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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31 놀이터에서 중학생 세명을 혼냈습니다 5

평소에는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고 나면 그냥 자리 깔고 누웠지요. 그런데 어제는 좀 이상했습니다. 왠일인지 캄캄하면 밖에 안나가는 딸아이도 그렇고, 저도 바람을 쐬고 싶었습니다.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건희야, 건희 목욕하고, 아빠랑 그네 한번 타고올까?"

딸아이의 눈빛이 초롱초롱 해졌습니다. 당연히 좋다고 했지요. 낮에는 언니들에게 치여 쉽게 타지 못하는 그네이기에 아빠와 함께 실컷 타고 싶었던 겁니다.

놀이터에 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비가 오겠다는 예보와 달리 그저 시원하고, 좋기만 하였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그네를 타며 놀았지요. 그 때, 저쪽에서 중학생 세명이 걸어오기 시작하는 게 보였습니다.

이 친구들은 여학생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 누구가 예쁘네 좋네 마네 하며 사귀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욕설이 반을 차지했지요. 그래도 너무 거슬리거나 크지 않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괜찮았지요. 그런데 우리 부녀가 그네를 놓고, 미끄럼틀로 가기 시작할 때부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그네를 타고 있던 딸아이 모습



이 학생들은 그네를 향했습니다. 잠깐 자기들끼리 욕을 하며 타기 시작하더니 그네를 뒤집어 올리는 것입니다. 기둥에 그네줄이 엮이기 시작하자 그네는 매우 높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줄이 짧아지면서 말이죠. 제 눈에 많이 거슬렸습니다. 어린 애들이 타고 노는 것이고, 공공시설이 훼손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 하려고 쳐다보았습니다. 막 말이 나오려던 찰나 딸아이가 얘기했습니다.

"아빠~건희 쉬마려~"

하하, 일단 한번 접어야 했습니다. 딸아이의 쉬를 길거리에다 할 수는 없었지요. 관리사무소까지 갔습니다.


평소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 딸아이 모습

화장실을 다녀오니 녀석들은 여전히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네를 기둥 위로 돌려 넘기느라 여전히 시끄러웠습니다. 그 욕하는 것도 굉장히 거슬리고 말이죠. 마침 딸아이가 벤치에 앉아 저에게 그럽니다. 얼굴을 찡그리며 말이죠.


"아빠, 저 오빠들이 그네 망가뜨리고 있어"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네 원상태로 돌려놓아라"

세명의 학생 중 둘이 슬슬 빠지기 시작합니다. 가장 약한 애 하나만 남기고 말이죠. 순간 화가 솟아올랐습니다.

"거기서! 이거 똑바로 안해놓으면 집에 못갈줄 알아!"

지난 10여년간 학생들 지도만 해왔습니다. 태권도 4단입니다. 저는 목소리가 꽤 나오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게 좀 많이 컸나 봅니다. 순간 단지내에 메아리가 치더군요(순간 저도 좀 당황..^^;;) 아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제게 왔습니다. 그 아이들을 맘에 안들어했지만 말 못하고 그냥 보기만하던 어른들이 오더군요.

너무 많은 어른이 와서 아이들이 창피하지 싶었습니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경비 아저씨와 사다리를 놓고, 아이들이 올라가서 그네를 원상복귀 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어른들이 집단적으로 아이들을 욕하는 것도 안좋다 싶었던 것입니다.

그네 복구가 끝나고 가볍게 타일렀습니다. 저희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더군요. 본래 성격 자체가 나쁜 애들은 아니였습니다. 표정을 보니 다시는 안 그럴 것 같긴 한데..글쎄요 어떨런지...

집에 돌아오며 여러 모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청소년들이 잘못하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어른들...또 이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괴팍해진 아이들...입에 욕을 달고 살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또 이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들...

제 아이부터 예의있고, 바른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제가 교육하는 아이들부터 "개념" 있는 애들로 키워야겠다 다짐했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야만하고, 삶의 형편때문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해 두눈 똑바로 뜨고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다짐이 이 아이들을 온전히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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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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