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 딸아이 모습

화장실을 다녀오니 녀석들은 여전히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네를 기둥 위로 돌려 넘기느라 여전히 시끄러웠습니다. 그 욕하는 것도 굉장히 거슬리고 말이죠. 마침 딸아이가 벤치에 앉아 저에게 그럽니다. 얼굴을 찡그리며 말이죠.


"아빠, 저 오빠들이 그네 망가뜨리고 있어"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네 원상태로 돌려놓아라"

세명의 학생 중 둘이 슬슬 빠지기 시작합니다. 가장 약한 애 하나만 남기고 말이죠. 순간 화가 솟아올랐습니다.

"거기서! 이거 똑바로 안해놓으면 집에 못갈줄 알아!"

지난 10여년간 학생들 지도만 해왔습니다. 태권도 4단입니다. 저는 목소리가 꽤 나오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게 좀 많이 컸나 봅니다. 순간 단지내에 메아리가 치더군요(순간 저도 좀 당황..^^;;) 아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제게 왔습니다. 그 아이들을 맘에 안들어했지만 말 못하고 그냥 보기만하던 어른들이 오더군요.

너무 많은 어른이 와서 아이들이 창피하지 싶었습니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경비 아저씨와 사다리를 놓고, 아이들이 올라가서 그네를 원상복귀 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어른들이 집단적으로 아이들을 욕하는 것도 안좋다 싶었던 것입니다.

그네 복구가 끝나고 가볍게 타일렀습니다. 저희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더군요. 본래 성격 자체가 나쁜 애들은 아니였습니다. 표정을 보니 다시는 안 그럴 것 같긴 한데..글쎄요 어떨런지...

집에 돌아오며 여러 모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청소년들이 잘못하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어른들...또 이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괴팍해진 아이들...입에 욕을 달고 살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또 이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들...

제 아이부터 예의있고, 바른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제가 교육하는 아이들부터 "개념" 있는 애들로 키워야겠다 다짐했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야만하고, 삶의 형편때문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해 두눈 똑바로 뜨고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이 이 아이들을 온전히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관련글>요즘 조직폭력배의 나이가 어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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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건희 콜록콜록 했어요!”

“그래, 건희야. 아빠랑 같이 병원가서 의사 선생님 만나고 오자. 아빠도 약먹어야겠다! ”

딸아이의 기침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기침을 하다 토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병원을 찾았더니 이틀치 약을 처방해 주더군요. 음, 다행이 약을 먹으며 기침이 줄어드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조금 나아졌나 싶더니 아침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열이 점점 심해지더니 그 활발하고, 씩씩하던 아이가 너무나도 조용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즉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역시나 신종플루가 의심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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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장난감에 질투하다!

[LIFE]이 남자의 인생 2009. 12. 2. 10:49 Posted by 바람몰이


업무와 일상에 전념하다보면 때때로 놓치는 게 생깁니다. 특히, 업무 관련 스케줄은 잘 기억하면서도 나와 관련된 일은 잊기 쉽습니다. 올해 제가 그랬습니다. 분명 나도 생일이 있긴 있는 데, 그게 언제이고 올해는 어떻게 지나는지 흐릿했습니다. 아내와 딸아이는 이런 저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잊지 않고 제 생일을 기억하여 준 것입니다.


아내와 딸이 준비한 깜짝생일파티

아내와 딸아이는 언제나처럼 잊지 않고 제 생일을 기억하여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여느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주린 배를 어루만지며 퇴근한 저는 집문 앞에서부터 심상찮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선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던 거지요.

집문을 여니 매우 어두웠습니다. 그리고 거실 끝에서 아내가 딸아이를 부르며 뛰어 오는 걸 보았습니다. 둘은 고깔모자를 쓰고 저를 축하해주려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둘이서 생일 축하 노래 연습도 했다 합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 저를 본 딸아이가 흥분하던 기운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제 손으로 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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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드는 것만큼 어려운게 또 있을까.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누구나 살다보면 철이 들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한두번쯤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중 가장 큰 계기가 있다면 바로 출산과 육아의 긴 과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출산과 육아는 사실 내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스스로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성장을 한다는 건 언제나 성장통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몸이 자라도 통증이 있는 거고, 아픔을 겪으며 마음이 자라기도 한다. 당연히 출산과 육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참 아쉽게도 우리는 기쁨의 순간만을 떠올리곤 한다. 임신을 하면서 새생명이 들어옴은 분명 신비하고, 놀라운 과정이지만 그 후의 과정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있지 아니하면 오히려 내 자신을 잃고, 짜증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1.늘어가는 짜증

아이가 가장 예쁠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잠잘 때" 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잠잘때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필자는 '아이 예뻐라~이 귀염둥이!! 라면서 뽀뽀를 해주곤 한다.

그런데!!! 

좋은 건 여기까지.


이 녀석이 다시 눈을 뜨고 말을 이기기 시작하면 상황은 180도 변해버린다. 악을 쓰기 시작하면 이건 정말...또 한번 놀아달라 들러붙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ㅡ.ㅡ;; 찰거머리 저리 가라이다.

최근 건희는 손이 다친 일이 있다(관련글 : 10분의 방심, 딸아이 손가락을....). 그래서 나와 2주 정도 함께 집에서 요양을 취했다. 아이와 2주 동안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그것도 "미운 네살" 접어든 녀석과 함께라면!!
...
....
......

2주란 시간은 사람을 2년 이상 더 늙게 만드는 것 같은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2.늘어나는 회의

사람이 삶의 목표와 꿈을 잃는 다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점점 커져가는 목소리만큼 꿈과 열정도 커지면 좋은 데, 이건 그 반대이다.  

아~한 땐 나도 꿈많고, 열정적이던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아~~~옛날이여!!! ㅠ.ㅠ


육아를 100% 전담하다보니 자기회의가 늘어남을 볼 수 있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나는 신학공부를 하며 지금까지 수도해왔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흥분하는 걸보며 수없는 자기회의에 빠지고 말았다. 또 아이에게 치여 살다보니 내 젊은 시절 꿈은 이미 사라지고,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쓰며 날카로워지는 신경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박지윤의 <하늘색 꿈>이 듣고 싶어지는...으흑....ㅠ.ㅜ


3.늘어나는 교육비와 자존심

우리는 저소득층으로써 정부에서 100% 보육료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교육비가 안 들어갈까. 이건 순진한 발상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출되는 교육비가 상당하다. 만약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고, 그것도 형제(또는 자매)를 함께 보냈다면 이건 정말 엄청나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맞출수가 없는 금액이 나간다. 윽..허리가...ㅠ.ㅜ

그런데 또 참 재밌는 게 내 아이가 좀 쳐저 있는 건 보기 싫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어진다. 또 친구에게 맞기라도 하면 기분이 굉장히 나쁘다. 차라리 치료비를 물어주는 한이 있어도 안 맞고 다녔으면 하는 맘이 생기고 만다. 특히, 나는 무도 수련을 20여년 정도 한 사람으로써 아이가 덩치 큰 친구에게 위축되어 꼼짝못하는 걸 보면 ..... 

내 눈은 순간 이글아이가 된다~

으~~~이글 아이!!!


그러니 참으로 재밌지 않은가. 가장 좋은 걸 주는게 가장 좋은 교육 효과를 담보하는 게 아님에도  내 자식이 연루된 문제이 있어서는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감정적이게 되니 말이다.


4.기타

육아에 좀 더 신경쓰다보니 참 이런 저런 전화를 많이 하게 된다. 동사무소를 찾는 횟수도 늘어난다. 육아 관련 사이트도 엄청나게 들락거리고, 대학시절 교육학 공부를 하며 읽던 책도 다시 보게 된다. 안 그런 척하면서 옆집 아줌마는 애한테 뭘 입히고, 뭘 시키는지 관심 갖게 되고..ㅠ.ㅜ;;;


정리하며

자기만족이다. 결국 아이에게 무엇이든 최고의 것으로 최고만 해주고 싶은 결국 자기만족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에게 고가의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굳이 조기교육을 하지 않아도 결국 공부할 놈은 공부하고, 공부안할 놈은 공부 안하는 게 이치이다. 그러니 결국 자기만족이란 생각이 든다.

또 자기감정이다. 자기 감정을 못 이기니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고, 내 자신이 흥분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흥분하며 아이를 다그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세상 사는 법을 깨우치는 법이다. 윽...이런 말을 하니 또 다시 부끄러워진다. 오늘 아침 나는 또 다시 건희에게 밥 먹고 가라 다그치고 말았었다...으흐흐흐흐흑....ㅠ.ㅜ;;

음음, 아무튼..

결국 육아의 긴 과정은 내 자신의 성장과정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이는 부모님의 모습을 자신의 모델로 삼고, 무의식에 모두 저장하는 만큼 내 자신이 성장하고, 학습하는 삶이 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다.



P.S : 내일은 연재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백여일간 전업주부로써 살며 느꼈던 것을 최종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내일도 업데이트 시각은 10-11시 사이입니다. 또 방문자가 200만명을 넘겼습니다. 많은 사랑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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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도 못 기다리는 아이들

TV 광고를 보니 우리가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았다면 IT 강국이 될 수 있었겠냐 하더군요. 예, 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나 동시에 우린 느리게 사는 삶의 소중함을 잃어버렸다는 생각도 들지요.

문제는 이것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나 세상 모든 어른이 워낙 '빨리빨리'를 외쳐대니 아이들도 기다리 줄을 모릅니다. 어린 초등생들도 컴퓨터 게임을 하다 모니터를 부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엄마가 뭘 조금만 늦게 해줘도 난리를 칩니다. 


기다릴 줄 아는 훈련은 모든 교육의 시작

혹시 애견센터 훈련장에 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애견 훈련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바로 '기다려'입니다. 앉아서 기다리고, 서서 기다리고, 먹이를 앞에 두고도 기다리는 겁니다. 그리고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아이 교육을 애견교육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기다릴 줄 알게 하는 것이 모든 교육의 출발점이란 얘기입니다. 학교에 가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줄 알아야하고, 사업을 한다해도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허나 우리는 이와 반대로만 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수학 문제 하나를 풀어도 정확히, 꼼꼼하게 풀게 하는 게 아니라 빨리 잘 풀어내라 합니다. 말이 안되지요. 정확히, 꼼꼼하게 풀다 이것이 숙달되어 속도가 나오는 거지요. 뭔가 심부름을 하나 시켜도 빨리 빨리 하라 합니다. 아이의 성격에 따라 좀 늦을 수도 있지요. 중요한 건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을 때 이걸 잘 들어주고, 성의있게 반응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일 겁니다.


기다리는 훈련은 넉넉하고, 여유있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요즘 저희도 딸아이에게 '건희, 기다리세요' 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떼를 쓰려 하면 '예쁘게 말해야지~'라고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잡고, 침착하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지요. 어떤 일이든 서두른다하여 잘 되는 게 아니라 침착하게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함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기다릴 줄을 모르니 자꾸 떼를 쓰는 것입니다.

이게 사실 초창기에는 잘 안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말이 트이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허나 지금은 그럭저럭 얘기가 됩니다. '안아~안아~' 하던게 '안아 주해효~'로 바뀌고, '우유~우유~'하던게 '우유 주해효~'로 바뀌었습니다. 우유를 데울때도 처음에는 발을 동동 구르던 녀석이 '건희, 기다리세요. 아빠가 이렇게 해줄게요' 라고 하면 가만히 저를 보며 옆에 서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데 몇 달이 걸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육을 하려면 말 그대로 부모님도 넉넉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개 부모님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채 1분을 못 기다립니다. 운전할 때도 앞차가 조금만 늦게 가면 경적을 울려댑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한국인들이 도로에서 기다려주는 시간이 3초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군요. 너무 억지로 느리게 살려 할 필요는 없지만 좀 더 여유있고, 넉넉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며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은 좀 더 나아가 쓰디쓴 인생의 고난이나 고통을 "인내"하는 능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한 순간도 기다릴 줄 모르는 아이들이 어떻게 인생을 인내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어릴 때부터 특히, 저는 막 자아가 형성되고 말이 트이는 시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 역시 기다릴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좀 더 넉넉하고, 여유있는 마음을 갖고 삶을 살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것입니다만 부모님의 삶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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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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