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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6 결국 우리 동네도 "대형슈퍼"가 들어온다 5

저희 집은 새로 조성된 신도시에 있습니다. 저는 작은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지요. 벌써 입주한지 10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버스도 없고, 슈퍼조차 없어서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대중교통이 생기고, 상권이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지내 상가 슈퍼에는 맘씨 좋은 아저씨가 계시고, 미용실엔 친절한 미용사님이 계시지요. 이래저래 새로 만들다보니 동네 자체가 활기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렇게 정이 피어나고, 활발해지는 동네에 먹구름이 몰려 올 것 같습니다. 기업형 대형슈퍼(SSM)가 저희 동네도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상도'라는 게 없는 대형슈퍼

저희 동네에 들어온 대형슈퍼는 1개가 아닙니다. 놀랍게도 불과 10m 폭의 도로를 마주한채 2개나 입점해 있습니다. 하나는 L사의 대형슈퍼이고 다른 하나는 H사의 대형슈퍼입니다. 참 재밌는 게 둘다 오늘 개점하였더군요. 그런데 바로 그 옆에는 노점에서 수박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그 건물 옆에는 슈퍼가 있었구요. 이른바 '상도'라는 게 없는 이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도' 개념조차 없는 대형슈퍼의 행동은 결국 동네슈퍼의 몰락으로 돌아옵니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에 따르면 SSM 점포 하나가 늘면 동네슈퍼 20~30개가 무너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중기중앙회가 SSM 주변 300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조사'를 보니 하루 평균 매출액이 34.1%가 줄었다고 합니다.

오늘 개점한 대형슈퍼



계속 늘어나는 대형슈퍼

예전에는 지역 거점에 대형마트가 1-2개씩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심상권만 가져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골목까지 '슈퍼'라는 이름으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골목길 상권까지 모조리 가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SSM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작년 조사결과를 확인해보니 2000년 26개에 불과했던 '기업형 슈퍼'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152곳), '롯데슈퍼'(134곳), 'GS슈퍼마켓'(116곳) 등으로 개점해서 작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500여곳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추세라면 전국의 모든 서민 자영업자들이 어찌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위 사진과 함께 마주보고 있는 또 다른 대기업 슈퍼



대형슈퍼 들어와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오늘 개점한 두 대형슈퍼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도 잠시 살펴보았는데요. 가격이 매우 저렴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 주 모 마트에서 1만원주고 샀던 크기의 수박이 9천원이 안되었습니다(8천원 후반대). 그 밖에 다른 상품들도 그랬지요. 참 저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바로 "눈속임"이란 것입니다. 이들의 전형적인 전략은 일정기간 가격을 확 낮추는 것입니다. 그 후 동네 상권을 장악하면 그 때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는 거지요. 결국 나중에 돌아보면 동네 슈퍼에서 경쟁을 위해 가격을 일부 낮춘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또 다른 큰 문제는 이런 저렴한 가격에 속아 무심코 과소비를 하거나 충동구매에 쉽게 빠질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네 슈퍼에 가면 그러지 않지요. 딱 사올 것만 사오게 됩니다. 허나 대형슈퍼나 마트에 가면 우리는 '언젠가는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에 쓸데없는 소비를 하게 되는 거지요. 결과적으로 우리의 살림살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SSM이 지역경제에 이바지 한다구요?

제가 대형마트 규제를 얘기하면 항상 돌아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이들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예, 그렇지요. 많은 지역주민들을 채용하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게 맞습니다. 허나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비정규직"이란 데 있습니다. 예전에 모 마트 여직원 분들이 하루 아침에 해고되는 걸 보면서 저는 이런 일자리가 과연 얼마나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문제는 SSM을 통해 지역의 돈줄이 마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별로 좋아하진 않으나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 따르면 결국 경기의 활성화는 자본의 흐름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SSM은 지역에 이 돈을 내놓지 않습니다. 고스란히 본사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지역의 돈줄이 마르게 되면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하게 되고 말겠지요. 정말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SSM은 규제하고, 동네슈퍼와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형 슈퍼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대형슈퍼가 들어오는 걸 막기 힘든 게 사실인가 봅니다. 지금 발의되어 있는 "기업형 슈퍼 규제법"은 정당의 이익문제 때문에 여전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벌써 몇 차례 연기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는 동안 동네상권은 다 죽어가고, 서민 경제는 더욱 침체되는 데 말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업형 슈퍼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물론 입점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사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자본의 독점과 횡포를 가만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도 망하고, 서민도 망하는 지름길 입니다.

우선, 영업시간 제한이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 대형슈퍼나 마트는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곤 합니다. 이것을 손님이 집중되는 주말에 시간제한을 두는 거지요. 실제 현재 영국은 주말에 6시간 영업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SSM허가제를 조속히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일정정도 제한을 두게 된다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진출과 이로 인한 지역경제 피폐화를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며

저희 집도 대형마트를 갈 때가 있습니다. 동네에 공산품이 없으면 한번씩 갑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용품과 먹거리는 모두 동네 상권을 이용합니다. 슈퍼에서 사고, 알뜰시장에서 사곤 합니다. 그래야 서민경제가 살고, 이게 저에게까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정부나 여당이 이런 데 얼마나 관심하고 있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자세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건지요. 저는 지금처럼 토목공사나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만 집중한다면(제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본인들이 주장하는 '경제 살리기'는 실패하고 말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7% 성장하고, 세계 7대 경제대국이 되면 뭐합니까. 동네 상권은 다 죽어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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