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 진술 엇갈리는 이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0.06 경찰과 법조계는 성감수성을 좀 더 키워라


영화 도가니를 통해 아동 성범죄 및 가해자의 처벌에 관한 논의가 뜨겁지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아동 성폭력 피해아동을 추궁한 변호사에 관련한 기사가 보입니다. 사건은 공부방에 왔던 당시 10세의 여자 아이를 성추행한 현직 목사에 대한 건이었는데요. 재판정에서 변호인은 13세의 피해자를 불러내 (검찰측에 따르면) '오버'를 했고, 피해아동은 2차 피해를 입으며 결국 법정에서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본인은 상처가 될 만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려서 확인을 하려했다 합니다.

네, 그럴 수 있지요. 변호사이니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을 적극 변호해야 하고, 그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성인에 관련할 때만 이해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얘기입니다. 아동은 원래 진술이 오락가락 하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벌써 시간이 3년이나 된 경우입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어른들도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지금 독자님께서는 작년 이 맘때 있었던 일이 기억나십니까? 그렇지 않을 겝니다. 하물며 어린 아이는 어떠할까요..

두번째로 문제가 되는 건, 왜 피해 아동을 가해자와 직접 대면하게 했느냐는 것입니다. 독자님께서는 혹시 어릴 적 싸움을 하다 나를 이겼던 친구를 시간이 지나 만나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태권도 수련을 하며 싸움도 잘 했지만, 그래도 저 보다 강한 친구가 늘 한두명쯤은 있었지요. 한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학교 싸움짱이란 애와 싸우다 많이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이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요. 당시 제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아이들은 어떠할까요? 운동을 오랫동안 한 남성도 이러한 데, 겨우 13세짜리 여자 아이가 아주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진술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알고 있던 것도 잊게 되고, 사실을 얘기하면서도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 아동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어린이의 특성상 진술의 일관성이 당연히 없는 게 맞고, 가해자와 대면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을 비롯 우리 나라는 비디오 중계기나 비디오 진술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도대체 이 법정에서 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각 지법별로 성폭력 전담 재판부도 있는 데 말이지요.

사건의 정황을 계속 살펴보니, 이 사건의 경우는 초동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비디오 녹화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전국 어디에나 성폭력 상담소나 해바라기 아동센터 같은 곳에 전문가가 있는 데, 왜 이들의 도움을 통해 비디오 녹화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게다가 3년전이라면 2008년 조두순 사건 이 후 아동 성폭력에 대한 분노와 관심 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라 경찰이 '비디오 녹화'를 몰랐을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요. 이것이 문제이지요. 제 견해로는 경찰의 초동수사는 부실했던 것이 맞습니다. 

언젠가 제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설명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말이 무조건 모두 맞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과 상처를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며 사건을 처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은 더욱 이러한 '피해자 중심주의'가 관철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떤 피해 아동의 부모가 가해자를 신고하고, 재판을 통해 처벌하고자 하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경찰과 법조계가 좀 더 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성범죄는 법조항을 많이 외우고, 범인을 잘 잡는다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경찰이나 법조계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겠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 있어서 피해자가 또 다시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수 있는 과정이 요청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같은 이런 수준의 성감수성으로는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기는 커녕 상처만 더 입히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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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번 달 20일이 논문제출 기한이라 포스팅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20여명의 독자님께 거듭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논문 통과될 때 까지만 이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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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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