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남아서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한 의지를 갖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어 나서는 것입니다.

아내를 위해서 도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아내의 가사노동을 존중하고, 서로의 땀방울로 이 가정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 '힘'을 내는 것입니다.

잘 못 하겠으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고, 더 잘 하고 싶으면 배우면 됩니다. 남편 탓을 할것도 아내 탓을 할 것도 없이 서로 하나하나 연습하며 '합'을 맞춰가면 됩니다.

집에 돌아온 사회생활을 하는 배우자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숨돌릴 틈을 주고, 일과 중 있었던 일, 부탁할 일을 얘기하셔요. 집에 왔는데, 아무반응 없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누워있는 배우자를 보면 참 섭섭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말이 쏟아져 나오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숨을 돌린 배우자는 아이와 목욕을 하세요. 어차피 씻어야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면 목욕만큼 좋은 시간이 없습니다. 단순히 때만 밀지 말고, 아이와 얘기하며 씻다보면 시간도 잘 가고, 자녀와의 공감형성으로 관계성도 좋아집니다.

자기 전엔 꼭 부부가 함께 차한잔을 하거나 빨래정리를 하며 서로를 '지지'해주세요. 힘들다고 혼자 누워버리거나 방에 들어가면 둘다 힘이 빠지며 서로를 '야속'해하게 됩니다.

한번 웃으며 오늘 하루도 직장에서, 가정에서 수고했다고..하루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얘기해봐요. 그냥 흘러가듯 표현없이 살다보면 서로에게 그냥 그런 존재가 될 뿐 입니다. 사랑은 애교로, 정중함으로,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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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저 말고 제 아내 말입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딸아이의 엄마라는 환경 속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이번 한 해 동안 목표치를 높여서 공부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전에 사회복지실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요. 올해는 약 2개의 자격취득을 더 하기 위해 최소 45학점 이상을 이수하길 원한다 합니다.

처음엔 조금 놀랐더랬습니다. 그동안 이런 꿈을 꾸며 스스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도 그랬고요. 이수해야 하는 학점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가사와 양육을 저와 나눠 진행하고 있지만 제 경험상 절대 쉽게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매일같이 잠을 못 자고, 비몽사몽의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예상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지금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아내의 학업을 돕는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잠을 포기한 채 일을 하며 공부를 하고, 가사와 양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그나마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수련하며 쌓아놓은 체력으로 버텼지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삶을 아내도 반복한다는 것이지요.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내의 도전의사를 확인하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지금처럼 함께 공부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둘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아내가 꿈을 접고, 제가 계속 공부하는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 욕심이란 생각이 듭니다. 셋째는 제가 잠시 쉬면서 아내를 지원하는 방안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수년째 공부를 진행해 온 터라 저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방식입니다.

결단을 내렸습니다. 고민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식은 3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의지를 표명하는 아내의 마음을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또 때마침 요즘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좀 심하기도 했고요. 이제 7세, 4세에 접어든 아이들의 교육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처지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내의 학비를 결제하고요. 올해 상반기 제 스케쥴도 정리를 하였습니다. 일단 저는 봄학기 등록까지 한 후 휴학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약 1년간 하려 합니다. 아내의 공부가 자리 잡고, 두 개의 자격취득이 끝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주고자 합니다. 또 큰 아이와 둘째 아이의 마음을 끌어안고, 깊은 교제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후련함과 기대가 교차합니다. 더 멋진 전문성을 지닌 아내의 성장이 그려지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더 많은 웃음을 나누고 있을 그리고 학업을 잠시 접으며 일과 가정에 더 집중하고 있을 제 모습도 그려집니다. 아마도 내년 이맘때쯤이면 오늘의 선택을 돌아보며 우리 가족 모두 맛난 저녁을 먹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깨달음이 옵니다. 아내의 꿈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러한 자기 계발을 적극지원한다는 것이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한 길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잠시 쉰다고 해서 내 삶이 더 늦춰지는 게 아니라 아내와 더불어 무엇보다 아이들과 더불어 걸어가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것이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서 이른바 '성공'이란 것을 하는 것보다 소중한 의미를 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내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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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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