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문한 노컷뉴스 성교육 시리즈 8편이 나와서 소개합니다.(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484056)

성교육을 통해 개인의 성 의식과 성 문화까지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1970년 중반 네덜란드 청소년의 첫 성관계 연령은 12.4세. (참고로 한국 청소년의 첫 성관계 연령은 13.6세 -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청소년의 무분별한 성관계와 임신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국가 차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성교육을 제도화한다.

성교육 내용은 남녀 신체차이부터 임신과 출산 등 생물학적인 내용뿐 아니라 피임, 성행위, 이성을 만날 때 대화 기술, 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 등 넓은 영역이다.

수업 방식으로 100% 토론 수업을 병행했다. 선생이 왜 피임이 필요한지 열거하고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끔 수업을 진행한 것.

청소년들은 토론을 통해 성에 대해 부끄럽거나 은밀하게 여기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었다.

또한 여학생들에겐 타인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개인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키워주고자 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의식 캠페인 'No means No'는 성관계에서 책임감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매우 높게 향상 시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가 "No(안 돼)"라고 하는 경우 No로 받아들이지 그 의미를 Yes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의나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성 접촉은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모든 성관계는 상대방의 동의와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사회적 성 의식 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안 돼요"라고 할 때 내숭이라 판단하고 "돼요"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동의나 합의'가 아닌 상태에서 관계를 맺게 됨으로써 둘 사이에 데이트 강간이 종종 발생하는 일이 생긴다.

피임 교육도 철저히 했다. 1970년대부터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피임약과 및 피임 도구를 보급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덜란드 여학생들의 50% 이상이 첫 성관계를 가지기 전에 미리 피임약을 복용한다.

'더블 더치'(Double Dutch)라는 피임법 또한 적극적으로 보급됐다. '더블 더치'란 남성의 콘돔 사용과 여성의 피임약 복용을 동시에 함으로써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많은 네덜란드 청소년이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성교육은 30년 뒤에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1970년 중반 12.4세였던 첫 성관계 연령이 2006년 17.7세로 바뀌었다. 첫 성관계 시 피임 도구 사용률은 95%로 올라갔으며, 이성교제 시 데이트 강간도 현재 전 세계 최하위다. 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청소년 출산율과 낙태율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의지와 함께 학부모들이 보내 준 열렬한 지지 덕분이었다. 만약 학부모가 개방적인 성교육 정책이 오히려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대해 반대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방적인 성교육,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에 피임법 등이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반적이다.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오히려 성관계를 부추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성교육 강사들은 일선 학교에서 강의할 때 "피임 등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교육은 피해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네덜란드 사례 역시 가치관과 문화 등이 우리보다 개방적인 서구 사회니까 가능한 일 아니냐며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해외 사례가 우리에게 적용된다고 해서 똑같은 효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한국 청소년의 임신, 낙태, 성폭력 등 성과 관련한 사고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한국과는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무엇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건 성교육을 통해 성 의식과 문화가 변할 수 있다는 점과 그 효과는 장기적인 투자를 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재의 형식적이고 이름뿐인 성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계획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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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문한 노컷뉴스 기사를 모셔옵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서울 소재 남녀공학 고등학교 1학년생 20여 명이 성교육을 받았다.

성교육 강사가 남학생 10여 명에게 물었다. "키스나 포옹 같은 스킨십, 드라마에선 (상대방) 동의 없이도 잘 하던데, 현실에선 어떨까? 허락받고 해야 할까?"

한 남학생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건 눈빛만 보면 알아요. 왜 허락을 받아요?"

그런데 그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남학생들은 달리 대답한다.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이날 스킨십을 시도할 때 상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남학생들이 7:3 정도로 많았다.

성교육 강사가 이번엔 여학생 10여 명에게 물었다. "남자친구가 '나 키스해도 돼?' 하고 물어 보면 어떨 것 같아?"

여학생들이 일제히 "어우~"하며 짜증이 난다는 감탄사를 쏟아 냈다. "찌질해요" "그런 건 분위기 보고 알아서 해야죠" 등 허락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질문이 남학생들에게 이어졌다. "키스 다음도 묻고 할 거야?" 그러자 남학생들이 키득거리며 대답한다. "에이, 그런 건 키스를 진하게 하다 보면 분위기란 게 있잖아요. 자연스레 손이 가슴으로 가고, 섹스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남학생 대다수가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여학생들은 전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안 된다"고 말했다. 허락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여학생이 생각한 스킨십은 손잡고, 포옹, 키스 정도였다.

◇ 스킨십에 대한 남녀의 동상이몽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단편적이지만, 스킨십에 대한 남녀의 의식 차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10대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한 이유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남녀 생각 차이를 더욱 제대로 볼 수 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발표했던 '2010 성문화 연구 조사'에서, 성관계를 경험한 고등학생의 성관계 이유가, '호기심으로'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37.9%로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 서울 내 고등학생, 탈학교 청소년 등 1,266명)

남학생들이 성관계를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호기심으로'가 42.5%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36.8%),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어서(34.5%), 술에 취해서(12.6%) 등의 순이었다.

반면 10대 여학생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41.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거절하기 힘들어서' 31.0%, '호기심으로' 24.1%,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어서' 13.8%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남학생은 '호기심으로' 성관계를 시도하는 반면, 여학생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라는 차이가 나타났다.

◇ "NO는 NO"…남녀, 소통하라

더 주목할 부분은 여학생의 31%가 '거절하기 힘들어서'라고 대답한 점이다. 다른 성교육 기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들을 보아도 '상대가 원해서', '거절하면 남자친구가 실망할까봐' 등의 이유가 나왔다.

즉, 많은 청소년 여학생들이 관계가 깨질 것을 우려해 "NO"라는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이끌려서 성관계를 하는 등 '성적 자기 결정'이 약한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할 수 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측은 "특히 여학생들의 30%가 '거절하기 힘들어서'에 응답한 것을 통해 볼 때, 여학생들에 대한 다른 방식의 성적 실천에 대한 태도와 협상에 대한 교육이, 남학생들에게는 성관계의 상호 존중성에 대한 교육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안 돼(NO)"를 내숭이라고 판단하고 "돼(YES)"로 자의적으로 해석, '동의나 합의'가 아닌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데이트 성폭력 역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여성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못 하고, 왜 남성은 여성의 '안 돼요'를 '돼요'로 이해하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성 차별적 문화에 기반한 이중적인 성 관념 때문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목소희 팀장은 "여성이 스킨십이나 성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명확하게 말하면 '경험이 많은 여자', '헤픈 여자' 등으로 사람들이 낙인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남성이 강하게 스킨십 등을 주도하고, 밀어붙여야 '남자답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임정혁 성교육 전문 강사는 "여성과 남성이 어릴 적부터 다르게 양육되는 상황이 (성 차별 문화를) 내면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데이트 비용, 함께 부담해야

성교육 이야기 중에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데이트 비용 부담자가 누구냐' 역시 '성 차별적 문화'와 매우 연관이 깊다.

'2010 성문화 연구 조사'를 보면 데이트 비용 부담자는 주로 남성이다. 주로 함께 부담한다는 커플도 '그러나 남성이 더 많이' 낸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임정혁 강사는 "이런 경우 여학생은 데이트 비용을 주로 내는 남자친구에게 미안해서 스킨십 거절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교제의 통제권이 남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 강사는 양성 평등한 이성 교제와 스킨십을 위해 4가지를 강조했다.

▲ 평소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도록 노력할 것 ▲ 상대방이 싫다는 표현은 그대로 받아들일 것 ▲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대안: 공동명의 커플통장 운용, 금액이 아닌 횟수를 맞춰나갈 것 등) ▲ 남성은 베풀고, 여성은 받는 구도를 탈피할 것.

다음 기사 : 음란물 - 성범죄 원인은 야동?

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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