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야말로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일요일 밤부터 앓기 시작한 몸살에 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습니다.

예전에
<주말부부 6개월 가족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끼다>를 포스팅 한적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주말부부의 장단점을 적고, 나름의 각오를 다져보았는데요. 벌써 5개월이 거의 다 지난 지금도 저희는 여전히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의 각오를 최대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 생활도 상당히 익숙해져서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허나 그 중 변화를 하나 꼽아보자면 그것은 딸아이가 점점 성장하고, 말하는 어휘 구사력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간단한 단어정도 구사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벌써 문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밤마다 아내와 딸아이를 바꿔가며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아내와는 이런 저런 일상도 나누고, 여러 가정일을 상의하기도 합니다. 딸아이와는 아무튼 뭔가 말을 하긴 하는 데, 이게 거의 외계어 수준이다보니 서로 자기 얘기만하다 끝이 나곤 합니다. ㅋ 그래도 이게 어딘가요. 이 녀석 정말 많이 자랐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밤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너무 아파 통화를 길게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아내와도 짧게 안부만 나눌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를 잠깐 바꿔 '엄마 말씀 잘 들으라' 한마디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갑자기 그러는 겁니다.

"아빠, 안녀히 주무해효~사랑해효~"

 뒤에서 아내가 "건희야, 아빠 아야~하데. 아빠 힘내세요 해드려~" 라고 하니 녀석이

"아빠, 힘내애요~아빠 사랑해효~"

라고 합니다.

아, 이거..

이 한마디를 듣는 데 갑자기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겁니까..그 다음 월요일에도, 어제 화요일에도..그저 딸아이의 한마디를 들을 뿐인데 왜 이리 눈물이 나던지요..


"그래, 건희야~아빠 힘낼게~건희도 잘자! "

저는 20살부터 결혼 전까지 계속 혼자 살았습니다. 사실 당시 제 가족이라곤 제 여동생 정도뿐이어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혼자 아프고, 혼자 이겨내는 데는 상당히 내공이 쌓여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린 딸아이와 통화를 하고 나니 어깨를 들썩이며 나도 모르게 훌쩍이게 되더군요. 또 며칠을 앓으면서도 딸아이를 생각하며 물도 더 마시고, 스스로 땀도 닦고, 몸도 깨끗하게 씻으려 애를 쓰게 되었습니다. 밤에는 최대한 잠을 푹~자려 노력해보고 말이지요.


아마 저희는 6월경 다시 살림을 합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든 그렇게 되게 하려 합니다. 이 때는 주말부부 시작한지 1년이 되는 때이기도 하지만 점점 성장할 수록 아빠를 찾는 딸아이 때문에도 안 되겠고, 제가 너무 힘들어서 못살겠습니다. 요즘 며칠 앓고 나니 더욱 그런 마음이 확고해 집니다. 정말 사람은 좀 아파봐야 일상과 평범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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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집으로 비유하자면 부부는 집을 지탱하는 커다란 대들보와 같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집도 대들보가 부실하거나 무너지면 유지가 안되듯 가정 역시 부부 관계가 온전히 정립되어야만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강하고, 튼실한 접착제나 이음제를 첨가했다 할 수도 있겠지요. 왠만한 일들은 아이를 보며 참기도 하고, 또 아이때문에 웃으며 해결해 나가기도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정을 유지해주는 원천은 아닐 것입니다. 역시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 위에서 저는 평소 갖고 있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제게 있어 딸아이는 늘 두번째 문제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아이가 예쁘고,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쳐도 제 중심의 첫번째는 반드시 아내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날 아이가 자랄수록 저는 이 원칙을 더 강조하며 아빠에게는 늘 엄마가 첫째이자 최고의 여자임을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때론 이런 제 마음과 달리 보이는 경우도 있는가 봅니다. 특히, 아내의 눈에는 더욱 그런가 봅니다. 요즘들어 가끔 '자기 나 사랑해?' 라거나 '자기는 건희만 있으면 되지?' 라는 아내의 질문을 받곤 합니다. 


예, 사실 많은 다른 아버지들처럼 저는 제 딸을 너무 사랑합니다. 이 녀석을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습니다. 또 이 녀석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이 후- 물론 조부모님의 사랑을 풍족히 받아왔지만- 부모 없이 사는 설움과 상처..충분히..너무나도 충분히..느껴왔기 때문에 적어도 내 자식에게만큼은 이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요즘 제 핸드폰에는 아내의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상당수가 딸아이의 사진입니다. 전화를 해도 아내와 제 얘기보다는 딸아이 얘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정말 요즘 제 삶은 딸아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게 맞나 봅니다.


하, 요즘 우리는 기묘한 삼각관계에 빠져버렸나 봅니다. 이거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런지요.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일까나요. 아니면 제가 뭔가 일을 하나 꾸며(?)서 아내의 마음을 녹여 봐야 할지요. 혹시 이거 저만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하하..

이거 참..
 
정말 머리가 찌끈거리게 고민되는 세찬 바람 부는 날의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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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 이맘때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교회 주일학생들과 함께 한창 트리를 꾸미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함께 있던 장난꾸러기 초등학교 남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친구는 크리스마스 때 무슨 선물 받고 싶어요?"
"선물이요? 음...."
"왜 받고 싶은 선물 없어요?"



잠시 말이 없던 아이는 갑자기 말문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땡 땡 중사 인형이요~" "게임 필통이요~" "스케이트요~" "땡 땡 캐쉬 상품권이요~" "피씨방 무한대로 다니기요~"

대답이 끝이 없습니다. 질문을 한 저는 어이가 없어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 친구는 교회는 물론 동네에서 소문난 장난꾸러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때 어린 친구가 저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뭐 받고 싶은데요?"
"왠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은 원래 어린이만 받는 거잖아요"
"왜요? 어른들은 착한 일 별로 안했어요?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 아빠도 선물 한번도 안 받던데 .."



사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의 생각보다 훨씬 눈치가 빠릅니다. 아는 것도 많습니다. 말은 없어도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있지요.

그리고보면 부모님께서 아이들과 대화가 안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아이로부터 받는 '신뢰'가 약해져 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하는 수많은 약속이 물거품이 되고 부모님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면서 약해져가는 바로 그 "신뢰"말입니다. 어쩌면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을 존경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못하거나 아니 라고 하는 오늘의 현실은 부모님 스스로 만든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이제 점점 송년회 술자리가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직장부터 동호회까지 종류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자녀들과는 송년회를 안하거나 그냥 가볍게 지나칠 때가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송년회는 온 가족이 모여 진솔하게 자기 고백을 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부모님이 먼저 하신 솔직한 고백은 지키지 못 할 서툰 약속보다 더 큰 신뢰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얼어있는 나와 자녀들의 벽을 좀 더 녹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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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힘

[교육]자녀교육 한마당 2007. 12. 4. 23:36 Posted by 바람몰이


저는 대학생활과 강사 생활을 병행하였습니다. 모든 수업을 오전이나 오후 초반까지 몰아넣어 짜고 수업 후 바로 출근하여 밤 늦게까지 강의하곤 하였지요. 그러다보니 연애를 하면서도 시간이 없을 때가 참 많았습니다. 또 약속을 해놓고도 늦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마음이 다급하여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곤 하였습니다. 그러면 반대편에서 여자친구(지금의 아내)가 이렇게 얘기를 하였습니다.


"어~일이 많았네 보네..힘들지? 무슨 일있어서 늦는 게 아니라 다행이네. 나는 덕분에 여유있게 차한잔 하고 있을 테니 걱정말고 천천히 와."

듣는 사람이 오히려 미안해지더군요. 저는 여자친구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였었습니다.

저는 우리 자녀들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묻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얘기해" 줍니다. 일방통행일 때가 많은 거지요. 그래서 아이들과 상담하면 '엄마(또는 아빠)하고는 말이 안통해요..' 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를 원하는 거지요. 바로 이 "공감"이 없기때문에 근본적으로 대화자체가 안되는 것이구요..

여러분께서는 어떠신지요? 혹시 여러분께서도 자녀와 대화가 아닌 일방통행 명령을 하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내 아이와 조금씩 어색함이 느껴지거나 대화가 힘들어지실 때는 내 아이의 변화와 문제점을 먼저 보지 마시고 나는 얼마나 내 아이를 공감하며 함께 해주었는지 돌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마도 공감해주며 함께 힘들어하고 웃어주기보다는 일방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뭐 하나를 물어보아도 아이들은 짜증을 내며 간섭한다 느끼는 거지요.


먼저 말을 하기보다 가슴으로 공감해주려 노력해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레 부모님께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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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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