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일정상회담 때 이명박 대통령이 위안부 관련 발언을 강하게 하였지요. 1시간 회담에 45여분을 할애했다 하고, 어조 또한 매우 강경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례적인 일이지요. 일본 탐사선이 독도에 오면 이를 당파하라 지시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이를 두고 할머님들께서도 좋은 평가를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김복동 할머님께서는 마음 속의 분이 절반은 풀린 것 같다 하셨고, 길원옥 할머님께서도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대협 역시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인 것 같구요. 저 역시 대통령이 앞장서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좋게 평가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대통령을 칭찬만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 것을 충분히 알았을 텐데 왜 갑자기 이런 강경발언을 했던 것일까요.

동아일보는 지난 8월 헌법 재판소의 판결결과와 정대협의 수요집회 1000회를 그 원인으로 들더군요. 한국일보는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며 민심을 돌리기위한 배경을 지적하며 일본 내부의 사정도 언급하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보도를 하기도 하구요.


예,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우선, 정부가 지난 8월 헌재의 판결 이 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판결은 벌써 4개월이나 지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보기에는 약한 감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수요집회의 경우 최근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평화기념비 건립으로 일본이 거북한 표현을 하고 있어 영향을 끼친 것은 맞으나 지난 4년간 아무런 관심도 없던 분들이 이제와 수요집회가 부담스러웠다 하는 것 역시 약한 감이 있지요. 끝으로 대통령의 의지문제 역시 왜 갑자기 이제와 확고해졌는가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마도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지요. 최근 청와대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인한 부담이 큽니다. 또한 bbk사건 역시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역시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사건으로 인해 선거가 방해를 받았고, 이것이 고의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경찰에 의해 범인이 검거되며 조직적인 흐름이 밝혀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사건이 일부의 주장처럼 정부와 여당이 깊이 개입한 뭔가 조직적인 사건이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지요. 이는 단순한 선거방해 행위만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이자 유린입니다. 그러기에 이 사건만으로도 충분한 탄핵사유가 된다고까지 보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주장도 억지만은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조현오 경찰청장이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는 등 국민의 의심을 받을 만한 부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실정이지요. 결국 청와대 입장에서는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어떤 소재가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고, 그것이 때마침 수요집회 1000회를 맞이하며 일본 대사관 앞에 건립된 평화 기념비가 되었던 게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속 시원하기도 하지만 참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정부가 제대로 한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오랜 세월동안 정대협을 비롯한 우리 국민이 분개하며 힙을 합쳐 싸워왔던 것입니다. 지난 4년간 단 한 마디도 않던 일을 갖고 이제와서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싸워낼 것처럼 하면서 진정성을 믿어달라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대협에서 논평을 냈습니다. 마지막 소절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정대협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천 번째까지 이어진 수요시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의 양심과 손잡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지고 이 같은 끔찍한 범죄가 다시 발 붙일 수 없도록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리 정부가 아닌 세계의 양심과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픕니다. 김복동 할머님께서 마지막에
"이번으로 끝나지 말고, 대통령의 숙제로 풀어줬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제는 우리 정부의 일관성있고, 책임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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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26일) 서울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교회 중등부 친구들, 청년 교사들까지 총 16명이 방문하였지요. 해마다 3월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있고, 최근 일본 대지진에 자신들의 고통, 원한을 넘어 진정한 인간애가 무엇인지 보여주신 어르신들을 뵙고자 했던 터였습니다.

잠시 목사님과의 인사를 나누고, 20분짜리 영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절대 잊으면 안돼...그녀들의 이야기>라는 DVD였는데요. 일본군 성폭력에 의해 희생 되셨던 어르신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 시청 후 사무처장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끌려갔던 우리네 여성들이 약 10-20만에 이른다는 현실과 일본군 위안소가 있던 지도를 두고 일본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점령했던 지역이라 배우며 자긍심을 키운다는 내용이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충격을 받은 것은 이게 아니였습니다. 진짜 충격을 받은 건 우리 학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방문했던 중1-2학년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교육과정이 여러 차례 개편되고, 역사문제가 수차례 이슈가 되었기에 저는 학교나 가정에서 충분히 사전지식이 있을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는 거지요. 이번 방문을 통해 처음 이런 진지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었음을 자각하게 되었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이 중학생 뿐 아니라 청년 교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 간 20-29세 교사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교육과 고민이 전혀 없었다 합니다. 심지어 아예 처음 들어보는 분도 있었다 하구요. 이 땅의 대학생조차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요.

물론 개중에 의식 있는 선생님들께서 분명 지나가는 말이라도 한번쯤은 하셨을텐데, 우리 학생들이 기억 못하는 것일수도 있을 겝니다. 하지만 지금 중학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를 우리가 당면하고, 기억해야할 문제라는 의식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건, 분명 교육의 진지함과 깊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런지요. 도대체 우리는 학생들에게 무얼 가르치고, 기억하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참으로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사실 일본군 성폭력에 의해 희생되셨던 어르신들 중에는 무학도 많으십니다. 하지만 이분들께서는 진실을 밝히는 용기를 보여주셨고, 고통과 분노를 넘어 진정한 인간애를 보여주시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바로 이런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인간이 무얼 위해 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없이 바로 명문대에 가고, 부자가 되려는 생각은 마치 어린 아이에게 칼을 쥐어 주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일 것입니다. 

여전히 일본은 아무런 반성과 변화가 없습니다. 또 반일 감정을 넘어 반전, 인권, 평화 라는 보편적인 인류애를 추구해야할 우리는 아무런 생각없이 살다 일본이 독도 얘기를 꺼내면 한번씩 열만 내고 맙니다. 이제 우리 나라에 생존해 계신 어르신들은 80명도 되지 않는다 하고, 최고령 할머님은 97세에 이른다 하기도 하는 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입니다. 이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도 우리는 이 역사의 진실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다시 한번 교육의 중요성과 내용을 고민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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