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대하다보면 여러 감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특히 남자는 살면서 늘 미안하기만 한 사람이 둘이 있다 합습니다. 첫째는 어머니고, 둘째는 아내입니다. 제 경우는 조손가정에서 자라다보니 어머니의 사랑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아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들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저와 아내는 대학 동창이었습니다. 같은 신학교에서 아내는 학회장, 저는 학회교육가배(후배를 지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저 학회장과 가배라는 사무적인 만남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5년이 지난 어느날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불타는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인생관이 비슷합니다. 정치적 성향이나 자녀교육에 대한 철학, 신학적 노선도 거의 일치합니다. 또 욕심 없는 것도 비슷하고, 삶에 대한 마음도 비슷합니다. 예, 저희 부부는 세상의 부귀영화는 둘째로 둔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어린 아이들을 지도하며 살아가기로 평생을 살아가기로 작정한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으로써 미안한 마음은 없을 수 없습니다. 특히, 엊그제는 더욱 그랬습니다. 요즘 저는 대학원 입학과 새로 부임하게 된 교회일 등으로 매우 바쁩니다. 집을 비우는 경우가 유독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매우 지쳤고, 많은 활동 때문에 생활비 역시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엊그제 있었던 아내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저는 없어도 맛난 미역국과 정성으로 생일을 챙겨줬었는 데, 이번에는 미역국조차 끓여주지 못했던 거지요.

참 미안했습니다. 아내에게 맛있는 것도 좀 먹고, 필요한 것도 얘기하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생일 선물로 "머리띠"를 선물해달라 하더군요. 순간 제 자신이 어찌나 초라해지던지요. 순간적으로 아내에게 '그게 뭐야'라며 콧방귀를 뀌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피곤하고, 어려운 가정상황 때문에 저를 배려해 얘기한 것일텐데 말입니다.

본래 화를 내는 것보다 콧방귀 등이 더 기분 나쁜 것이지요. 아내에게 참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대로 밖을 나갔지요. 그나마 가장 예뻐 보이는 머리띠로 생일 선물을 대신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저는 또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란게 일은 많은 데, 돈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내에게는 또 다시 미안했지요. 형편은 여전히 어려운데, 일 때문에 가정과 아내에게 점점 소홀해진 듯 해서 말입니다. 

아, 
하늘을 보며 큰 숨을 쉬고 싶은 수요일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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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집으로 비유하자면 부부는 집을 지탱하는 커다란 대들보와 같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집도 대들보가 부실하거나 무너지면 유지가 안되듯 가정 역시 부부 관계가 온전히 정립되어야만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강하고, 튼실한 접착제나 이음제를 첨가했다 할 수도 있겠지요. 왠만한 일들은 아이를 보며 참기도 하고, 또 아이때문에 웃으며 해결해 나가기도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정을 유지해주는 원천은 아닐 것입니다. 역시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 위에서 저는 평소 갖고 있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제게 있어 딸아이는 늘 두번째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이가 예쁘고,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쳐도 제 중심의 첫번째는 반드시 아내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날 아이가 자랄수록 저는 이 원칙을 더 강조하며 아빠에게는 늘 엄마가 첫째이자 최고의 여자임을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때론 이런 제 마음과 달리 보이는 경우도 있는가 봅니다. 특히, 아내의 눈에는 더욱 그런가 봅니다. 요즘들어 가끔 '자기 나 사랑해?' 라거나 '자기는 건희만 있으면 되지?' 라는 아내의 질문을 받곤 합니다. 


예, 사실 많은 다른 아버지들처럼 저는 제 딸을 너무 사랑합니다. 이 녀석을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습니다. 또 이 녀석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이 후- 물론 조부모님의 사랑을 풍족히 받아왔지만- 부모 없이 사는 설움과 상처..충분히..너무나도 충분히..느껴왔기 때문에 적어도 내 자식에게만큼은 이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요즘 제 핸드폰에는 아내의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상당수가 딸아이의 사진입니다. 전화를 해도 아내와 제 얘기보다는 딸아이 얘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정말 요즘 제 삶은 딸아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게 맞나 봅니다.


하, 요즘 우리는 기묘한 삼각관계에 빠져버렸나 봅니다. 이거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런지요.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일까나요. 아니면 제가 뭔가 일을 하나 꾸며(?)서 아내의 마음을 녹여 봐야 할지요. 혹시 이거 저만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하하..

이거 참..
 
정말 머리가 찌끈거리게 고민되는 세찬 바람 부는 날의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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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취직과 함께 주말부부로 지낸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유독 빨리 지나간 듯 느껴진 올 한 해였지만 아내와 아이가 없는 집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흐른다. 텅빈 방에 혼자 누워 외로움과 벗하며 청하는 잠은 그리 반가운 녀석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새벽 두시나 되야 잠이 들게 되었다.


물론 주중에 한번, 주말에 한번 가며 최대한 자주 만나려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주 듣게 되는 소리도 몇 가지 생겼다.

먼저, 방에서 홀아비 냄새가 난다
는 것이다. 언젠가 여동생이 했던 말이다. 그나마 내 몸에서는 안난다 하니 다행이었다.(그 후 향기00을 사서 뿌려주고 있음)

두번째는 얼굴이 굳어 있는 경우가 많다
는 것이다. 물론 잠을 늦게 자서 피곤한 탓도 있겠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세번째는 일은 잘 한다
는 것이다. 혼자서 무얼 하겠는 가.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일을 하게 된다. 이미 해봤던 것도 여유 있게 생각하다보니 이래저래 더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치밀한 준비가 가능했다. 


물론 주말 부부로 지내다 보니 좋은 점도 있긴 하였다. 무엇보다 아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더 애틋한 마음이 들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확실히 사람은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알게 되는 것 같다. 아내와 떨어져 살고 나니 그 동안 몰랐던 아내의 소중함이 많이 느껴진다. 밤 마다 피곤해 잠 못드는 나를 위해 안마를 해주고, 아침마다 잘 다녀오라 인사해주는 일상이 이젠 너무 특별해졌다.

또한 그 전에 우리가 다퉜던 일을 생각하며 '아..그래서 그 때 그랬나 보구나'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는 식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한마디를 해도 좀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해줘야 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아내가 있는 곳까지는 한참을 운전해야 하는 터라 차에서 혼자 웃는 걸 연습해보기도 한다.

또한 딸아이와 많이 친하졌다는 것이다
. 주중에 가면 대개 8시나 되야 하는 데, 녀석은 그 때부터 나와 정신없이 놀려 한다. 주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잠을 자도 내 품에 안겨 자고, 밥도 내가 먹여 주는 걸 좋아한다. 기저귀도 굳이 아빠와 갈겠다고 한다. 나 역시 더욱 녀석이 사랑스럽고, 소중히 느껴진다.

사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더 느끼는 것이라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부녀가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해 가는 건 굳이 나쁘게만 볼 문제가 아니리라. 


아마도 우리 부부는 6개월 이상 더 주말 부부로 지내야 할 것 같다. 그 때까지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아내와 딸이 있는 곳으로 가야할 것 같다.(필자는 부천, 아내와 딸은 오산에 거주) 내 몸도 피곤하고, 아이도 힘들고, 아내도 그립지만 누구나처럼 어쩔 수 없는 삶의 형편이란 것이 있다. 따라서 이 시간을 더욱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게 잘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선택일 것이다.

나는 남은 6개월 동안 지금보다 아내를 더 이해하고, 공감해주려 노력하고 싶다. 또한 아이를 더욱 사랑하고 싶다. 끝으로 내 자신을 더욱 깊이 닦고 싶다. 그러면 힘든 시기일 수 있는 지금이 우리 가정의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한 소중한 배움과 준비의 시간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처럼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가정의 사람들과 이 사회를 더 깊이 파고들 것이다. 내가 내 가족 사랑으로만 멈춰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그 역시 우리의 이 힘든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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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일을 시작하는 게 내심 설레이셨던 것 같다. 사실 연락은 아내에게 왔었다. 이걸 할머니께 연결해드렸고, 할머니는 해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셨다. 일을 맡기신 분과 어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니 오늘 아침부터 시작하게 되셨다.

벌써 증손녀까지 보셨지만 건강하신 제법 멋쟁이 할머니다.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지만 손주 형편이 넉넉치 못해 제대로 용돈한번 못드려 늘 죄송할 뿐이다.



할머니께서 시작하는 일은 장애인 활동보조이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의 통학을 돕는 일이다. 사실 나는 이 일이 그리 탐탁치 않았었다. 곧 날이 더 추워지게 되거나 비라도 오면 할머니 건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과 거리가 좀 되다보니 상당시간 걸으셔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더 반대할 수는 없었다. 죄송하고, 씁쓸한 마음을 품은 채 잘 하실 수 있도록 격려해드리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할머니께서 곧 분가하게 될 내부사정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셨고, 무엇보다 일을 한다는 기쁨이 너무 커 보이셨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나가신 오늘 아침.


집안이 썰렁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식사를 챙겨주시며 나를 깨우시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왠지 이상하다. 오랜만에 혼자 일어나다 보니 준비가 늦어 아침을 굶고 나와 허전함이 더하다. 아내가 취직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내심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할머니께서는 이제-얼마가 될지 모르긴 하나- 일을 통해 당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실 것이다. 또한 그것도 장애우를 섬기는 의미있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며 당신의 노후를 아름답게 수놓게 되실 것이다. 끝으로 얼마 되진 않지만 고정수입이 생김으로 당신 손주 과자라도 하나 사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실 것이다.
아내가 오는 주말에는 할머니의 취직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라도 한번 해야할까 보다. 걷기 편하신 운동화 한켤레 장만해드리기도 해야 할 듯 싶다. 찜질도 좀 하시면 좋을 테니 온열팩도 있으면 좋겠다.

허걱..

나도 아르바이트 해야하려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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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어 옴을 느낌은

[LIFE]이 남자의 인생 2008. 4. 22. 01:51 Posted by 바람몰이

아내와 딸 아이가 떠나고 나면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일 또 고된 삶의 현장으로 뛰어나가야만 하는 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계속 그래왔다..


가족이 떠난 빈자리는


그들이 있을 때는 모르지만

 
어둠이 짙어 갈 수록 온 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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