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1.08 우리가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걸까
2006년 5월 14일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글
[주장] 우리가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 걸까?
목적론적 사고와 승리 지상주의 넘어야
  임정혁(kkuks81) 기자   
2002년 월드컵 당시 전국은 축구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붉은 옷을 입었다. 거리를 가득 메우며 매 경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우리는 12번째 선수로 그 자리를 지켜나갔다. 너도나도 얼싸안으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난 후 그 열기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K-리그 관중석은 매일같이 비워져 있다. 그 원인에는 제도적 문제, 경기력의 문제, 서비스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는 듯하다.

우리는 축구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과정'에 중심을 두었다기보다는 축구를 매개로 승리를 즐기는 '목적'에 중심을 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축구는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승리의 쾌감을 주는 꽤 스펙터클한 운동경기로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문제는 목적론적 사고와 승리지상주의 문화다

이것은 비단 축구 얘기만으로 끝낼 성격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목적론적 사고'와 '승리지상주의 문화'이다. 축구는 이것이 표출된 또다른 예일 뿐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뿌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조심스레 그 뿌리를 과거의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며 생긴 군사문화와 획일적인 교육, 특히 남성의 경우 군대 경험에 두려한다.

군대는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강한 목적론적 집단이다. 패배는 곧 죽음이라는 승리지상주의적 집단이다. 물론 군대는 그래야만 하는 측면이 강하다. 군대의 승패는 곧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임무 달성에 실패하면 더 많은 집단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통해 형성된 개개인의 사고틀이다. 20대의 가장 좋은 시기를 군대에서 보낸 수많은 청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군대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며 길들여졌을 수 있다. 본래 인간의 사고란 한번 그 방향과 틀이 잡히면 그것을 깨고 나오기 매우 어렵다. 제대 후에도 그 틀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형성된 군사문화는 더 심각한 문제이다. 교육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친다. 우리 교육의 내용은 하나같이 획일적이다. 내용은 물론 가르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의견을 묻는 서술형 문제가 늘었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모범답안이 존재해 학생들은 그 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노력에도 학교의 현실 자체가 선생님들의 창의성 발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도 아이들은 두발 길이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세상에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니던가.

지금 기성세대를 형성하고 있는 과거(?) 교육 수혜자들은 어떠할까.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학생의 인성형성과 급우관계 및 교육시스템을 통한 사회성 향상 등과 상관없이, 우리는 오직 1등을 하고 1류 대학만을 가야하는 4당 5락의 교육을 받아오지 않았던가. 2등을 하고 한 문제를 틀려 96점을 맞으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런 교육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목적에만 치우친 승리 지상주의의 또다른 모습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않은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사회 전반의 군사문화와 어린 시절부터 거치는 획일적인 교육의 세계를 받으며(특히 남자들은 군대를 거치며) 목적론적 사고와 승리 지상주의에 길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그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자신의 모든 걸 바쳐 경기를 치른 선수가 패배 후 고개를 숙이며 다음 번 승리를 약속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왜 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아파해야 하는 건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새로운 월드컵 문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목적론적 사고와 승리 지상주의에 물들어 살아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마치 이에 반대되는 개념처럼, 과정론적 사고와 즐기는 문화만을 추구해야 하는 걸까?

현실을 주도하는 이런 문화에 버금가게끔 반대적인 성격의 문화를 부각시켜, 일종의 기세를 몰아가야한다는 것도 일면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의 강조는 또 다른 목적론적 사고와 승리주의일 수 있다. 하나를 밟고 내가 일어서야 한다는 논리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온전히 통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한 문화의 단점을 지적하고, 또다른 문화의 장점을 부각하며, 하나를 없애고 다른 하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변증법적 통일의 과정'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목적과 승리는 그 자체가 아닌 과정의 지향점으로 추구되어야 하고, 과정은 승리를 향한 노력으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상업주의에 빠져 월드컵 마케팅에 빠져 있는 그리고 승리와 목표 달성에만 빠져 있는 사회전반의 분위기 및 문화를 직시하자. 재벌의 사욕을 충족시켜 주거나, 목표 달성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언론의 의도에 휘말리지도 말자. 말 그대로 전 국민과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는 아름다운 월드컵 문화를 만들어 보자. 승패를 떠나 모두가 하나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보자

,
BLOG main image
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by 바람몰이

카테고리

큰 머리 제목 (1160)
[성교육] 학교 교육용 영상 (0)
[LIFE]이 남자의 인생 (193)
[LIFE]몸짱 프로젝트 (21)
[LIFE]여유와 지혜의 장 (63)
[LIFE]육아 이야기 (3)
[교육]자녀교육 한마당 (73)
[안전] 안전교육 (49)
[안전] 응급처치 (18)
[성교육]생생 강의현장 (37)
[성교육]성교육 이야기 (177)
[성교육]낯설게 바라보기 (79)
[문화]방송,영화,격투기 (102)
[문화]신바람 자동차 (78)
[문화]블로그 인생 (24)
[기독교]하늘바람몰이 (87)
[기독교]변해야 산다 (35)
[경제]주식투자종목분석 (23)
[시사]세상살이 (82)
리뷰 아르바이트 (7)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NM Media textcube get rss
바람몰이'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