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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8 35개월 된 딸아이, 꼭 영어와 한글교육을 시켜야하나 15


누군가 저보고 너무 늦었다 합니다. 딸내미 건희가 이제 35개월인데요. 왜 아직도 한글도 안 가르쳤냐는 것입니다. 지금이면 알파벳도 들어갔어야 한다 합니다. 예,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고, 제게 충고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건희에게 굳이 지금부터 그렇게 할 마음도 없습니다.

1.언어와 뇌 그리고 학습능력

사실 언어는 그 습득의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확실히 어릴 때 외국어를 일상에서 접한 아이들은 거의 원어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일상"에서 자연스레 접한 게 아니라 "주입" 또는 "과잉" 될 때입니다.

4-5세까지의 유아는 신체기능이 거의 성인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뇌는 다릅니다. 뇌는 꾸준한 자극과 발달을 거치며 청소년기에 이르러야 성인과 유사해 집니다. 따라서 전인적인 뇌 발달을 고려한 적절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암기와 풀이 위주의 교육을 과하게 진행하여 전인적으로 골고루 발달해야할 뇌가 특정 부분에 대한 자극으로 몰리고, 이에 따라 오히려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퇴보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기존의 교육의 틀에 맞춰진 아이들은 창의성과 상상력 발달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만약 언어를 습득하여 다양한 동화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배워도 상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아이들의 상상력을 위해 언어를 가르치던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만족과 초등학교 선행학습을 위해 언어를 교육합니다.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휘될리 만무합니다. 


화이트헤드는 아동기를 The Stage of Romance 라 하였습니다. 낭만의 시기라는 것입니다. 끝없는 상상과 꿈의 시기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충분히 낭만을 거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생글생글 꿈이 살아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2.한글과 외국어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란 말을 하였습니다. 인간의 사고와 언어가 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본격적인 언어교육을 대개 10세 전후에 시킵니다. 이 때부터는 정확한 문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법을 공부하고, 신문을 보며 토론합니다. 또 이 때는 영어보다 자국어를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프랑스의 정신(자유, 평등, 박애)을 배우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요. 참으로 아쉽게도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우리가 가져온 고유의 인간애와 민주주의의 정신, 평화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말 끝마다 영어를 과하게 섞어 써서  심지어 '언어 사대주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국어교육이 시험을 위한 것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변질되어 독해력이 딸리는 이른바 '난독증'(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네티즌을 일컫는 말)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블로그 운영을 하다보면 절감하게 된다)

제가 지난 9년여동안 학생을 지도하며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국어 공부를 못하면 절대 공부를 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성적이 좋은 학생도 고학년이 될 수록 반드시 점수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지금 당장 성적이 낮아도 점점 향상될 확률이 높지요.

한국어를 자국어로 선택하는 나라까지 생기는 지금. 국어를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하 또는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외국어 구사를 하는 건 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고, 한국인으로써 할 수 있는만큼 잘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교육받은 한국인은 아무리 애를 써도 결코 미국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3.감성과 인성 

왜 명문대를 나오고도 패륜을 저지르는 패륜아가 이리도 많아졌습니까.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서도 MP3를 듣고 있는 아이들이 왜 이리 많아졌고, 욕이 섞이지 않으면 대화가 안되는 아이들이 왜 이리 많아졌는지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받아쓰기 100점과 우수상을 얘기하고, 영재반을 보내는 부모님과 나라에서 우리가 꿈꾸는 '효자'나 '착한 아이'가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똑똑한 아이'는 있을지 몰라도 '따뜻한 아이'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연대할 줄 아는 아이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현 교육체제와 부모님의 선택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게 작금의 현실이란 얘기입니다.


제가 앞서 잠시 말씀드렸던 프랑스는 어떨까요. 프랑스의 유아교육은 초등학교 준비를 위한 선행학습 단계가 아닙니다. 이 시기는 철저하게 아이들의 감성과 인성에 집중된 교육을 합니다. 문학과 체육을 즐기고, 시를 암송하며 지냅니다. 공동체 속에서 사회성을 기르며 자라 연대정신을 배웁니다.

감성과 인성은 책이나 학원에서 찾아지지 않습니다대자연에서 흙냄새를 맡고, 생명과 상호작용을 하며 생기는 것입니다.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며 시를 암송하며 생기는 것입니다. 이건 어릴 때가 아니면 습득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적어도 유아-아동기(3-7세까지) 어린이에게 제도권 교육을 강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리하며

저는 건희의 언어교육을 학교에 입학하면 시키려 합니다.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아빠, 엄마와 뛰어 놀고 딸기를 따먹게 하면서 기를 것입니다. 함께 즐거운 동요를 부르고,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줄 줄 아는 아이로 기를 것이고, 또 지금까지 이렇게 교육해 왔습니다.

공부로 성공할 아이는 조기교육을 안시켜도 공부를 잘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공부로 성공하는 사람은 채 3%도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대다수 아이를 위해 머리가 똑똑하기 보다 가슴이 따뜻하고, 지식이 많기보다 지혜로운 아이로 기르는 게 우리가 우선 취해야할 큰 방향일 것입니다. 

P.S : 아이가 공부하고 싶다하거나 소질이 있다면 그 때부터 열심히 지원해줘도 늦지 않고, 영재교육을 시켜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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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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