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2.08 김문수 도지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해보니 2
  2. 2010.04.20 아동 성폭력, '낯선 아저씨'만 피하면 된다? 2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이 정치인과 식사를 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되어야만 겨우 시장에 한두번 나올 뿐 평소 우리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정치인이 특정한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시의원만 되어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저는 아주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김문수 도지사는 사실 제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아닙니다. 나름 합리적 진보주의자라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기에 저와는 좀 안 맞는 거지요. 이번 식사자리 역시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뤄졌던 것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마련한 연찬회에 제가 성교육 강의안 수상자로 뽑혀 VIP로 초청되면서 김문수 지사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던 것입니다.

김문수 지사에 대한 선이해를 최대한 배제하고, 그에 대한 첫 인상을 서술하자면 우선 참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김문수 지사는 12시부터 저희와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는 데요. 정말로 12시 정각에 딱 입장을 하더군요. 격려사 등 역시 정치인 특유의 잔소리 없이 짧고 굵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번째 느낌은 생각보다 권위적이지는 않더라는 것입니다. 김문수 지사의 인상이 그리 편안한 편은 아니지요. 또 말투 역시 꽤 딱딱합니다. 음료수나 음식 역시 본인이 떠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치인으로서는 조금 의외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사진을 찍거나 와인을 직접 한명한명에게 따라주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이 부분에서는 제가 약간 오해하고 있던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건 당연한 건데, 잘 안 그러지요)

아무튼 이러한 첫인상을 갖고 그와 점심심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왕에 도지사와 밥을 먹으니 평소 하고 싶던 얘기를 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감없이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로 문제제기 한 것은 보육의 문제였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김 지사는 대뜸 저에게 어디에 사냐고 묻더군요. 저는 오산에 산다고 대답했고, 김지사는 오산은 보육 시범도시라 매우 잘 되어 있는 데 그런다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몇 몇 어린이집을 예로 들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얼마 전 저는 저희 큰 아이 어린이집 문제로 굉장히 힘들었던 경험을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비정규직이거나 4대 보험 적용을 못 받는 경우, 정기적인 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정의 자녀는 절대 시립 어린이집의 1순위가 되지 못하고, 따라서 더욱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사립 어린이집을 보내야하는 문제를 제기하였지요. 바로 이 얘기를 뒤이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김지사는 상당히 진지하게 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상황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자신은 지금까지 이런 보고를 한번도 받아본 일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은 평소 제가 사는 도시의 보육 정책이 가장 모범적이고, 매우 잘 진행되고 있는 줄만 알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옆에 있던 연구원장을 불러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를 직접 현장에서 조사하여 보고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두번째로 제가 제기한 문제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건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상시 근로자가 10인 이상 있는 기업의 경우 1년에 1회 1시간 이상 반드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저희 여성회 선생님들과 수백여곳의 기업에 직접 전화해본 결과 이를 시행하지 않거나 시행해야 되는 지도 모르는 기업이 대다수였습니다. 분명 우리 법은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미만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자 김문수 지사는 이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라 하였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아무도 자신에게 보고 및 건의를 한 적이 없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분명 법에 정해진 것이고, 별로 어렵지도 않은 것이며, 기업의 형편이 어려울 경우 지원이 가능한데도 실시하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실 좀 어이가 없더군요. 도지사가 제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을 하나같이 몰랐다는 것이며 그러면 수많은 보좌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말입니다. 물론 도지사가 이런 세세한 것까지 알 수 없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그 보좌관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청취하고,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고무적인 것인 김문수 지사가 현장에서 저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매우 주의깊게 듣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내년부터 여러 현안들을 관련 부서와 긴밀히 협의하여 이를 반드시 시행할 수 있도록 지도 및 예산 지원을 하겠다는 확답을 주었습니다. 사실 이 제안을 한 저로서도 너무도 순식간에 이뤄진 것이라 놀라울 정도였지요.

점심을 겸한 대화의 장은 저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과 거의 2시간 가량 진행하였습니다. 2시간 내내 김문수 지사는 여러 이야기를 상당히 경청하는 모습과 즉시 시정 가능한 것, 연구과제로 가져갈 것 등을 명확히 구분해 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며 김문수 지사가 생각보다 시원시원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한동안 여러 잔소리(?) 비슷한 것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듯 하면서도 묘한 잔소리 같은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여럿 있었습니다. 특히, 그 중에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이해가 가부장적인 토대에 기인한 것이라는 판단이 드는 것도 있었는 데요. 예를 들어, 아이에게 과도하거나 너무 이른 사교육을 시키지 말고 인성교육을 하자는 얘기를 하며 이를 위해 여성의 사고가 바뀌어야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이의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이지요.

물론 일가정 양립정책이나 경력단절 여성, 보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경기도내 여성공무원에 대한 우대 정책 등의 전향적인 정책과 사고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의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성평등적이라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막연하게 그를 싫어하던 것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하여 그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지는 않았습니다. 약 2시간 가량의 대화를 진행하며 역시 한나라당 특유의 사고방식(?)이라는 뭔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계속해서 엿보였기에 심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도 그를 지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참 재미나고 흥미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우선 제가 제안했던 2가지의 매우 현실적인 정책이 도지사에게 직접 전달되어 시정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저처럼 피해를 볼 가정이 한 두가정은 더 줄어들 수 있겠지요. 또 우리 사회가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변해가는 돌 하나를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였던 게지요.

그렇지만 자기 스스로 발로 뛰는 정치인이라 자부하던 그가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지를 보며 그 밖의 정치인들에 대한 회의 역시 함께 밀려왔습니다. 저는 굳이 정치가 새롭거나 희망을 주기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좀 서민의 현실은 알아가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자본이나 권력의 편에 서지만 말고 말이지요. 

,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성교육 강의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게 됩니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와 직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 나머지 유독 마음이 더 쓰이는 곳은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어린이집이 그것인데요. 어린이집에 갈 때는 좀 더 강의준비에 신경쓰게 되고, 괜히 마음이 가는..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1.아이들의 순수함!

아이들의 순수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특히, 수십명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주시하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이들과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괜히 저도 더 순수해진 것 같고, 더 어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더 느끼게 됩니다. 어린이집에 있는 약 3-7세의 아이들의 대답과 목소리는 우리의 그것을 넘어섭니다. 꼭 천장이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시끄러운 소음이라기보다 굉장한 에너지가 내게 전달되는 게 느껴지지요.


2.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여느 교육처럼 성교육도 그 시기에 따른 학습을 잘 진행해줘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 시킬 수 있도록 해줘야하고, 연령에 따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줘야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노출되는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성폭력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배려와 이타의 교육이란 점을 보면 인성교육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허나 아쉽게도 우리 현실은 인성보다는 방법론에 더 치우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최근 아동성폭력의 특징은 갈수록 그 보고가 증가함은 물론 매우 잔인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잘 모르거나 흔히 말하는 '나쁘고, 무서운 어른'이 아닌 '친족'을 포함한 '아는 사람'이 가해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교육에서 간과할 수 없고, 때때로 모든 어른을 의심하고, 경계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걸 아예 빼버릴 수도 없고, 강의를 의뢰한 측에서 자세한 지도를 요구하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지요...


3.사명감!

대학시절 저는 세상을 바꾸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은 한 사람의 힘이 출발점이 될 수는 있으나 모든 걸 바꿔낼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내 자신을 바꿔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내 자신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세상도 보고,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생각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의 주제인 성폭력 예방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교육으로 세상의 모든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당장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노력이 성폭력을 줄이고, 없애나가는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교육을 통해 성장한 또 다른 가지가 또 다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겠지요.

더욱 사명감을 느끼게 되는 대목입니다.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다바쳐 교육하고 싶은 맘이 듭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남을 존중하며,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에너지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정리하며

이번 주 역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스케쥴이 잡혀 있습니다. 새롭게 만날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 거립니다. 또 딸아이 역시 5세이기에 녀석들이 모두 제 자식처럼만 느껴져 애틋합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이 두근거림과 애틋함이 현실에 대한 씁쓸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하루 속히 이 땅의 어린이들이 마음편히 자신의 꿈을 펼치며 뛰어 놀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
BLOG main image
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by 바람몰이

카테고리

큰 머리 제목 (1161)
[성교육] 학교 교육용 영상 (0)
[LIFE]이 남자의 인생 (194)
[LIFE]몸짱 프로젝트 (21)
[LIFE]여유와 지혜의 장 (63)
[LIFE]육아 이야기 (3)
[교육]자녀교육 한마당 (73)
[안전] 안전교육 (49)
[안전] 응급처치 (18)
[성교육]생생 강의현장 (37)
[성교육]성교육 이야기 (177)
[성교육]낯설게 바라보기 (79)
[문화]방송,영화,격투기 (102)
[문화]신바람 자동차 (78)
[문화]블로그 인생 (24)
[기독교]하늘바람몰이 (87)
[기독교]변해야 산다 (35)
[경제]주식투자종목분석 (23)
[시사]세상살이 (82)
리뷰 아르바이트 (7)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NM Media textcube get rss
바람몰이'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