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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8 반대할 수 없었던 할머니의 취직

 할머니는 일을 시작하는 게 내심 설레이셨던 것 같다. 사실 연락은 아내에게 왔었다. 이걸 할머니께 연결해드렸고, 할머니는 해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셨다. 일을 맡기신 분과 어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오늘 아침부터 시작하게 되셨다.

벌써 증손녀까지 보셨지만 건강하신 제법 멋쟁이 할머니다.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지만 손주 형편이 넉넉치 못해 제대로 용돈한번 못드려 늘 죄송할 뿐이다.



할머니께서 시작하는 일은 장애인 활동보조이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통학을 돕는 일이다. 사실 나는 이 일이 그리 탐탁치 않았었다. 곧 날이 더 추워지게 되거나 비라도 오면 할머니 건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과 거리가 좀 되다보니 상당시간 걸으셔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더 반대할 수는 없었다. 죄송하고, 씁쓸한 마음을 품은 채 잘 하실 수 있도록 격려해드리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할머니께서 곧 분가하게 될 내부사정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셨고, 무엇보다 일을 한다는 기쁨이 너무 커 보이셨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나가신 오늘 아침.


집안이 썰렁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식사를 챙겨주시며 나를 깨우시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왠지 이상하다. 오랜만에 혼자 일어나다 보니 준비가 늦어 아침을 굶고 나와 허전함이 더하다. 아내가 취직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내심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할머니께서는 이제-얼마가 될지 모르긴 하나- 일을 통해 당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실 것이다. 또한 그것도 장애우를 섬기는 의미있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며 당신의 노후를 아름답게 수놓게 되실 것이다. 끝으로 얼마 되진 않지만 고정수입이 생김으로 당신 손주 과자라도 하나 사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실 것이다.
아내가 오는 주말에는 할머니의 취직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라도 한번 해야할까 보다. 걷기 편하신 운동화 한켤레 장만해드리기도 해야 할 듯 싶다. 찜질도 좀 하시면 좋을 테니 온열팩도 있으면 좋겠다.

허걱..

나도 아르바이트 해야하려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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