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짬을 내어 책을 펼쳤다. 논문을 엮음 모음집이었는 데, 이런 저런 어렵고 중요한 내용이 많아 밑줄을 그어야 했다. 필기도구가 필요했다. 평소 연필을 자주 쓰던 터라 연필을 찾았다.


그런데 허걱..연필심이 부러져 있다..ㅡ.ㅡ;;


흔히 "샤파"라고 하는 연필깎이를 찾았다. 보이지가 않았다. 이런..ㅜ.ㅠ;;

연필꽂이를 보니 커터가 있다. 무심결에 집어들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다. 연필이 너무 작아 깎는 게 쉽지가 않다. 순간 어린 시절 기억이 오버랩 되며 스쳐 지나갔다.


나는 생선장사와 삯바느질을 하시던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께서는 월남에서 허리를 다치셔 거동이 불편하셨기에 할머님께서 돈벌이를 하셨었다. 그래서 나와 여동생의 교육은 할아버지의 몫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고교 졸업을 할 때까지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역할을 하셨었다.

다섯살에 시골에 내려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다. 할머님은 시장에서 3000원짜리 가방과 800원짜리 철제필통, 1200원짜리 연필 한다스(지우개 달린 것)을 사오셨었다. 학교에 처음 가던 날 할아버지께서는 연필을 손수 깎아 주셨었다. 정확히 다섯개를 깎아 주셨었다. 한시간에 하나씩 쓰고, 혹시 모르니 한두개는 여유분으로 두라는 거였다.

이 후로도 할아버지는 매일 밤마다 연필을 깎아 주셨다. 자기 전에 미리 미리 책가방과 준비물을 챙기라는 평소의 가르침을 주셨었고, 내가 모든 준비를 끝내면 최종적으로 할아버지께서 깎아 주신 연필을 필통에 넣어 확인을 해주셨다. 

하루는 내가 직접 연필을 깎아 보겠다 한적이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위험해서 안된다 하셨다. 허나 나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검정색 학생용 칼을 들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고사리 같던 손에 무슨 힘이 있어 연필을 제대로 깎겠나..당연히 삐뚤빼뚤했고, 할아버지께서 마무리를 해주셨다.(지금 생각해보면 손가락을 베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사실 당시 친구들은 모두 "샤파"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끝이 뾰족한 연필을 사용했었다. 저학년 시절은 샤프의 사용이 금지되었었기에 뾰족한 연필심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샤파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샤파를 살 여유까지는 되지 않았었다. 내가 아직도 당시 책가방과 필통, 연필 가격을 기억하는 건 우리 집의 수입에 비해 너무도 큰 지출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저 이런 것마저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했다. (또 사실 감사했다. 두분이 얼마나 힘들게 우리 남매를 기르셨는 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할아버지는 돌아가셔 곁에 계시지 않는다. 살아생전 너무 고생만 하셔 내가 반드시 호강시켜드리리라 다짐했건만 내가 결혼하던 그 해 돌아가시고 말았다. 매일 밤 연필을 깎아 주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지 못한 것은 두고 두고 가슴의 한으로 남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나는 작년 초까지 안산의 한 작은 교회에서 독거노인을 섬기는 일을 해왔다. 지금 잠시 사정이 있어 떠나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돌아갈 곳이다. 그러나 몸뚱아리만 움직여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그렇다. 다시 책을 잡는 일이다.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체계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또한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여의도를 감시하는 일이다. 저 양반들이 함부로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며 팔아먹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너무 먼 얘기이겠다. 당장 모시고 있는 할머님부터 챙겨야겠다. 장인, 장모님께 전화라도 드려야 겠다. 아내와 좀 더 행복한 가정을 이뤄야겠다.

아하..오늘 저녁은 내가 해야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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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옵니다. 경찰청 발표를 보니 짧은 명절기간에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간이 짧다보니 정체가 더욱 심할 것이란 전망도 보이는 데요. 부모님 역귀성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양손에 선물보따리를 들고 내려가는 자식 마음이 여전해 보입니다. 정국도 어수선하고, 먹고 살기도 힘들어 졌지만 추석이 주는 설레임이란..^.^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내려가는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도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많은 데요..어쨌든 뭐라도 하나 들고 가야지 않나 하는 마음때문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번 추석 선물을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나요?



1.현금이 최고다!!



이렇게 많이 드릴 수는 없지만.. ^.^;; 최근 추세는 현금으로 드리는 게 대세인 것 같습니다. 제 주변도 많이 그러더군요. 저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그냥 딱 돈봉투만 드리지 말고 가벼운 메세지를 적어 함께 드리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아버님, 어머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행복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요(제가 효과를 좀 봤던 겁니다 )


2.선물세트가 무난하다.




아마도 가장 많이 하는 선물세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것 외에 과일 선물세트도 많이 하지요. 무난한 가격대에 비해 풍성해 보이는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애용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 역시 가장 많이 받게 되시는 게 아닐까 하는..


3.상품권




현금으로 선물을 드리는 걸 꺼려하시는 분도 많으신데요. 이런 경우 자주 이용하는 게 아마 상품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상품권도 하도 많아 고르기도 쉽지 않네요.


4.화목한 모습 보여드리기 +@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보다 가족의 화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좋은 물질을 드려도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릴 때 가장 만족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다가 선물까지 드린다면..!!  오홋~~ㅋㅋ 0.0


이제 열흘도 남지 않은 민족 최고의 명절 추석!!

여러분이 선택하시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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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뉴스에 올렸던 글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아십니까?
텍스트만보기   임정혁(kkuks81) 기자   

2006년 10월의 절반이 기념일이라 한다. 실제 달력을 보며 확인해보니 이래저래 기념일이 열댓개쯤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 나름의 추측으로는 아마도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굵직굵직한 날은 1일 국군의 날, 3일 개천절, 추석연휴, 9일 한글날 정도가 되지 않을 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교과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 되어오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10월 2일이 "노인의 날"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효"를 강조하는 나라이면서도 말이다.

노인의 날은 지난 97년부터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각종 기념일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만들어져 기념되고 있다. 그래서 이날은 간단한 기념식을 갖기도 하고, 경로잔치를 열기도 하며, 노인복지단체 등에 포상을 하기도 한다.

100세가 되시는 노인들께는 명아주로 만든 전통 지팡이 "청려장"을 증정하기도 한다. 많은 노인관련 단체나 노인들은 이날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맘껏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벌써 10주년이나 된 지금의 "노인의 날"이 지니는 '의의'에 대하여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노인의 날은 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주로 경로잔치나 기념식 위주로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처럼 잔치와 기념식 위주로만 계속 노인의 날이 지켜진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개 숙인 채 쓸쓸히 앉아 계신 노인들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구체적 내용이 없이 선언이나 기념으로만 그치는 속빈 강정과 같은 날이 될 것이니 말이다.

지금의 노인의 날은 노인을 행사의 대상이나 단순한 정책 대상자로만 보고 있지 우리가 마땅히 사회적 약자로서 배려하고, 풍요로운 2006년의 대한민국을 만든 선배이자 공로자로서 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 서있는 데, 우리는 이들을 좀 과격한 표현으로 어쩔 수 없이 한번씩 챙겨주는 "애물단지"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

노인의 날은 평소 꾸준히 노인들을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가운데 그것을 확인 및 점검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결단, 다짐하는 날이 되기도 하여야 한다. 어르신들께 지난 날 부족하고, 잘못했던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앞으로는 이렇게 바꿔가며 더 노력해 보겠다는 비젼을 제시해 줄 수 있기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기념일을 지정하고, 경로잔치를 열며, 포상을 하는 것도 좋기는 하다. 하지만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 확산이나, 노인들의 노고 치하는 하루 아침의 행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것들은 모두 꾸준히 내 삶속에서 하나 하나 내공(?)이 쌓여져가야만 할 문제라는 것이다.

얼마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 통계는 우리가 얼마나 일상 속에서 노인들을 배려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많은 언론은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노인학대의 가장 큰 가해자가 '아들'이었고, 대부분 '가족'에 의해 자행된다는 선정적인 사실을 중점적으로 그래프까지 보충해가며 보도하였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대행위별 분류에서 언어,정서적 학대가 44%, 방임이 23%를 차지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꾸준히 삶 속에서 지속되는 유형의 학대이다. 단시일에 이뤄지는 유형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통해 그만큼 일상의 삶속에서 노인들을 배려하고,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을 돌아보라. 나는 얼마나 자주 내 부모님과 연락을 하고, 그들을 찾아뵙고 있는 것인지..

이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다가오는 이번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나와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보며 대하고 있고, 노인들은 지금 어떤 자리에 서있는 지 등을 말이다.

그래서 그동안 잘못하고, 부족했던 것이 있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로 나 자신부터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변화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순간 수화기를 들고 안부전화 한통 하는 것 자체가 바로 변화 아니겠는가. 이번 연휴동안 내 부모님과 이 땅의 수많은 다른 부모님을 향해 따뜻한 미소하나 건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변화 아니겠는가.

아무쪼록 이번 연휴동안 끼어있는 노인의 날이 마음 속에 기억되고, 내 부모님과 이 땅의 수많은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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