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업주부이자 블로거로 살면서 제 삶은 완전히 변하였습니다. 직업과 인생의 관심사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학원에서 나름 잘 나가던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세 딸의 아버지이자 주부로서 경험하게 될 여러 문제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폭력이니 양성평등이니 하는 것들을 공부하며 강의하고 있지요. 아니 좀더 전문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해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이번에는 보다 큰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공부하고, 강의활동을 하며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책으로 출판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제가 이번에 탈고한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입니다. 후반부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성교육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성교육에서는 음란물부터 양성평등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대상은 예비-신혼부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고 컨셉 자체를 이 분들에게 자녀교육의 종합지침서를 제공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요즘 나온 책들은 대개 특정시기만 다룬 것들이 많아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음을 고려한 것입니다.

자녀교육의 방향성을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설정해 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지요. 이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최첨단 기술과 함께 또 다른 정신적, 인성적 측면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책들은 이 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21세기 리더로 아이를 양육하려면 이렇게 해보라고 적어 보았지요.

성교육의 경우는 정말로 종합지침서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각각의 시기에 가장 중요하거나 궁금할 수 있는 사항을 넣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다섯살짜리 아이가 자위를 하거나 음란물에 중독되어 있는 자녀에 대한 문제, 요즘 아이들이 스킨쉽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가, 초경이나 임신 그리고 피임은 언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등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 동안 블로그에 포스팅 했던 것들도 있어 검증도 상당히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제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언론에 전문가로서 기고하기도 하고, 조언을 한 적도 있었으니 최고는 아닐지어도 최선은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A5 용지에 약 150매정도 써서 총 5곳의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내 보았습니다. 일단 좀 많이 알려진 명망 있고, 역사가 있는 회사들 위주로 보내 보았지요. 만약 이 곳 중 한 곳이라도 출판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회사와 협의하여 약 200매 정도로 출판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락이 안 온다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저는 워낙 가진게 없어 자비출판을 하지는 못합니다만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과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또 박사학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저술활동을 해도 늦지는 않는 것이겠지요. 그냥 좋게 좋게 여유 있게 생각해볼까 합니다.

사실 돌아보면 DAUM View가 아니였다면 이런 시도를 해볼 수도 없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블로거뉴스 시절부터 몇 년간 블로그 운영을 하며, 베스트 블로거도 되고, 소통하는 법과 글쓰기 실력을 닦을 수 있었지요. 또 그 동안 축적한 글들도 이번 출판에 큰 자료가 되었더랬습니다. 참 전업주부 남편 블로거로서 블로그 인생에 있어 정말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저를 아끼시는 독자님이 계시다면 잘 될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


P.S : 혹시 이 글을 읽고 출판을 원하시는 곳이 있다면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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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드디어 방송출연하다!

[문화]블로그 인생 2011. 1. 24. 17:47 Posted by 바람몰이


처가에 내려가는 데 왠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매우 친절한 말투의 여성이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고 연락했다면서 KBS VJ특공대에 출연제의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짜증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동안 방송출연을 두고 방송국과 여러 차례 교류하며 단 한번도 좋은 기억을 가져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도 지난 번과 별반 다름없을 것임을 예상하며 그리 친절치 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제가 제게 방송출연 제의를 한 계기를 물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대개의 경우 방송국과의 대화는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출연을 요청하며 일반인 출연진은 방송출연만으로도 기뻐서 제대로 대화조차 못하는 매우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우선권을 가져오려 했던 거지요. 

방송컨셉과 연락을 취하게 된 계기 등이 쭉 설명되었습니다. 우선 주제는 "딸바보" 라고 하였습니다. 딸을 무지무지 사랑하는 아빠에 관한 얘기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성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니 관련 내용까지 설명해줄 것을 부탁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관련글 : 1억이면 어떠랴...네가 주는 행복이 그 이상인데)


하지만 저는 여전히 무뚝뚝한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작가님에게 그 동안 있었던 방송국과의 악연을 세세히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 내부에서 제대로 회의해서 출연이 확실해지면 다시 전화하라 통보했습니다. 어설프게 하는 건 거절한다는 거지요. 사실 저는 오산에서 일산까지가서 인터뷰를 마치고도 출연 거절 통보조차 못 받고 버려진 경험이 있습니다(방송국의 친절함이여!) (관련글 : 블로거의 방송출연 제의 다섯차례 거절했습니다, 블로거 방송국에 또 낚이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방송국 계통은 전반적으로 참 오만하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단 뭔가 일을 함께 하려했으면 잘 되든 안 되든 문자라도 한통 주는게 예의지요. 그런데 자신들이 아쉬울 땐 설설 기다가 필요없게 되니 버려버리는 이런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예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 통화했던 그 작가입니다. 출연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지어 예전같이 섭섭한 일이 없게 하다보니 늦었다 합니다. 그리고 내용을 들어보니 그랬습니다. 제가 전화인터뷰에서 제시했던 여러 이야기가 반영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웠지요. 방송내용이나 작가의 성실성도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0-21일(목-금) 저희 집으로 VJ특공대가 왔습니다.

처음 방송 촬영을 하다보니 참 어려웠습니다. 어떤 연출이 아닌 자연스런 삶을 찍는 건데 카메라가 있으니 자연스럽기가 참 어렵더군요. 하지만 주제가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고, 성폭력 예방과 양성평등까지 진행되는 것이라 이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딸내미를 사랑하며 살림을 하다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요. (관련글 : 어느 전업주부 남편의 100일 기록 1편, 2편, 3편, 4편)

평소처럼 둘째 녀석 똥기저귀를 빨고, 이유식을 먹이며 큰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저희 세 부녀가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것도 찍었습니다. 장을 본 재료들로 큰 아이와 재미나게 김밥을 만드는 것도 찍었습니다. 제가 설거지 노하우를 설명하기도 하고, 요리를 할 때 칼질하는 법 등도 설명하였지요. 평소에 꾸준히 하던 것인데 또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제가 마치 전문가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ㅋㅋ(관련글 : 남편, 가족을 위해 저녁 만찬을 준비하다)



또 오랜만에 태권도 수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저는 태권도를 사랑하며 수련해왔습니다. 물론 최근 체육관을 찾는 경우가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지요. 다만 이번에는 방송을 위해 오랫동안 안 하던 격파를 하였네요. 기왓장을 10장씩 두번, 송판을 10장씩 두번 "손날"로 격파하였습니다. (ㅎㅎㅎ 원래 고수는 주먹질 안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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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딸아이 어린이집에 가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아동 성폭력 문제 때문에 제가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더군요. 당연히 평소대로 저는 잘 교육하고 왔습니다. PD말이 이런 식의 성교육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하더군요(긍정적인 면에서). 다행이지요. 저는 늘 기존의 교육의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교육을 하려 하니 말이죠.

어린이집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필자의 모습. 어린이집은 많지 않은 아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재밌고, 실질적인 연습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밤에는 딸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찍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만화를 같이 보곤 합니다. 그래야 그 내용을 알고 우리 아이에게 보여도 되나 안 되나를 판단하지요. 또한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수준을 맞춰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딸아이 목욕을 시키고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까지 촬영하였네요.(참고글 : 건희, 월반시켜도 되겠어요)

이 내용을 이틀동안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찍었습니다. 휴~정말 힘들더군요. 그래도 참 재미났습니다. 카메라가 이틀동안 저를 밀착하여 따라다니는 것도 신기했고, 여러 인터뷰를 하는 것도 재미났습니다. 또 주변의 여러 지인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체육관 관장님, 어린이집 선생님, 재래시장 아주머니, 우리 처형까지 인터뷰를 했네요.

하지만 아쉬움도 좀 남게 됩니다. 역시 방송이다보니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더군요. 제 소신이나 사실이긴 하나 조금 더 재미난 표현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또 출연료가 없더군요. 사실 이건 좀 황당했습니다. 무려 이틀이나 촬영을 하고, 방송출연까지 했는 데 출연료가 없다니....물론 방송출연을 계기로 인지도가 올라가는 등 홍보효과가 있겠지만 그래도 시청자가 이틀을 투자해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떤 방식이든 사례가 있어야하지 싶습니다.

방송은 이번 주 금요일(28일) 저녁 10시에 KBS 제2 텔레비젼으로 하게 됩니다. VJ특공대가 하는 시간이지요. 어떻게 방송이 나올지 모르겠네요. 이틀 동안 엄청난 얘기를 했는 데 말이죠. 음,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만 편집될 수도 있고, 여러 측면이 고루고루 나오며 균형잡힌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자세한 건 저도 방송을 봐야 할 것 같네요. 아무튼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런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말 블로그는 제 삶의 환기구이자 신선한 휴식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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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가족을 위한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평소 가사분담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좀 단단히 마음 먹고 준비하려 하였습니다. 특별한 날이었던 건 아니였습니다. 퇴근하는 아내와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를 보며 마음이 '짠~'해지면서 오늘 저녁을 맛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먼저 맛깔나게 갈치를 구웠습니다. 생선을 구울 때는 그냥 굽는 것보다 약간의 가루를 입혀주면 좋습니다. 그러면 비린내가 사라지기도 하고, 노릇노릇한 색깔을 내며 고소한 향내를 풍기기도 하지요. 어떤가요? 제법 그럴싸 해보이지요? 다행이 가족 모두 참 맛나게 먹어주네요. 딸아이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오늘의 국은 어묵국입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어묵 국물이 최고지요. 국물망에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한참 동안 국물을 내었습니다. 국물이 시원하도록 무와 파를 넣기도 하였지요. 국간장을 두세스푼 정도 샤악 뿌려주니 음~이 정도면 국물은 대성공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어묵을 넣어주었는데요. 아뿔싸! 아무리 끓여도 어묵 특유의 향내와 맛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알고보니 아내가 가장 싼 어묵을 사왔다고 합니다. 제가 먹어본 어묵 중 가장 맛이 없습니다....흑흑, 어묵국의 핵심인 어묵맛이 별로라 그냥 국물만 마시게 되었습니다 -_-;;


어묵국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바로 김치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장모님표 김치'이죠. 저희 장모님께서 직접 재배하신 배추와 친환경 태양초 고춧가루를 이용해 만들어진 김치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지요. 아~정말 좋은 데, 이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오늘의 후식은 딸기입니다. 이것 역시 장인 어른 내외께서 직접 재배하신 친환경 딸기입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바로 따먹어도 될 정도지요. 당도 역시 기가 막힙니다. 장인 어른께서 일본까지 가셔서 친환경 수경재배 농법을 배워오셨지요. 하우스 내부에 꿀벌이 도는 것만 봐도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습니다(꿀벌은 농약을 치면 바로 죽습니다).

여기서 딸기 세척법 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사진을 보면 모두 푸른 잎이 따여져 있는 것이 보이지요? 저는 딸기 세척시 항상 이파리를 따곤 합니다. 그 이유는 이파리 밑에 있는 이물질이 잘 씻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딸기를 씻을 때는 과도를 이용해 이파리를 따면서 흐르는 물에 헹궈주면 상당히 편리합니다. 하하, 오랜 자취 경험이 있는 남편의 살림노하우 정도라고 이해해 주세요 ^^

정리하며

가족을 위한 저녁을 준비하는 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남자일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몸이 피곤할수도 있지만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것보다 이런 생산적인 "살림살이"를 하면 오히려 더욱 힘이 나게 됩니다. 그리 대단한 밥상을 차린 것도 아니지만 맛나게 먹어주는 가족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치게 되지요.

그리보면 사실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연봉 1억이나 2천만원이나 돈 없다 울상짓기는 늘 마찬가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볼 줄 아는 눈이 나와 가족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기억하면 일상이 행복일 수 있겠지요.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오늘을 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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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남편, 인터뷰 제의를 받다

제 인생을 바꾼 몇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그 중 전업주부 생활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통해 가사분담과는 또 다른 세계를 보았고, 여성단체에 들어가며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게 또 다시 좋은 기회가 하나 찾아왔습니다. 바로 화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님께서 제 블로그를 방문해 보셨고, 취재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기자님이 사무실에 올 때 저는 투호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하나도 넣지 못하던...ㅠ.ㅜ;;; 그런 때에 딱 오시더군요. 순간 어찌나 민망하던지...;;;;  아무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갔습니다.


질문의 핵심은 '남자의 눈으로' 였다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남자인 제가 왜 여성단체에 들어왔고, 남자인 제가 볼 때 지금의 성희롱 예방 교육 등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왜 양성평등을 지향해야 하는 가.. 강의를 나갔을 때 반응을 어땠는가..끝으로 사무실에서의 어려움 같은 걸 물었습니다.

내가 강의를 나가는 이유

저는 대답을 하며 양성평등 운동에 대한 제 소신과 제가 강의를 나가는 이유를 접목해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강의를 나가면 제가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제가 할 소리만 하다 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양성평등을 이뤄야할 분명한 인식과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고, 저는 이 마음을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저 책 몇 권 더 읽고, 고민 좀 더 해본..한 걸음쯤 먼저 발을 내딛은 사람으로써 이걸 나눠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 거지요. 그래서 내 아이가 이 사회의 주역이 되어 살아갈 때쯤은 뭔가 변화된 모습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입니다. 또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게 조금 거창하게 보면 인권 문제로부터 국가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없다 보기 때문이지요.


인터뷰의 마무리

열심히 대답을 하였습니다. 이 내용은 그 동안 블로그에 써왔던 것도 있고, 평소 소신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썰렁한 농담도 건내면서 열심히 대답하였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사진 찍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더군요. 몇 컷을 찍는 데도 왜 이리 어색하고, 긴 시간인지....^^;;;

이렇게 사진까지 찍고 나니 인터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 해본 인터뷰치고 별로 떨지는 않았지만 기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참 궁금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진이 어떻게 나올런지....ㅡ.ㅡ;;

아무튼 기사가 나오면 그 때 다시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건강한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__).

<출강문의> 댓글 부탁드립니다.
<강사약력>
다음 신지식 엑스퍼트, 경기여성정보웹진 "우리" 필진, 경기도 자주여성연대 전문강사 수퍼비전 교육과정 수료, 화성여성회 양성과정수료, 성평등, 성희롱 예방, 성매매 예방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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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백여일은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사에 일부 참여한 것과 달리 그 한복판에 뛰어들어감으로 많은 배움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경험은 제 구직에도 영향을 주었고, 저는 좋은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하, 어제 저는 여성단체에 들어가 양성평등, 직장내 성희롱 등의 교육을 하는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사실 원래 어린 시절부터 저는 여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뇨 조금 문자를써서 말하자면 "소수자" 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수자란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든 발생되는 상대적으로 연약(?)한 편견과 배제의 대상이 되는 자를 의미하는 데요. 제 눈에 비친 여성은 일상에서 늘 편견과 배제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의 입장이었고, 동시에 이 때문에 남성 역시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제 성장환경 영향이 컸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조부모님과 자란 저는 늘 여동생과 제가 다르게 받아들여짐을 느끼며 자랐습니다. 여동생은 늘 이게 불만이었고, 저는 늘 여동생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 조부모님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나름 "영재" 소릴 들으며 "기대주" 로 과대평가 되었고, 게다가 "장남" 이었으며 여기에 옛 어르신들의 남아선호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던 거지요. (지금 여동생은 그 때 얘길 하면서 서운했다 얘기하며 웃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을 잘 보니 양성간에 가해지는 차별 또는 편견은 상대적으로 소수자였던 여성을 더 힘들게 하지만 결국 남성 역시 힘들게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평소 생각은 대학시절 여성신학을 공부하고, 페미니즘에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보니 역시 제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양성 모두 어려움과 아픔을 겪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양성 모두의 인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제가 직접 알게 된 곳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한주 연재했던 글을 보고, 제 구직자리를 찾던 아내가 제안한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학습을 통해 전문가로 거듭나고, 제가 깨닫고, 경험한 것을 함께 나누는 것도 의미있다 여겼습니다.

하하, 제가 앞으로 어떤 삶을 만나게 될지..

또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그림을 만들어나갈지 참으로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독자님 보시기엔 어떤가요.

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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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의 중요성

건강을 유지
하는 가장 큰 비결이 무얼까. 좋은 약을 먹는것. 당연히 아닐 것이다. 강한 육체를 갖기 위해 극한의 훈련을 하는 것. 이것 역시 아니다. 전자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고, 후자는 오히려 신체를 상하게 하기도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마음으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면 이것보다 건강을 유지하는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이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네 삶을 "살림살이"라 하였다. 삶자체가 서로를 살리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의 살림살이는 매우 중요
하다. 서로 몸과 마음이 하나되어 살아갈 부부가 서로를 살리는 삶을 살 수 없다면 그것은 곧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 고통스런 나날의 연속으로 귀결될 뿐이다. 


가사를 분담하는 것과 전담하는 것의 차이

평소 나는 가사 분담을 40% 이상 하고 있었다 자부하는 편이다. 또 아내 역시 이런 나였기에 아무것도 없는 필자를 선택하고, 결혼하게 되었다 한다. 확실히 이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서로 별 부담없이 경제적으로는 힘들지만 재밌고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확실히 가사를 전담하게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서로를 살리는 행복한 삶이 잘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분명 좀 더 자신을 잃어가고, 힘들어하는 한쪽이 생기고 말았다.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입에서 사랑과 생명이 담긴 말보다 공허한 잔소리와 상처를 주는 말이 더 많이 나오고 말았다. 대화의 창이 점점 닫혀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 역시 줄어
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깨"가 쏟아지는 삶이 짧은 이유

아마도 이것은
필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흔히 결혼은 현실이라 하고, 때론 미친짓이라고까지 하지 않던가. 꼭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엔 "깨"가 쏟아지는 행복한 삶은 대개 1-2년에 불과한 것 같다. 길면 3-4년이 대부분인 듯 하다. 참으로 아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환상에 젖어 살다 현실에 돌아오니 더 행복하더라' 라는 말이 나오면 어디 덧나기라도 하는걸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참으로 간단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산과 양육, 가사를 도맡아 하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는 배우자가 있고..또 밖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자신을 이해하고 품어주기를 바라며 이런 모습에 실망하는 배우자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은 미움 또는 짜증이 되고 이것은 언어로 표출되고 마는 현상이 반복된다. 비아냥과 무시의 발언이 쏟아지며 대화의 창이 닫히고
만다. 그러면 누군가는 자녀에게 지나치리만큼 관심 또는 집착을 하게 되고, 또 다른 배우자는 일과 취미에 열중하고 만다.
 

변화를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왜 우리는 "혼" 까지 맺는다는 "결혼"을 하는 걸까. 그것은 서로를 살리기 위한 삶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얗고 아름다운 웨딩 드레스와 멋들어진 턱시도를 입으며 그 출발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은 왜 일까. 첫 단추부터 아름답게 시작해보자는 게 아닐까. 그런데 고작 몇 년만에 이렇게 감정이 식어버리며 살게 되는 것이 결혼생활이라면 확실히 이런 건 그다지 권할만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는...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의 잘못이란 걸 따지기 전에...나는 이게 불만이다 말하기 전에...내 인생과 이 가정을 위해...과연 나는 내 배우자를 이해하고, 배려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나
돌아볼 일이다. 서로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아무런 발전도 없는 소모적인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사회구조나 통념 역시 중요하다. 이것 역시 폐기 또는 변화될 부분은 시대정신에 맞게 흐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부의 결혼생활에 가장 1차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내 배우자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려는 바로 나 자신의 노력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백여일간 남편전업주부로써의 내가 느끼고, 깨달은 바이다.


정리하며

지난 백여일을 거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직의 문제와 살림에 치이며 정신적으로 많이 어렵기도 하였다. 하루하루가 아무런 의미없이 흐르는 것만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이 글을 쓰는 오늘 나는 내 자신의 성장을 보며 감사하게 된다. 아내를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다짐하게 된다. 서로를 살리는 생명살림의 삶을 꿈꾸며 이것이 내 삶의 한복판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읊조리게 된다. 이것은 아내와 나의 "혼" 까지 맺게 한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내고, 내 자신의 행복이 실현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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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드는 것만큼 어려운게 또 있을까.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누구나 살다보면 철이 들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한두번쯤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중 가장 큰 계기가 있다면 바로 출산과 육아의 긴 과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출산과 육아는 사실 내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스스로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성장을 한다는 건 언제나 성장통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몸이 자라도 통증이 있는 거고, 아픔을 겪으며 마음이 자라기도 한다. 당연히 출산과 육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참 아쉽게도 우리는 기쁨의 순간만을 떠올리곤 한다. 임신을 하면서 새생명이 들어옴은 분명 신비하고, 놀라운 과정이지만 그 후의 과정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있지 아니하면 오히려 내 자신을 잃고, 짜증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1.늘어가는 짜증

아이가 가장 예쁠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잠잘 때" 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잠잘때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필자는 '아이 예뻐라~이 귀염둥이!! 라면서 뽀뽀를 해주곤 한다.

그런데!!! 

좋은 건 여기까지.


이 녀석이 다시 눈을 뜨고 말을 이기기 시작하면 상황은 180도 변해버린다. 악을 쓰기 시작하면 이건 정말...또 한번 놀아달라 들러붙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ㅡ.ㅡ;; 찰거머리 저리 가라이다.

최근 건희는 손이 다친 일이 있다(관련글 : 10분의 방심, 딸아이 손가락을....). 그래서 나와 2주 정도 함께 집에서 요양을 취했다. 아이와 2주 동안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그것도 "미운 네살" 접어든 녀석과 함께라면!!
...
....
......

2주란 시간은 사람을 2년 이상 더 늙게 만드는 것 같은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2.늘어나는 회의

사람이 삶의 목표와 꿈을 잃는 다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점점 커져가는 목소리만큼 꿈과 열정도 커지면 좋은 데, 이건 그 반대이다.  

아~한 땐 나도 꿈많고, 열정적이던 젊은 시절이 있었는데~~

아~~~옛날이여!!! ㅠ.ㅠ


육아를 100% 전담하다보니 자기회의가 늘어남을 볼 수 있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 나는 신학공부를 하며 지금까지 수도해왔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흥분하는 걸보며 수없는 자기회의에 빠지고 말았다. 또 아이에게 치여 살다보니 내 젊은 시절 꿈은 이미 사라지고,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쓰며 날카로워지는 신경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박지윤의 <하늘색 꿈>이 듣고 싶어지는...으흑....ㅠ.ㅜ


3.늘어나는 교육비와 자존심

우리는 저소득층으로써 정부에서 100% 보육료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교육비가 안 들어갈까. 이건 순진한 발상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출되는 교육비가 상당하다. 만약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고, 그것도 형제(또는 자매)를 함께 보냈다면 이건 정말 엄청나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맞출수가 없는 금액이 나간다. 윽..허리가...ㅠ.ㅜ

그런데 또 참 재밌는 게 내 아이가 좀 쳐저 있는 건 보기 싫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어진다. 또 친구에게 맞기라도 하면 기분이 굉장히 나쁘다. 차라리 치료비를 물어주는 한이 있어도 안 맞고 다녔으면 하는 맘이 생기고 만다. 특히, 나는 무도 수련을 20여년 정도 한 사람으로써 아이가 덩치 큰 친구에게 위축되어 꼼짝못하는 걸 보면 ..... 

내 눈은 순간 이글아이가 된다~

으~~~이글 아이!!!


그러니 참으로 재밌지 않은가. 가장 좋은 걸 주는게 가장 좋은 교육 효과를 담보하는 게 아님에도  내 자식이 연루된 문제이 있어서는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감정적이게 되니 말이다.


4.기타

육아에 좀 더 신경쓰다보니 참 이런 저런 전화를 많이 하게 된다. 동사무소를 찾는 횟수도 늘어난다. 육아 관련 사이트도 엄청나게 들락거리고, 대학시절 교육학 공부를 하며 읽던 책도 다시 보게 된다. 안 그런 척하면서 옆집 아줌마는 애한테 뭘 입히고, 뭘 시키는지 관심 갖게 되고..ㅠ.ㅜ;;;


정리하며

자기만족이다. 결국 아이에게 무엇이든 최고의 것으로 최고만 해주고 싶은 결국 자기만족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에게 고가의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굳이 조기교육을 하지 않아도 결국 공부할 놈은 공부하고, 공부안할 놈은 공부 안하는 게 이치이다. 그러니 결국 자기만족이란 생각이 든다.

또 자기감정이다. 자기 감정을 못 이기니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고, 내 자신이 흥분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흥분하며 아이를 다그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세상 사는 법을 깨우치는 법이다. 윽...이런 말을 하니 또 다시 부끄러워진다. 오늘 아침 나는 또 다시 건희에게 밥 먹고 가라 다그치고 말았었다...으흐흐흐흐흑....ㅠ.ㅜ;;

음음, 아무튼..

결국 육아의 긴 과정은 내 자신의 성장과정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이는 부모님의 모습을 자신의 모델로 삼고, 무의식에 모두 저장하는 만큼 내 자신이 성장하고, 학습하는 삶이 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다.



P.S : 내일은 연재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백여일간 전업주부로써 살며 느꼈던 것을 최종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내일도 업데이트 시각은 10-11시 사이입니다. 또 방문자가 200만명을 넘겼습니다. 많은 사랑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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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먼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__)

오늘은 어제 미리 말씀드린대로 "가정경제"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나는 사람의 영혼과 정신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신학을 전공했고, 철학을 함께 공부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어릴 적부터 장사를 해왔던 터라 참 재밌게도 국제경제학을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게다가 대학을 직장생활을 하며 다녔는 데, 그게 바로 "수학강사" 였다.
 
자, 이제 이쯤되면 필자가 어떤 공격력(?)의 소유자일지 대충 짐작이 된다.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쌓은 말빨(좋은 말로 논리)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수학강사를 오랫동안 하며 키워온 꼼꼼함!! 이건 좋게 발휘되면 좋지만..^.^;;; 나쁘게 발휘되면 엄청난 잔/소/리/ 능력의 소유자란 말이 된다. 오늘도 나는 아내에게 '불을 끄고 다녀라' '왜 외식을 하려 하느냐' 며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ㅠ.ㅠ


그러나 나 역시 잔소리를 해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마음수련을 쭉 해오면서 이것 역시 하나의 반응체계이자 습관임을 알게 되었고, 내 스스로 조절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된 계기 있었으니 그게 바로 "집안살림" 을 맡게 된 것이었다.

사실 그 동안 가사를 분담하며 세밀한 가계 계산은 아내가 하곤 했었다. 나는 큰 방향을 잡고, 결정을 하는 정도였다. 머리속으로 계산을 이리저리 해보면서 톱니바퀴를 대충 맞춰보는 정도였다. 그래서일까...이 때만해도 별로 대단한 걱정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아내 역시 그런 표정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아내는 워낙에 성격이 낙천적이고 여유로움)

그런데 이게 웬일...

이건 완전 다른 세계다. 살림을 분담하며 머릿속으로 큰 틀에서 계산했던 건 한마디로 "뜬구름 잡기" 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밀하고도 실제적인 계산에 들어가니 보통 복잡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였다.


먼저, 생각외로 지출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은근슬쩍 한푼두푼 나가는 항목이 참 많다. 구체적으로 뭐가 그렇게 많냐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할 수는 없는 데, 아무튼 정말 많다. 즉,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확히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갖고 있던 돈이 사라지고 없는 걸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어라 언제 이 돈을 다 썼지?' 라며 놀란게 한두번이 아니다..ㅠ.ㅜ;;


둘째, 몇 달-몇 년을 내다보고 준비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단순히 이번 달 생활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아니 사실 이것만해도 대단히 어려운 얘기다(아래 단락에서 계속). 그런데 가계를 꾸리다보니 한달, 하루의 삶 뿐 아니라 몇 년 후 상환해야할 대출금도 염두해야하고, 내년에 입학할 대학원 학비 계산까지 해야하며 곧 태어날 둘째가지 고려해야 했다. 길게 보지 않고 살다보면 결국 - 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흐흐흐, 그래도 흰 머리와 주름과 함께 안목 역시 길어진 듯 하다 ^_^;;


셋째, 강한 생활력(?)을 어디서든 표출하게 되었다.

강한 생활력..ㅎㅎㅎㅎ 혹시 이 글을 읽는 남성에 사은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본적이 있는가? 필자는 있다..;;; 혹시 주인 아줌마와 싸우면서 가격 흥정 끝에 물건값을 깎아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있다..;;; 백일전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살림을 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기왕에 같은 돈을 주고 사는 거니 뭔가 하나 더 준다면 그걸 사게 되고..1+1이라 해도 1g 단위로 계산해서 평균단가를 따져 더 저렴한 걸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1+1이 더 손해일때도 많습니다. 주의하시어요!!) 



넷째, 아내와 딸아이를 위해서는 돈을 써도 나를 위해선 안쓰게 되었다.

왜 많은 '아줌마' 들이 처녀시절 미모를 잃는걸까..한때는 '게으름' 때문이라 생각했다. '좀 예쁜 옷도 입고, 몸매 관리도 하지..' 이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가계를 꾸리다보니 자연스레 가족을 위해서는 돈을 써도 나를 위해선 쓰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모성이고, 어머니의 자기 희생임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정리하며

자, 지금까지 짧게 가계살림을 꾸리며 느꼈던 점을 정리해 보았다. 살림의 한복판에서 모든 걸 관리하다보니 그 전과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도 하고, 이른바 "아줌마" 가 된 내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이렇게 복잡한 살림이 진행된다는 것은 결국 이 집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리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이런 저런 계산을 하며 한숨만 쉬기보다 좋게 생각하며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내가 모든 걸 맡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런 우리 가족의 삶에 감사하고 싶다.  



오늘은 이쯤에서 2편을 마무리 합니다. 내일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고, 제 전문분야 중 하나인 "육아" 에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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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업주부 남편이다. 한 때 잘나가는 시절도 있었고, 아직도 여기저기서 인정 받지만 약 100 여일동안 전업주부로 살게 되었다. 구직시도를 안 한건 아니지만 아직 때가 아니고, 인연인 곳이 없는지(구직조건이 워낙 까다롭기도..^.^;;) 좋은 곳을 만나지 못했다. 아무튼 오늘은 필자의 일과를 기록하며 지난 일백여일 동안의 전업주부 생활을 정리하는 첫 페이지를 열어볼까 한다.


1.오전 7시 기상

가족 중 가장 늦게 자는 건 바로 나이다. 그러나 가족 중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것 역시 나이다.  아내와 딸아이 경우 7시 30분쯤 일어나도 상관없지만 나는 반드시 7시에 기상해야만 한다. 아침밥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약 30분간의 노력을 통해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많은 절약을 할 수 있기에 꼭 하게 된 일과이다. 늦잠이란 주부에게 통용될 수 없는 일이다.


2.오전 7시 30분-8시 30분

아내와 딸아이를 깨우고, 식사를 시킨다. 현재 아내는 둘째 임신 중이라 좀 더 자라는 나름의 배려로 7시 30분 기상을 얘기하고 있다. 딸아이와 아내의 세면이 끝나고, 식사를 마치면 대략 8시 30-40분. 아침 출근을 위해 빈 그릇만 대충 정리하고 문을 나선다.


3.오전 8시 40분-9시

아내와 딸아이의 출근(?)시각이다. 딸아이는 어린이집으로 가고, 아내는 직장을 향한다. 현재 새로 이사온 곳에 버스가 없어 내가 출퇴근 시켜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택시를 타고 가자면 워낙 돈이 많이 들어 벌써 한참을 이렇게 하고 있다.


4.오전 9시-10시

집에 돌아오니 상황이 엉망이다. 일단 상을 깨끗하게 치우고 설거지를 해야한다. 휴~딸아이는 그 짧은시간에 을 어지럽혔다. 이것도 치워야 한다. 오 마이 갓! 벌써 한시간이 지나갔다.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후 커피한잔을 끓여본다.


5.오전 10시-11시

커피한잔을 하며 TV를 켜보니 이런 저런 토크쇼도 있고, 케이블 방송에 육아 등 강연도 많다. 커피를 마시고, 과일 한점 주워먹으며 보고 있는데...어라...갑자기 눈을 뜨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만것!! 으....내 뱃살...ㅠ.ㅜ;;


6.오전 11시-오후 1시

이제 다시 일어나야 한다. 나는 밥먹고 잠만 자는 잠탱이가 아니다! 집안을 싹 쓸고, 닦으며 땀을 낸다. 청소를 하니 벌써 점심시간. 가볍게 찌개 등을 밥을 말아 한그릇 후다닥 해치운다. 이야~시간 참 잘 간다~~


7.오후 1시-3시

집안과 관련된 밀린 일을 처리할 시간이다. 가끔 4시까지 소요될 때도 있다. 이런 저런 일이 왜 이리도 계속 생기는지...정말 집안 일은 끝이 없다.


8.오후 4-6시

귀가 후 잠시 숨을 돌린다. 이 때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 관리를 해준다. 가끔은 피곤해서 이것도 못할 때가 있다. 한달 평균 2-30만명의 방문자를 자랑하던 이 블로그를 보라. 현재 겨우 몇 백명 수준이니 그동안 얼마나 관리를 못해왔나 알 수 있다 ㅠ.ㅜ;;;

블로그 관리가 끝나면 이젠 저녁 준비이다. 사실 저녁 준비를 하다보면 인터넷 시간이 매우 줄어든다. 하루 종일 고생한 아내와 딸아이에게 비싸진 않아도 영양만점 식사를 제공해야한다는!!! 강한 의지가 발동되기 때문이다.


9.저녁 6시 20분

아내의 퇴근을 위해 차를 몰고 나간다. 으하하하~그러나 아내의 얼굴은 피로가 가득하다. 음...딸아이는 에너지가 언제나 넘친다. 아빠를 부르며 안기곤 한다.


10.저녁 7시 ~ 9시

식사를 하고 나니 아내가 설거지를 해준다. 오전에 널어두었던 빨래도 같이 정리한다. 가볍게 과일을 먹으며 뉴스를 보기도 하고, 하루 일과를 정리해본다. 아~~오늘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 구나~~~


11. 밤 10시 이 후

아내는 드라마를 보기도 전에 잠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하는 일의 특성상 드라마를 공부삼아 보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왠지 하루의 마무리가 잘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생겼기 때문이다 ㅠ.ㅜ;;  월화는 <선덕여왕>을 봐준다. 수목은 <태삼>을 봐준다. 금에는 뭐 그냥 딱히 볼게 없다(소비자 고발 정도..) 주말은 <천추태후> 이다 (--)V

 
전업주부 남편으로 백여일을 살며 알게 된 두가지

아~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나는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눈 깜빡 하니 또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렇게 백일이 지나고 나니 늘어난 건 뱃살과 잔소리요 줄어든 건 냉철한 이성과 자기관리 시간이었다. 팔뚝은 점점 굵어지고,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입던 바지에 숨이 막혀가기 시작했다 으~~~ㅠ.,ㅜ;;;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나로써는 참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이유는 두가지이다. 먼저, 이렇게 살다보니 스스로 자기회의와 부정에 빠지게 되고,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주부 우울증 비슷한 걸 보게 된 것이다. 살림 자체가 나쁘거나 의미 없어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나 자신을 잃어가는 듯하고,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땅의 주부들이 왜 가십거리를 찾으며 수다를 찾게되고, 남편과의 거리가 생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주부의 노동가치가 얼마나 큰지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자취생활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필자 역시 6년간의 자취를 통해 수많은 살림 노하우를 터득한 인재(?) 였지만 본격적인 집안살림을 하는 데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필자가 그 동안 일하며 받은 급여 등과 비교할 때 집안일은 최소 연봉 2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남편이 반드시 가사를 분담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하며

전업주부 남편으로 살다보니 동네 사람들의 신기한 듯한 시선도 받게 되고 참 재미난 일이 많다. 그러나 역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지 모르는 나를 잃어가는 시간 역시 존재함을 느꼈다. 평소 가사의 40% 이상을 분담한다 자부하던 나였지만 100% 전담을 해보니 가사 분담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느낄 수도 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1편을 정리한다. 내일은 가정경제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누도록 하겠다. 내일의 업데이트 예정 시각은 오전 10시 -11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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