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생 커플이 놀러 왔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어쩌지요... 마침 반찬이 거의 떨어져 버렸습니다. 아뿔싸...ㅠ.ㅜ;; 순간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카레 라이스를 해보자!'

저희 가족은 카레를 모두 좋아합니다. 저는 뭐 거의 환장을 합니다...>.< ㅋ 이제 겨우 다섯살이 된 딸아이도 카레를 참 좋아하지요. 어린이집에서는 두 그릇이나 먹었다고 자랑을 해대지요.

하지만 적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던가요. 제 분신과도 같은 아내는 카레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카레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싫다네요...ㅠ.ㅜ;; 그래서 오늘 제가 카레 재료로 결정한 것은 이번에 새로 나온 "인델리"입니다.


사실 인델리는 약간 비싼 감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먹어왔던 카레보다 맛이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냄새도 덜 하지요. 기존의 카레가 부담스러우신 분은 대안으로 선택하실 만 합니다.


집안의 모든 재료를 총 출동시켰습니다. 휴~워낙 제가 알뜰해서 말이죠 ㅋ 집에 있는 음식재료를 정확히 계산해서 사용하다보니 오늘 카레 재료를 끝으로 동이 나버렸네요 흑... *.* 

아무튼 카레는 재료를 잘게 썰어주는 게 일입니다. 우선 감자를 썰어주고요. 햄, 양파, 당근 등 입맛에 따라 재료를 준비해 맛나게 볶아 줍니다. 이 때, 양파가 노릇해질 때까지 구우면 적당합니다. 아놔....이런 노하우...아...이 주부 9단의 노하우여~~~


카레를 만들 때의 두번째 문제는 카레를 물에 충분히 잘 풀어줘야 한다는 거지요. 인델리는 표면에 물에 잘 녹는다고 자랑을 해댑니다. '어디 요녀석 얼마나 잘 녹나 보자..' 하면서 물에 풀어보았습니다. 오~정말 생각보다 잘 녹습니다.


그쵸? 물에 충분히 풀어주었고, 잘 저어주면서 끓여 주었습니다. 이제 슬슬 고소한 냄새가 나지요. 이미 볶아졌던 야채 냄새와 함께 솔솔 풍겨 옵니다~


ㅋㅋㅋ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아내가 제 요리하는 모습을 찍어 두었더군요. 아...이 열정적인 모습....!!! 물론 면도를 안 해서 조금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ㅋㅋㅋㅋ 아시죠? 저 VJ특공대 나왔을 때도 이랬던 거...^^;; 아무튼 열정과 사랑을 담아 카레를 잘 저어 주었습니다. 과연 요리가 잘 되었을까요? 아~~~저도 궁금합니다~~~


짜잔!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별로 맛나 보이지 않는 데...흑....ㅠ.ㅜ;;


그래도 밥 위에 얹어 놓고 보니 괜찮네요. 그럴 싸해 보이죠? 제가 맛난 저녁을 제공하고 싶어 밥도 새로 했답니다. 잘 지어진 새밥 위에 정성을 담은 카레....

아내와 동생 커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때? 먹을만해?"

잠깐의 적막이 흐릅니다. 가장 긴장된 순간이지요.

 "오~맛있는데!"

아싸뵹~ 대성공입니다! 반응이 아주 좋네요. 맛나다 하면서 두 그릇씩 먹습니다. 딸아이도 한 그릇을 금새 먹었습니다. 저 역시 맛나게 먹었지요. 내가 한 요리를 잘 먹는 걸 보는 건 요리사의 가장 보람된 순간입니다.

카레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칼질을 했습니다. 약간의 피곤함은 있지만 참 기분이 좋습니다. 내 작은 노력으로 여러 가족을 기쁘게 하니 참으로 좋습니다. 이런 게 행복이지요. 재료비로만 따지면 1만원도 들지 않았지만 우리의 행복은 10만원짜리 외식보다 더 컸습니다. 향긋한 카레, 오늘 아빠가 준비한 저녁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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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먼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__)

오늘은 어제 미리 말씀드린대로 "가정경제"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나는 사람의 영혼과 정신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신학을 전공했고, 철학을 함께 공부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어릴 적부터 장사를 해왔던 터라 참 재밌게도 국제경제학을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게다가 대학을 직장생활을 하며 다녔는 데, 그게 바로 "수학강사" 였다.
 
자, 이제 이쯤되면 필자가 어떤 공격력(?)의 소유자일지 대충 짐작이 된다.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쌓은 말빨(좋은 말로 논리)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수학강사를 오랫동안 하며 키워온 꼼꼼함!! 이건 좋게 발휘되면 좋지만..^.^;;; 나쁘게 발휘되면 엄청난 잔/소/리/ 능력의 소유자란 말이 된다. 오늘도 나는 아내에게 '불을 끄고 다녀라' '왜 외식을 하려 하느냐' 며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ㅠ.ㅠ


그러나 나 역시 잔소리를 해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마음수련을 쭉 해오면서 이것 역시 하나의 반응체계이자 습관임을 알게 되었고, 내 스스로 조절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된 계기 있었으니 그게 바로 "집안살림" 을 맡게 된 것이었다.

사실 그 동안 가사를 분담하며 세밀한 가계 계산은 아내가 하곤 했었다. 나는 큰 방향을 잡고, 결정을 하는 정도였다. 머리속으로 계산을 이리저리 해보면서 톱니바퀴를 대충 맞춰보는 정도였다. 그래서일까...이 때만해도 별로 대단한 걱정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아내 역시 그런 표정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아내는 워낙에 성격이 낙천적이고 여유로움)

그런데 이게 웬일...

이건 완전 다른 세계다. 살림을 분담하며 머릿속으로 큰 틀에서 계산했던 건 한마디로 "뜬구름 잡기" 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밀하고도 실제적인 계산에 들어가니 보통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였다.


먼저, 생각외로 지출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은근슬쩍 한푼두푼 나가는 항목이 참 많다. 구체적으로 뭐가 그렇게 많냐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할 수는 없는 데, 아무튼 정말 많다. 즉,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확히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갖고 있던 돈이 사라지고 없는 걸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어라 언제 이 돈을 다 썼지?' 라며 놀란게 한두번이 아니다..ㅠ.ㅜ;;


둘째, 몇 달-몇 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단순히 이번 달 생활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아니 사실 이것만해도 대단히 어려운 얘기다(아래 단락에서 계속). 그런데 가계를 꾸리다보니 한달, 하루의 삶 뿐 아니라 몇 년 후 상환해야할 대출금도 염두해야하고, 내년에 입학할 대학원 학비 계산까지 해야하며 곧 태어날 둘째가지 고려해야 했다. 길게 보지 않고 살다보면 결국 - 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흐흐흐, 그래도 흰 머리와 주름과 함께 안목 역시 길어진 듯 하다 ^_^;;


셋째, 강한 생활력(?)을 어디서든 표출하게 되었다.

강한 생활력..ㅎㅎㅎㅎ 혹시 이 글을 읽는 남성에 사은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본적이 있는가? 필자는 있다..;;; 혹시 주인 아줌마와 싸우면서 가격 흥정 끝에 물건값을 깎아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있다..;;; 백일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살림을 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기왕에 같은 돈을 주고 사는 거니 뭔가 하나 더 준다면 그걸 사게 되고..1+1이라 해도 1g 단위로 계산해서 평균단가를 따져 더 저렴한 걸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1+1이 더 손해일때도 많습니다. 주의하시어요!!) 



넷째, 아내와 딸아이를 위해서는 돈을 써도 나를 위해선 안쓰게 되었다.

왜 많은 '아줌마' 들이 처녀시절 미모를 잃는걸까..한때는 '게으름' 때문이라 생각했다. '좀 예쁜 옷도 입고, 몸매 관리도 하지..' 이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가계를 꾸리다보니 자연스레 가족을 위해서는 돈을 써도 나를 위해선 쓰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모성이고, 어머니의 자기 희생임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정리하며

자, 지금까지 짧게 가계살림을 꾸리며 느꼈던 점을 정리해 보았다. 살림의 한복판에서 모든 걸 관리하다보니 그 전과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하고, 이른바 "아줌마" 가 된 내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이렇게 복잡한 살림이 진행된다는 것은 결국 이 집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리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이런 저런 계산을 하며 한숨만 쉬기보다 좋게 생각하며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내가 모든 걸 맡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런 우리 가족의 삶에 감사하고 싶다.  



오늘은 이쯤에서 2편을 마무리 합니다. 내일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고, 제 전문분야 중 하나인 "육아" 에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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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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