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입니다. 며칠 전부터 뭘 해줘야할지 고민이었습니다. 신학기 등록을 하다보니 형편도 여의치 않고, 그 동안 이것저것 해보다보니 아이디어도 바닥이 난 상태였지요. 그런데 오늘 아내는 오랜만에 직장에 휴가를 내서 집에 하루 종일 있기로 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뭔가 해주면 좋긴 하겠는데...

고민을 하며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어묵과 양파를 꺼내 맛깔나게 볶았습니다. 그리고 햄과 양파, 호박을 꺼내 또 볶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그러는 겁니다. 

"자기, 햄 볶는 거 보니까 부대찌게 먹고 싶다"

아싸뵹! 이거다 싶었습니다. 아내의 한마디를 잽싸게 주워먹으며 "그럼 미역국 대신 부대찌게 해줄까?" 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선뜻 좋다는 대답을 해주었고, 이내 저는 부대찌게 만들기 대작전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김치와 양파를 볶아 주었습니다. 부대찌게는 햄과 소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김치가 가장 좋아야 합니다. 김치를 살짝 신맛 나게 볶아줄 줄 알아야 진정한 부대찌게의 맛이 나는 거지요.


이건 미리 볶아 놓은 햄과 호박입니다. 이 냄새를 맡고 아내의 마음이 움직였더랬지요. 어떤가요? 보기도 괜찮아 보이지요?


미리 준비한 재료에 물을 붓고, 끓여주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잠깐 주의할 것은 부대찌게에 들어가는 대파는 '송송' 썰어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기분이며 모양새며 매우 중요합니다. 역시 대파는 송송 썰어야 제 맛입니다~캬!


마지막으로 라면 사리를 하나 넣어 줍니다. 여기서 고수와 하수의 차이점을 말씀드리자면, 고수는 절대 라면 스프를 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라면 스프를 넣으면 먹는 동안은 굉장히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스프 역시 화학 조미료다보니 냄새가 나기도 하고, 배불리 먹고난 후 속이 거북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천연재료로만 조리한 부대찌게는 배불리 먹고 나도 속이 거북하지 않지요.

저는 어땠을 것 같나요? 하하, 저는 당연히 고수기때문에(^^;;) 스프를 넣지 않았습니다. 굳이 이걸 안 넣어도 맛을 내는 비법이 있지요. 위에 잠깐씩 언급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랑과 정성이 담기면 음식은 저절로 맛이 나게 된 답니다.


짜잔~! 드디어 부대찌게가 완성된 모습입니다. 보기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맛은 아주 좋았답니다. 약간 묵은지 찌게 같으면서도 부대찌게 특유의 맛이 살아나는 제가 봐도 아주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제 아내는 반응이 어땠냐구요? 하하, 아래 사진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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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다란 냄비에 했던 찌게를 단 한끼만에 다 먹어 버렸답니다. 저와 아내, 처형까지 세명이서 말이죠! 저와 처형은 각 각 두 그릇씩, 아내는 무려 세 그릇이나 먹어버렸지요. 그것도 아침 식사에 말이죠! ㅋㅋㅋ 오늘 준비한 아내의 생일상은 대성공입니다!

정리하며

결혼 기념일, 생일 등이 되면 꼭 뭔가 사줘야 한다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아뇨 제 주위를 보니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뭔가 해주지 않으면 남자로서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러나 과연 이것이 애인 또는 아내가 원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건 나와 늘 함께 하는 것이고, 내 마음을 알아 주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저는 애인 또는 아내의 생일에 밥상을 한번 차려보는 걸 권합니다. 그리 대단한 음식을 할 필요도 없지요. 간단한 찌게라도 '너를 위해 내 손으로 직접 준비했다'는 게 중요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기로운 커피 한잔까지 준비하면~음~

자, 이 땅의 수많은 남친과 남편들이여!

스스로를 속박하는 선물의 압박을 벗어버립시다. 그리고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접근해 봅시다.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 깨끗한 설거지는 필수! 요리 후 뒷 정리가 엉망이면 본전도 못 찾습니다.

오 마이 뉴스 메인 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관심과 호응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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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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