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에 "월반" 얘기가 나온 건희

얼마 전 건희 알림장에 써있던 내용입니다. 내용인 즉슨 지금 있는 3세반에서는 아이들을 리드하기도 하고, 언니오빠들과 더 잘 맞는 것 같으니 "월반" 해도 되겠다며 농담반 진담반(제 생각에)으로 선생님이 쓰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건희 그냥 월반시켜 달라 할까요? ^.^;;


저도 건희를 영재로 지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예, 기왕이면 똑똑하게 키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영재교육을 시키거나 최고난도 수학문제를 풀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월반을 시킬 마음도 없고, 한 학년 선행학습을 시키지도 않을 겁니다. 그것은 제가 이런 학생들을 몇 해동안 지도하며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1) 기억에 남는 남학생

정말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특출난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남학생 하나가 있는데요. 제가 이 친구를 처음 본 것은 녀석이 유치원에 있을 때 였습니다. 그리고 초등 1-4학년까지 꾸준히 지도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친구도 저를 좋아하며 잘 따라주었고, 당연히 어머님과도 상당히 친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학생은 거의 모든 시험에서 올백을 맞았고, 수학경시대회 입상은 기본이었습니다. 심지어 한 학년 위 대회에서도 입상하였지요. 게다가 성격은 얼마나 씩씩하고, 밝은지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습니다. 또 아이다운 순수한 면도 많은 제가 본 최고의 "영재" 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요. 이 친구 어머니는 절대 이 학생에게 선행학습 강요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집에서도 자율성을 존중하며 키우지만 예의를 강조하는 어찌보면 약간 엄격함이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이 학생이 원하는대로 독서를 많이 시켜줬고, 대화를 많이 한다 합니다.(TV는 거의 안 봄)


사례2)기억에 나는 여학생

또 이렇게 똑똑한 예쁜 여학생도 한명 기억이 나는데요. 제가 이 친구를 처음 본 것은 초등 2학년 때였습니다. 그 후 4학년까지 지도하며 꾸준히 지도하였습니다. 이 학생은 1학년 때부터 한 학년 앞서 공부를 하고, 실제 각 종 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좋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또 무엇보다 
어머니가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많은 정보를 갖고, 교육을 진행중이었습니다. 그 핵심에는 늘 선행과 최상위 학습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요. 물론 독서도 많이 하구요. (이 여학생 어머니 역시 제게 여성을 소개시켜 주겠다 할 정도로 가까웠던 분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요. 이 친구가 5-6학년에 접어들자 미세하게 수업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는 거지요. 또한 한학년 앞서 언니, 오빠들과 공부를 하다보니 또래의 친구들이 거의 없고, 월반했던 반에서는 쉽게 적응을 못하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제가 한가한 시간을 찾아 그 친구를 1:1로 지도하고 말았습니다.(물론 제가 좀 더 키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이 외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사례를 들었는데요. 이 사례를 통해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월반과 최고난도 문제를 푸는 교육이 반드시 그렇게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무엇이 "똑똑한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교육체계에서처럼 "뇌" 훈련이 잘 되어 기억력과 계산력이 좋으면 똑똑하다 해서는 곤란하다는 거지요. 아이큐만 높고, 시험만 잘 봐서 뭐하겠냐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역설하며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끊임 없이 이익을 창출하고, 경쟁에서 앞서가는 창의성과 똑똑함을 보유한 이가 아니라 어려운 이를 돕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이라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서 제기했던 "똑똑한 것"과 "자녀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가 말하는 똑똑함이란  "뇌"가 좋은 것 뿐 아니라 "가슴" 까지도 좋아야 한다는 거지요. 이는 곧 월반과 선행학습, 영재교육 등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이해해주는 훈련도 필요함을 의미할 것입니다.


무엇이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 하는가

우리가 아이들을 똑똑하게 키우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봅니다. 기왕이면 이 세상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게 하려는 마음때문이겠지요. 기왕이면 내가 했던 고생하지 않고, 좀 잘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머리가 매우 좋다면 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공부를 시켜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영재는 아니고, 그 속에는 내 아이도 포함될 수 있음을 인정하셔야 한다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은 머리'만' 좋은 인재를 찾는 시대가 아닙니다.

자, 그렇다면 이젠 좀 변할 필요가 있지요. 내 아이를 무엇이 똑똑한 아이로 키울 것인가, 또한 이를 위해 어떤 교육을 시켜나갈 것인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란한 수사와 많은 말쟁이가 되기보다는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또 이해해주는. 이익과 필요에 따르기보다 믿음과 편안함을 주어 상대를 설득시켜 나갈 수 있는.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그런..

그런 민들레 같은 끈질긴 생명력과 그 홀씨의 포근함을 갖고 있는 똑똑한 아이로 성장시켜 나가보는 것. 이런 건 어떨런지요. 한번쯤 우리가 고려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이 글은 영재가 아닌 대다수 일반 즉, 80%에 해당하는 일반 학생을 둔 부모님을 대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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