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가득한 학생에 대한 성교육 의뢰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게 됩니다. 오늘 다녀왔던 교육생각이 나서입니다. 오늘 저는 학교폭력 및 교내 성폭력으로 벌점이 가득 가득 쌓인 친구들 17명을 만나고 왔습니다.

학교에서 요구한 특별 성교육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성폭력의 종류, 처벌절차, 처벌수위, 전과가 생기고 감옥에 갈수도 있는 등의 내용을 그것입니다. 게다가 교육시간도 쉬는 시간 없는 90분 강의였습니다. 사전에 이 내용을 전달받은 저는 깊은 갈등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협박성 성교육도 '교육'이라 할 수 있나?

사실 이 친구들은 학교생활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사실 관심을 갖지 않게 된 친구들입니다. 가정에서는 수많은 갈등과 폭력을 보며 성장했고, 학교에서는 늘 문제아라 지적받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미 성경험이 있는 아이도 있고, 집중력 자체가 부족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이고, 나도 행복하게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 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겉으로는 장난끼 넘치는 모습이지만 늘 마음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지만 평범함이 어색해져 버린 것입니다. 더 과격해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무시당하지 않는다 느끼는 경우가 많게 된 것입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협박성(?) 성교육을 한다는 시도 자체가 무리입니다. 친구들 마음을 열수도 없고, 공감대 형성도 할 수 없습니다. 저를 만난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며 또 다른 기술 좋은 잔소리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혼나게 되고..또 밖으로 뛰쳐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른바 '문제아'를 만나는 방법

이런 친구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사랑하면 됩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아이들의 궁금증을 온전히 해결해 주면 됩니다. 내가 너를 존중하고 있고, 너희와 마음을 나누려 왔다는 느낌을 갖게 하면 '만남'이 이뤄지고, 제대로 된 교육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잘못을 깨닫고,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도 있으며, 피해학생들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미리 준비했던 PPT를 과감히 삭제해 버렸습니다. 보드마카 3개를 준비하여 '성'에 대한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용어를 사용하며 친구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교육 초반 20분에 엄청난 공력을 들였습니다. 끊임없이 웃음이 나올 수 있게 애썼습니다. 그러자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역시 인간은 '호모 루덴스' 즉, 유희의 존재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서로 웃을 수 있다면 이미 이 교육은 절반 이상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방황했던 시절의 경험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주먹 좀 쓰는 친구들과 어울렸던 이야기 그리고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나도 괜찮게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후의 변화..그저 진심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꿀잼' 강의로 재초청 제안을 받다

친구들이 서로 앞자리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웃다가, 울다가..집중하다, 풀어지다 를 반복하였습니다. 수많은 질문과 대화가 진행되며 성교육의 깊이가 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지식은 수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건강한 이성교제와 성태도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순식간에 90분이 지났습니다. 친구들이 '꿀잼'을 외치며 다음에 또 와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저를 보며 손을 흔듭니다. 학폭 담당 선생님께 이런 강의는 또 듣고 싶다고 합니다. 담당 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하여 저를 보고 놀라기만 하십니다.

사실 이것은 제 능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그리운 친구들에게 사랑을 주고, 자존감이 필요한 친구에게 자존감의 토대를 제공하니 저절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던 에너지와 집중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며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었던 것 뿐입니다.

꼰대와 어른

저는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린이 교회를 개척하였고, 학교에서 포기했다는 친구들을 가급적 놓치지 않고 만나려 합니다. 친구 같지만 삶의 지혜와 지지대가 되어주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직업적으로 아이들을 만날까봐, 기술적으로 사랑할까봐 늘 두렵습니다. 이것은 끊임없는 어른이자 교육자, 목회자로서의 제 고민이자 기도의 제목입니다.

저는 '어른'이란 아이들을 어루만지며 이해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맞추며 사랑을 느끼게 하고, 진심으로 만나는 존재여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 내용은 저절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내용을 제시하고, 신뢰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른이 아닌 꼰대가 되고 맙니다.

비 내리는 목요일 밤. 이 친구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가슴이 짠 합니다. 오늘은 집에 갈 수 있을까요? 저녁은 먹었을까요?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운 친구들.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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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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