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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0 남편인 내가 명절 증후군을 앓아보니... 39


저는 결혼하기 전부터 제 아내에게 명절 증후군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명절 때마다 임신을 하고 있던터라(^^;;) 아내가 일을 할 수있는 처지도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음식준비며 정리, 운전 등 명절에 관한 일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한 것이 벌써 6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해마다 명절이 되면 저는 그리 편치 않습니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앓고 있는 거지요. 남자이자 남편인 제가 명절 증후군을 앓게 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명절 증후군을 앓게 되는 이유 몇 가지

우선, 경제적 부담은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겁이 날 정도로 상승한 물가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입니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좀 더 저렴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제가 결혼했던 당시 한상차림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수만원 이상이 더 드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저런 곳에서 협찬이 들어오긴 합니다만 어차피 그것도 다 내 가족들 주머니에서 나온 금액이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지요.

두번째로 음식 준비 자체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마 이게 가장 힘든 부분일 것 같은데요. 거의 이틀은 꼼짝없이 음식만 해야 할 정도입니다. 아마 이건 저희 집 뿐 아니라 대부분 가정에서 다 그럴 것 같은데요. 특히, 온 가족이 모여서 두런 두런 준비하게 되면 또 모르겠지만 늘 늦게 오거나 아예 명절 당일만 왔다가는 분들이 있지요. 참 할 말이 없게 되는 상황입니다. 음식 준비로 허리가 아픈 건 둘째치고 섭섭한 마음까지 들어버리게 되는 소위 말하는 '빈정' 상하는 시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지요.

끝으로 세번째는 늘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는 것입니다사실 저는 명절에 한번은 우리 집으로, 한번은 처가를 먼저 가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안의 특수한 상황이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력하고 밀고 나가면 이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모두에게 득 될 것이 없는 일이라 그럴 수도 없었지요. 다행이 지금까지 아내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저를 지지해주며 이해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늘 제 맘 속에 있는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명절 증후군을 앓아보니..

명절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참 힘이 듭니다. 우선, 몸이 참 피곤합니다.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뭔가 무거운 돌을 얹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더 문제인 것은 이게 며칠이 지나도 쉽게 회복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 생각과 방해 없이 그냥 하루 종일 푹~자면 좋겠지만 아이들도 있고, 다시 일상에 복귀해야하다보니 그럴 수도 없지요. 피로회복제를 마셔도 쉽게 회복이 안 됩니다.

더 문제인 것은 마음이 참 우울해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많은 주부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가만히 앉아서 TV만보며 껄껄 웃는 사람들에 대한 아니꼬움이 장난 아니게 생기더군요. 또 도대체 나는 뭐하는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명절내내 하는 일이 밥하고, 설거지하며, 심부름 하는 것이니 말이지요. 저처럼 자진해서 우리 집 일을 하는 사람도 이러한데, 하물며 주부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평등명절로 명절 증후군을 극복해보자

이런 상황을 타개할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희 집도 제가 끊임없이 주장하며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것이 바로 '평등명절' 보내기 입니다. 우리가 차별 받고 있으니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좀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명절을 보내자는 것이 바로 '평등명절 보내기' 이지요. 음, 우선 독자님 가정의 평등 명절지수 확인을 한번 해볼까요?

우리집 명절 평등지수는? - 아래 문항을 읽고 괄호 안의 숫자대로 점수를 매겨 보세요.

1. 명절(설날, 추석)중 한 번은 며느리를 친정으로 먼저 보낸댜. (10)
2. 명절은 아들, 딸집을 번갈아 가면서 지낸다.(10)
3. 전 부치기, 송편 빚기 등 명절음식을 남녀가 함께 한다.(5)
4. 설거지를 남녀가 함께 한다.(3)
5. 명졀 시장을 남녀가 함께 본다.(1)
6. 명절 상을 남녀가 함께 차린다.(1)
7. 명절 음식은 남녀가 같은 상에서 함께 먹는다.(3)
8. 제사를 지낼 때 남녀가 함께 절한다.(3)
9. 명절이 윷놀이나 고궁나들이 등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놀이가 있다.(5)
10. 명절에 항상 남성 중심의 화투놀이와 술을 마시는 행동을 한다.(-3)
11. 명절 선물은 시댁과 친정 동일하게 한다.(3)
12. 용돈(세뱃돈)은 딸이나 손녀보다 아들, 손자에게 더 많이 준다.(-3)
13. 명절은 항상 자비 안의 장남(장손)의 집에서 지낸다.(-3)
14. 제사음식 중 여자가 만지면 안 되는 음식이 있다.(-3)
15. 명절에 여자가 전화나 방문을 하면 안된다(-3)


이 테스트지는 한국노총에서 나왔던 것인데요. 각 문항에 따라 나온 괄호 안의 점수를 모두 합산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점수별로 25점 이상이면 "우리 가족은 평등가족, 웃는 명절"이구요. 1-24점은 "지금은 불평등가족, 표정 없는 명절"이 됩니다. 만약 0점 이하라면 "많이 불평등가족, 울고 있는 명절"이 됩니다. 

물론 이 체크 리스트가 절대적으로 옳거나 합리적인 기준점이 된다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 집을 파악해보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작업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명절은 모두가 행복해야 할 시간이고, 누구나 행복하게 웃을 권리는 있으니 말입니다.

정리하며 


이번 명절은 유난히 짧습니다. 그래서 매우 바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집에 갔다가 오전에 추도식을 진행하고, 바로 처가로 내려가야 겠지요. 처가에서도 열심히 장인-장모님을 섬기고 부지런히 올라와야 할 것 같습니다. 운전하는 시간은 대중이 없겠지요. 또 어려워진 경제 사정은 저를 더 힘들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명절이란 단어에서 오는 기쁨이 있지 않습니까. 또 남편인 제가 좀 더 노력하고, 아내를 배려하는 것이 부부의 관계성을 더욱 좋게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끝으로 더 좋은 것은 이런 저희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진보된 생각을 품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저희는 '평등명절 보내기'로 명절 증후군을 이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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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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