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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2 결혼 5년, 처음으로 해물뷔페에 가다 6


연애 시절입니다. 아마 만난지 백일쯤 되는 기념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신학교를 다니며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는 어르신을 섬기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민중이란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뛰며 공부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날도 날이니 만큼 당시 여자친구이던 지금의 아내가 갑자기 수원역에 있던 M식당을 가자 하였습니다. 거기가 어떤 곳인지 모르던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런....밥값이 8천원인 것입니다! 8천원은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리어카를 가득 채워 올 때나 받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었지요.

저는 경악을 했습니다. 식당에 가서 밥까지 나왔기에 식사를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이런 밥을 먹을 수 있는가' 라며 제가 매우 강하게 불평을 토로했습니다. (솔직히 "지랄"을 했다는 게 맞습니다). 결국 당시 여자친구이던 제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당시 저는 이것이 전혀 미안하지 않았습니다. 아내 역시 저와 비슷한 공부를 했기에 철저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많이 나이브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수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참 제가 심했고, 옹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열한 삶을 살던 시기이었기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아내에게 그런 것은 정말 잘못한 일 같습니다. 그래도 불타는 사랑을 했던 저희 커플은 그 일이 있고도 약 1년 후 쯤 저희 커플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평등결혼식을 한복을 입고 진행했었다.


결혼을 하며 저는 다른 날은 몰라도 결혼 기념일 만큼은 좀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결혼 후 출산까지 하고 군 복무를 했던터라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내는 그런 저를 이해해 주었지만 저는 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어제는 결혼한지 5년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요즘 다음 view와 오 마이 뉴스에 지속적으로 성범죄 시리즈를 연재하다보니 강의가 좀 들어오고 있어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지난 날의 미안한 맘을 달랠 수 있도록 아내에게 이틀 전부터 뭘 먹고 싶은 지 아무거나 다 고르라 하였습니다. 다음 맛집 블로거인 아내는 정말 좋은 동탄 신도시의 맛집을 알아내더군요. 어떤 곳인지 궁금증을 갖고 벼락을 헤치며 달려가보았습니다.

아내가 선택한 식당은 해물뷔페였습니다. 1인당 16000원이었지요. 30년 동안 제가 저를 위해 돈을 내고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비싼 식당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도 해물뷔페 가보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는 돌잔치나 장인 어른내외께서 오셨을 때 등 뭔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만을 위해서 가본 적은 없었지요.

가보니 소문처럼 이것저것 괜찮았습니다. 서비스나 분위기 모두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맛도 너무 좋았습니다. 제 옆에 있던 딸아이는 연방 '맛있다' '야호~'를 외쳐댔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원없이 먹었습니다. 식당 서비스나 분위기, 맛도 좋았지만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5년전과 달리 예쁜 두 딸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저를 들뜨고, 기쁘게 하였습니다.

두 딸아이는 우리 부부의 사랑이자 자랑이다.


가만보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물질의 양을 상대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며 "상대적 박탈감" 이란 걸 느끼곤 합니다. 이미 절대적으로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고, 가끔 특별하게 비싼 식당을 갈 수도 있는 데 늘 부족하다 느끼지요. 그러나 이를 행복의 척도로 삼게 된다면 늘 답답하고, 쫓기는 마음으로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서양의 많은 지혜자들과 고전은 욕심을 비우고, 감사하며 사는 데에 행복의 비결이 있다고 얘기해 왔던 것일 겝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아이들에게 많은 용돈을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해물뷔페를 가는 것도 내년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 수학하는 탓에 물질의 절대적 양도 많이 부족하겠지요.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적은 용돈을 지혜롭게 쓰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말하며 삶을 긍정하고 싶습니다.

"그래, 너는 행복한 사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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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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