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27 아동 성폭력, 왜 아이들은 '모르는 사람'을 따라갈까? 6


김수철 사건의 악몽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시 7세 여아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주택가에서 혼자 놀고 있던 아이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김수철 사건과 이번 사건은 약간 다른 점이 있는 데, 그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사건의 가해자가 협박이나 위협이 아닌 친절함을 통해 피해아동의 집까지 들어가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아동에겐 '모르는 사람'이란 개념이 없다!

필자는 줄기차게 '낯선 사람'을 따르지 말라는 교육을 비판해왔다. 김성천 교수(중앙대 아동학)에 따르면 아동은 10분전에 만나도 금방 아는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조금만 친절해도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또한 조금만 잘 생기거나 매력을 보여도 좋은 사람이라 여긴다. 즉, 이는 아이들에게는 모르는 사람이란 개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낯선 사람'을 별의심 없이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이번 사건을 다시 잘 복기해보면 이런 특징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아동에게 가해자가 다가갔다. 이 가해자는 김수철과 달리 친절하였다. '모르는 사람'이었던 가해자가 '아는 사람' 또는 '좋은 사람'이 되어 아동의 신뢰를 이끌어 낸 대목이다. 이 후, 그는 이 어린이에게 '집에서 놀자'하였고 결국 피해아동은 가해자를 집으로 데려가게 된다.


우리 교육의 세가지 맹점

이런 아동의 심리적 특성도 교육을 통해 보완,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이에 따라 어른에 대한 막연한 신뢰를 갖는 아이들이 (아는 사람이든 낯선 사람이든) 내게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나쁜 행동이고, 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필자는 그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아이들은 애정표현과 성폭력을 구분하는 교육을 못 받아 왔다. 가령 '어~우리 누구누구 고추 얼마나 컸나 보자'라는 경우를 보자. 어른 입장에서는 아이가 너무 예뻐 그런 것일 수 있다. 우리 정서 역시 이 정도는 애정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동이 어느 순간 거부감이나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면 이는 아동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성폭력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에게 '성적자기결정권'의 개념이 없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지 감을 못잡는 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시간과 횟수가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심지어 한번에 두세가지 주제(예 : 양성평등+성폭력)를 다뤄달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어른에게 복종하는 것이 좋다고 배우는 데 반해 어른의 잘못된 행동을 거부하는 것의 중요성은 배우지 못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에 13세짜리 아들에게 차량털이를 시킨 아버지가 있었다. 아들은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부모에게 대드는 아이를 기르라는 게 아니다.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의 의견이 표출될 기회자체도 거의 없고, 자신의 요구를 말하거나 항의를 하면 자칫 '말대답'하는 나쁜 어린이로 찍힐수도 있는 게 우리네 교육의 현실이란 점이다.

셋째, 모든 어른이 나를 보호해주는 것은 아님을 배우지 못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고, 이것을 이용하는 게 아동 성폭행범의 특징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어른이 나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님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조금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나) 친부나 친족에 의한 성폭행을 피해를 입었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그들이 자신을 지켜줄 존재 또는 내가 의지할 존재라고 믿고 있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친부나 친족이라 해도 아이를 폭행하거나 성적 학대를 가한다면 이들은 더이상 신뢰할 수 없는 존재이다.


아동을 탓하지 말고, 구체적인 교육을 하라!

흔히 '모르는 사람을 왜 데려갔어!'라고 하거나 '왜 혼자 있었어!'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동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산일 뿐이며, 이 사건의 원인 또는 책임이 피해 아동에게 있다는 2차 가해의 우려까지 있다. 우리는 결코 아동을 탓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이란 뭔가를 어리숙하게 판단하기에 '어린이' 이다.

또한 그러기에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은 늘 구체적이어야 한다. 항상 구체적인 상황과 대상을 가정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함께 연습을 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그 상황을 모면하거나 부모님내지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정확히 이해 못했는 데도 알겠다는 경우가 있다. 끝으로 반복적인 재확인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반복하지 않으면 금방 잊게 된다. 

                                                                                                  
<관련글>
아동 성폭력, 1년에 40분짜리 교육으로 안된다.
아동 성폭력, 착한 아이일 수록 더 위험하다
학교에 있는 10분동안 아무도 제지 안했다
아동 성폭력, 낯선 아저씨만 조심하면 되나?
어머니 폴리스 모집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
제2조두순 사건, 왜 아동성폭력에 분노만 하나?
화학적 거세를 하면 성범죄가 줄어드나?
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을 탓하기 전에!

<교육문의>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고, 필히 이메일과 핸드폰 번호, 지역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가볍게 눌러 주세요~


,
BLOG main image
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by 바람몰이

카테고리

큰 머리 제목 (1160)
[성교육] 학교 교육용 영상 (0)
[LIFE]이 남자의 인생 (193)
[LIFE]몸짱 프로젝트 (21)
[LIFE]여유와 지혜의 장 (63)
[LIFE]육아 이야기 (3)
[교육]자녀교육 한마당 (73)
[안전] 안전교육 (49)
[안전] 응급처치 (18)
[성교육]생생 강의현장 (37)
[성교육]성교육 이야기 (177)
[성교육]낯설게 바라보기 (79)
[문화]방송,영화,격투기 (102)
[문화]신바람 자동차 (78)
[문화]블로그 인생 (24)
[기독교]하늘바람몰이 (87)
[기독교]변해야 산다 (35)
[경제]주식투자종목분석 (23)
[시사]세상살이 (82)
리뷰 아르바이트 (7)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NM Media textcube get rss
바람몰이'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