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되는 군 관련 문제 속에 성폭력과 관련한 보도가 눈에 띕니다. 이른바 '성군기 위반사고'를 말하는 것입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일주일에 1건씩 군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활관과 복도, 체육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발생유형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이는 사병간에서 뿐 아니라 간부와 사병, 간부와 간부끼리도 일어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군대에서 이런 성폭력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남자들만 모인 곳' 이란 얘기나 '혈기왕성한 청년들을 모아 놨기 때문'이라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많은이의 믿음과 달리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저는 그 이유를 밝히며 글을 작성해나가고자 합니다.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성폭력이 일어나는 맥락입니다. 흔히 사람은 이성이 있는 동물이라 합니다. 그렇지요. 배가 고프다하여 길거리에 있는 음식을 훔쳐 먹지 않도록 스스로를 조절합니다. 차를 타고 가며 소변이 마렵다고 차안에 모두 소변을 보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성충동이 일어났다하여 성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즉, 성충동이란 것이 성폭력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는 성폭력 가해자를 옹호할 수 있기에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은 사실 경직되고, 수직적인 권력구조 속에서 자주 일어나곤 합니다. 군대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군에서는 나이나 학벌 등이 필요 없습니다. 고립된 곳에서 수직적인 질서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고, 하급자는 상급자의 행동을 반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급자는 하급자를 손쉽게 지배 및 통제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구조가 우선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같은 환경조건은 성군기 위반사고가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성군기 위반사고 중 무려 48%가 불기소 처분되었습니다. 피해자가 무력감을 느끼고 성폭력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그러나 반대로 가해자는 더욱 마음놓고 성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조건들입니다. 여기서 만약 성폭력 가해자가 직속 상급자 또는 간부일 경우는 더욱 어렵지요. 어디서 하소연할 수가 없게 됩니다.

두번째 문제점은 군대내 성교육 시스템에도 있습니다. 어떤 군 관계자는 우리 나라에서 군대만큼 성교육을 많이 시키는 조직도 없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 횟수가 아닌 교육진행방식과 내용입니다. 만약 군대내 성교육이 집단적으로 병사들을 모아 놓고, 일방적인 강의를 한정된 시간 속에 일회성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성교육은 그 특성상 매우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또 흐름에 맞춰 다차원적인 교육접근 방식을 통해 다회 교육으로 진행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교육은 단순히 '성'을 다루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을 매개로 '인권''배려''평화''양성평등' 등 다양한 측면이 결부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는 일방적인 전달로만은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요.

군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제시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그럴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가 군생활을 잘 하기 위해 선택하고 만들어가야할 문화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단계별로 수차례에 걸친 소규모 집단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군대내 성폭력 사건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왜곡된 남성성을 그만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총은 자기 애인 다루듯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 거나 '남자가 그 정도도 못 참나?' 등 왜곡된 남성성에 기인한 교육이 여전히 팽배한 지금의 군 문화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 부당한 대우나 가혹행위를 당했을 때(특히, 성폭력은) 손쉽게 그 처지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로 다양한 방식의 성교육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군대는 고립된 장소에 매우 많은 이들을 수용하는 가장 경직된 계급구조를 가진 조직 중 하나입니다. 또 우리 나라 국민의 절반이 의무적으로 거쳐가야만 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훈련병 시절부터 제대를 할 때까지 다양한 형태 예를 들어 워크숍이나 역할극 등의 방법론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세번째는 성군기 위반'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바라보며 가해자 관리를 강력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만이 존재하고, 교육과 치료가 없는 부실한 체계 속에서는 가해자가 또 다시 재범을 할 확률이 너무도 높습니다. 따라서 가해자 처벌은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 후 교육과 치료 등이 꾸준히 병행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처우를 좀 더 잘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또 부모님 등이 걱정하실까봐 등 다양한 이유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치료하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리대책을 좀 더 전문가와 함께 세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일단 피할 수 없는 곳이 군대이고, 최근에는 여성도 많이 입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게다가 군대는 한번 계획을 세우면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군대는 성문제가 가장 많이 생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성문제를 가장 모범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를 통해 군대가 음침하고, 무서운 곳이 아니라 좀 더 친근하고,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성숙해질 수 있는 (특별히 성문제에 있어서도) 조직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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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교육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10인 이상 양성으로 구성된 근로자가 있는 기업은 어디나 예외 없이 '직장내 성희롱 예방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 등으로 교육을 대체하기도 하고, 전문강사님을 초빙해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참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위의 두 교육방식 모두 '기분 나쁘다''씁쓸하다' 같은 남자들의 반응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그리고 무엇이 기분 나쁘다는 걸까요.


남자는 모두 잠정적 가해자?

교육을 받다 보면 대개 강사님들이 모두 여자분들이십니다. 제가 여성임을 얘기하는 건 마치 말빨 좋고, 공부 많이 한 여성대표가 잠정적 가해자인 다수의 남성과 싸우러 온 듯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가 일반 직장인으로 교육을 받을 때도 그랬습니다. 또 강사가 된 지금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참으로 난감하지요. 본래 직장내 성희롱을 법으로 강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강사나 피교육생 모두 이걸 보고, 짚어가는 게 아니라 매우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인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본래의 의도와 상관없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말싸움이 반복된다고나 할까요(예 : 그럼 이런 것도 성희롱이냐? 너무 한 것 아니냐? 이러면 너무 삭막하지 않느냐 등...)


강사는 성희롱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을 짚으며 접근해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강사의 접근" 이 핵심이라 봅니다. 즉, 직장내 성희롱이 일어나는 핵심원인인 권력이나 의 관계를 보고 이를 통해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성희롱을 가하는 면만 계속해서 강조하기 때문이란 얘기입니다. 아쉽지만 이건 마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는 것 같은 형국입니다.


현재 직장내 성희롱 문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그 핵심 개념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왜 성희롱 문제를 형법에서 다루지 않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다룰까요. 그것은 성희롱 문제가 남녀차별이란 바탕을 두고 있고, 남녀의 차별이란 양성간의 불평등 즉, 사회적 힘이나 위치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이 있다 보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는 성희롱이란 누구나 예외 없이 상대적 소수자에게 언제든 가할 수 있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실제 군대내에서 동성간 이뤄지는 성희롱, 직장에서 여자 상사가 남자 부하에게 가하는 성희롱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희롱이 다수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희석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성희롱은 일부 성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거나 짓궃은 사람이 우연하게 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이런 근본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에 따라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방법으로 성희롱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구요.

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러 오신 강사님께서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하고,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어느 한쪽 성이 일방적으로 가해자란 논리나 너네들 까불면 이런 처벌 받는다'는 식으로 진행하면 곤란합니다.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잠" 자러 오는 분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니 말이지요. 


정리하며

오늘 저는 이 글을 통해 제가 양성평등과 성희롱을 어떻게 관련지어 바라보는 지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성희롱 발생원인 중에는 "반권력적 성희롱" 이라 하여 남자 부하직원이 여자 상사를 성희롱 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권력의 문제가 얽혀 상급자가 하급자를, 다수의 성이 소수의 성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성희롱이 더욱 많아 보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남성을 일방적인 가해자라 규정짓고 들어가는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남성이 더 많이 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량한 다수의 남성을 잠정적 가해자처럼 얘기하면 참 곤란하지요. 좀 관심 갖고 싶던 맘도 사라지게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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