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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7 "꿀벅지"가 성희롱이 맞냐구요? 7


이 글은 제게 얼마전 있었던 "꿀벅지" 논란과 관련해 의견을 물으셨던 분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1)사건개요

얼마 전 모 그룹 멤버의 "꿀벅지" 논란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사건은 이 여가수의 허벅지를 꿀벅지라 하는 걸 보고 한 여고생이 여성부 게시판에 이 용어를 쓰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후 인터넷 상에는 수많은 논쟁이 오고 갔는 데, 그 핵심을 정리하자면 1)칭찬을 성희롱이라 여기는 과민반응이라는 측과 2)꿀벅지가 음담패설의 한 용어로 사용되던 것인데 이걸 언론에서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건 안된다는 측 3)끝으로 여성의 몸을 음식에 비유했으므로 명백한 성희롱이란 세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여성부의 입장성희롱은 피해자의 모멸감 등이 핵심기준이므로 개인적인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고, 언론사의 표현을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문제제기

그러나 돌아볼 문제이다. 과연 성희롱 문제를 이슈화 하며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는 무엇일까. 당초 시민사회측에서 이 얘기를 꺼냈던 건 기존에 만연화 되어 있던 남녀의 성차별적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또한 여성 등의 성을 하나의 객체로 바라보며 희롱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것을 제도화 된 방식으로 표출한 게 바로 성희롱 문제였고, 성희롱 문제를 통해 문화를 바꾸는 통로를 여는 데 그 본래적 의미가 있었다.

만약 이걸 보지 못하고 '성희롱이 무엇인가?', '굴욕감의 기준이 뭐냐?', '어떻게 처벌해야 하느냐' 라는 데 묻혀 버리면 성희롱 문제는 아무런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루한 논쟁에 빠져 버리기 쉽다. 성적 굴욕감이나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성차별적 (조직)문화이고, 이것이 왜 어떤 구조로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느냐인 것이다.


3)실망스러운 여성부의 입장

꿀벅지 논란은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여성부의 입장은 더욱 그렇다. 우리가 한 여고생의 지적을 보며 주목해야하는 건 '과연 이것이 성희롱이냐 아니냐' 가 아니다. '왜 꼭 칭찬을 성별화 된 방식으로만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몸"과 "성"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육덕"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 문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이 논쟁의 이해당사자가 누구냐라는 것이다. 

이걸 보고, 지적하지 못하게 되면 "그럼 너네도 초컬릿 복근이라 하지 않느냐' 라는 말이 나오며 지루한 말꼬리 잡기가 이어지게 된다. 또한 '남자들은 다 그런 존재' 라는 말이 나오며 여성부처럼 "개인적인 문제"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 나온다. 어떻게 이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여성 문제를 비롯 성차별적 구조를 확인하고, 양성평등이란 세계적 흐름을 만들어갈 여성부에서 나온 대답이라 하기엔 정말 실망스러운 "단견" 이라 아니 할 수 없다.


4)육덕이 지배하는 문화

다시 필자가 제기했던 문제로 돌아와 보도록 하자. 요즘 방송을 보면 "육덕", "짐승돌" 등의 용어가 칭찬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먼저 "왜 꼭 성별화된 방식으로 칭찬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자본과 미디어 산업의 발달이 가속화 시킨 여성 또는 남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필자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가 성별 불평등 권력관계를 작동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다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이론은 잠시 접어둔다쳐도 "건강" 과 "삶의 질"을 얘기하며 시작되던 "몸"에 대한 관심이 왜 이렇게 변질된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5)꿀벅지 논쟁을 보며 웃고 있는 건

여기서 잠시 자본의 상술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필자는 앞서 이 논쟁의 이해당사자가 누구냐라는 질문을 하였다. 과연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데로 "남성"과 "여성"일까?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양성간 진행된 논쟁을 통해 그 반사이익을 보는 건 모 여가수를 모델로 채용했던 소주회사이고, 이를 긴요한 방송소재로 사용했던 방송사였기 때문이다. 즉, 일종의 문화상품으로서의 여가수와 그녀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통해 누가 반사이익을 얻었냐는 것이다. 


우리가 이에 주목해야 하는 건 이것이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슈화 되었으며 또한 전개되었고, 또 다시 다른 이름으로 반복 재생산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때마다 이 논쟁에 휩싸여 공연한 힘을 빼야하는 걸까. 지금 이 꿀벅지 논란을 보며 웃고 있는 건 남성과 여성 그 누구도 아닌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6)정리

성희롱 문제는 성희롱 자체에만 국한해 볼 수 없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는 그런 측면이 매우 많으나 만약 계속 이런 식으로 성희롱 문제를 접근한다면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던 그 본래적 의미는 사라지고, 지루한 말싸움과 상처 입은 감정만 남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희롱이란 문제를 왜 제기했는지 그 속의 함의를 보고, 문화를 바꿔나가는 노력을 경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꿀벅지 논란 역시 마찬가지이다. 꿀벅지란 용어 자체와 성희롱 문제 자체만 바라보면 끝없는 감정싸움만 나오게 된다. 필자는 이를 통해 우리는 '왜 성별화 된 방식으로만 칭찬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논쟁의 뒤에는 은폐된 자본의 상술과 우리 사회의 "육덕문화" 그리고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취업조차 할 수 없는 구조가있다. 우리가 이를 보고, 변화의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제2, 제3의 꿀벅지는 언제든 재생산 될 것이다.


<출강문의-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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